[일요서울l오두환 기자] 보건복지부는 7일 메르스 전체 환자 수가 6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 메르스 확진자가 14명 늘고 확진 환자 중 사망자가 한 명 포함된 결과다.
메르스가 이렇듯 활개를 치는 이유는 뭘까. 정부가 방역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지만 바이러스 변신 속도가 의학기술 발전 속도를 추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간은 놀라운 기술들을 개발해냈다. 특정 유전자를 첨가하거나 삭제해 살아있는 세포의 유전체(염기서열)를 재구성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컴퓨터가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 기술 등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선 쩔쩔매는 모습이다.
바이러스의 크기는 30~300nm(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세균(1~5㎛: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보다 훨씬 작지만, 동물의 몸속에 있다가 사람의 몸에 침투해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스(사향고양이), 조류인플루엔자(조류), 에볼라(과일박쥐) 등이 보기다. 메르스도 마찬가지다. 이 바이러스는 2012년 중동 지방에서 최초 발병했다. 인간은 아직 확실한 전파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박쥐와 낙타의 몸을 돌아다니던 메르스가 낙타의 몸에 장기간 머물다가 변이를 일으켜 인간의 몸 안으로 침투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낙타가 1990년대 초반부터 메르스 항체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추정 근거로 들고 있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박쥐가 원래 메르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박쥐에서 낙타로 가는 전파경로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낙타에서 굉장히 유사한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낙타와 직접 접촉해 감염된 사례가 많지만 (메르스가) 박쥐에서 옮겨졌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격리나 방역 외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퇴치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한 요인이다. 송 교수는 "바이러스는 짧은 기간 유행하다 사라져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백신 개발에 적게 잡아도 수 백억원이 투입된다"며 "(메르스는) 세상에 나온 지 3년가량밖에 되지 않아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을 파악하기에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