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단체 IS의 거침없는 진격에 미국 고민
무장단체 IS의 거침없는 진격에 미국 고민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 입력 2015-06-01 10:50
  • 승인 2015.06.01 10:50
  • 호수 1100
  • 5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라크 라마디 함락 후 바그다드 향해 진격
미국 여론 “이라크에 재차 발목 잡히면 곤란”

[일요서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기세가 거침이 없다. 5월 17일 이라크 정규군이 지키던 이라크 서부 중심도시 라마디를 함락한 IS는 미국이 지상군 투입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리멸렬한 이라크 군을 비난하고 나섰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라마디가 IS 수중에 떨어진 지 1주일 만인 24일 CNN에 출연해 "당시 라마디의 이라크군은 IS에 숫자상으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았는데 IS와 싸우지도 않고 라마디에서 철수했다"며 "이라크군이 전혀 싸울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IS와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S에 맞서서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해야 한다는 이라크군의 의지"라며 "미국이 이라크군을 훈련하고, 무기를 제공해 싸울 수 있는 여건을 좋게 만들 수는 있지만, 전투 의지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군 전투 의지 허약

IS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시아파를 공격했다. IS 자살 특공요원이 5월 22일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시아파 회교사원에 폭탄 테러를 가해 신자 21명을 살해했다. IS가 같은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테러를 자행하고 자기들 소행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는 사건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IS 전사(戰士) 아부 암마르 알나지디가 몸에 두른 폭탄을 터뜨려 250명을 죽이거나 부상시켰다고 주장했다. IS는 시아파가 아라비아반도에서 축출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사우디는 현재 남쪽으로 국경을 맞댄 이웃나라 예멘을 두 달간 공습하고 있는데, 이 바람에 국내에서도 수니파-시아파 간 긴장이 가뜩이나 고조돼 있는 상태다. 유엔에 따르면 예멘사태로 5월 15일 현재 2000명이 사망하고 피란민이 50만 명 발생했다. 예멘사태는 지난 2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시작됐으며 반군을 응징하기 위해 사우디 등 아랍 수니파 국가가 3월부터 군사 개입해 예멘은 두 달 넘게 준(準)내전 상태다.

IS는 시리아 사태와 함께 등장했다. 시리아에서 2011년 3월 독재자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었고 이는 내전으로 번졌다. 그 와중에 IS가 결성돼 알아사드 군대를 공격해 왔다. 현재 IS는 시리아 14개 주 가운데 10곳을 장악한 상태다. IS는 단순한 지역 점령에만 그치지 않고 시리아의 방대한 가스전과 유전을 장악해 여기서 나오는 수입을 전비(戰費)로 쓰고 있다.

IS는 극도로 잔인하다. 2014년 6월 12일 IS는 바그다드 북동쪽 티크리트의 스페이처 육군 기지에 있다가 IS에 항복한 이라크 공군 예비역 1500~1700명을 모두 처형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5월 19일 IS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요구했다. OHCHR은 IS가 3대 국제범죄, 즉 전쟁범죄, 반인륜범죄,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며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조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OHCHR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0명 이상의 생존자나 증인을 직접 면담한 결과를 모은 보고서를 통해 IS가 많은 소수민족과 소수 종교집단을 상대로 광범한 인권유린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IS가 유괴, 살해, 고문, 강간, 성 노예 삼기, 강제 개종시키기, 소년병 징집, 대량학살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미국은 5월 15일 특수부대 ‘델타포스’ 요원들을 투입해 시리아 동부 알아므르에서 IS의 원유 밀매 담당 고위간부인 아부 사야프를 사살했다. 델타포스 요원들은 IS대원들과 교전한 끝에 아부 사야프를 조준 사살하고 그의 아내 움 사야프를 생포해 이라크 기지로 귀환했다. 사야프 사살은 미군 특수부대가 IS를 상대로 성공을 거둔 첫 지상작전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사야프 사살이라는 작전 성공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17일 라마디가 함락됨으로써 미국의 특공작전은 빛이 바랬다. 라마디는 바그다드와 10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요충지여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IS격퇴 미국 전비 눈덩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전투병이 아닌 보안요원을 중심으로 775명의 미군을 이라크에 파견하면서 IS 격퇴작전을 시작했다. 이후 파병 규모를 대폭 늘리고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대대적으로 단행하며 막대한 전비를 퍼부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 26일까지 투입한 전비만도 20억 달러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돈을 IS 격퇴에 쏟아부어도 IS가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기세등등해지고 있어 문제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넘어 아프가니스탄 등으로까지 세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IS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병력 수에서 월등한 이라크 정규군이 IS를 당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라크군은 기본적으로 투지와 전투력이 뛰어난 IS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IS를 잡으려면 결국 미 지상군이 출동하는 수밖에 없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자칫 미국이 다시 이라크에 발목을 잡힐까봐 지상군 파병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IS를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파괴하겠다”고 약속한 오바마는 미 공군력을 사용해 IS를 궁지에 몰면서 현지의 미 군사고문단으로 하여금 이라크군의 기량을 높이는 일에 주력토록 한다는 기본전략을 쓰고 있다. 백악관 측은 “IS가 결국 이라크 전역에서 패배할 것이다. 이라크 정부군은 동맹군의 지원을 바탕으로 라마디를 탈환할 능력이 있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습 위주의 현행 전략만으로는 IS격퇴가 불가능하다.

이라크군이 라마디에서 무기와 장비(대부분 미군이 준 것)를 버리고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TV생중계로 목격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라크 사람들이 제 나라를 지키려 싸우지 않는데 왜 우리가 싸워야 하나?”라는 반대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 가운데는 오바마에게 지상군 파병을 촉구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이는 종족·종파별 대립으로 복잡하게 얽힌 중동정세를 감안하지 않은 순진한 주장으로 치부된다. ‘세계의 경찰’ 미국이 날뛰는 IS 앞에서 다시금 고민하고 있다. 미국이 지상군을 파병해 결전에 돌입할 때까지 IS의 발호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scottnearing@ilyoseoul.co.kr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