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해외에서 수입된 선글라스가 수입 원가보다 평균 3.5배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글라스 종류는 다양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것은 해외 명품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국내 소비자들 선택 폭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선글라스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선글라스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어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렌즈 정보 잘 모르는 점 이용해 뻥튀기
#사례 1. 소비자 A씨는 갑작스레 찾아온 더위에 선글라스 구입을 결심하고 백화점 매장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비싼 가격 때문이다. A씨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제대로 되려면 브랜드 선글라스를 사는 게 맞다는 얘기를 듣고 매장을 방문했는데 최소 30만 원, 비싼 건 70만 원대에 이르는 가격표를 보고 나왔다”며 “시력 보호나 무더위를 피해가는 방법으로 다들 선글라스를 많이 사던데 이렇게 비싼 제품들만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사례2. 최근 선글라스를 구매한 B씨는 “국내 소비자들을 정말 호구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패션용 말고 제 기능을 하는 선글라스가 필요해서 큰 맘 먹고 구매했는데,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때의 가격이 수입 원가의 3.5배나 된다는 얘기를 듣고 호갱(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이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러니 다들 해외직구로 제품을 구매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선글라스는 이른 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인기 연예인들의 공항패션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그들이 쓰고 나타나는 선글라스는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과거에 여름 피서지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 강한 자외선의 영향으로 선글라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오는 14일까지로 정해진 관광주간, 곧 있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선글라스는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관세청의 조사 결과 국내로 수입되고 있는 해외 선글라스들이 국내로 수입될 때보다 평균 3.5배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어 소비자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눈과 관계된 제품이기 때문에 좋은 걸 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패션 아이템으로써의 성격도 강하다는 점을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글라스 시장은 수입 브랜드들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선글라스 매출은 계속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한 백화점의 지난 3월 선글라스 매출은 15% 이상 뛰었고, 4월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봄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선글라스를 구입하는 연령대도 넓어졌다. 원래 20~30대 중심이었다면 40~50대 중장년층을 비롯해 유아동으로까지 넓어진 것이다. 또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선글라스 구매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20~30대가 선글라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부터 중장년층 비중이 50% 가까이 늘어났다”며 “올해 역시 비슷한 추세다. 특히 유아동 선글라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000% 이상 급증했고, 남성들의 구매 수준도 20%대로 오르는 등 선글라스가 대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매층이 넓어진 만큼 종류도 다양해졌다. 큰 렌즈, 다양한 금속테 재질, 밖이 반사되는 미러형, 골프를 위한 고글형 선글라스 등 종류만 수백 가지다.
국산제품 품질
뒤처지지 않는다
이에 반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아직 넓지 못하다. 소비자들이 정작 선글라스를 사려고 백화점이나 안경점에 들러 보면 대다수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들만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은 최소 30만 원에서 70만 원가량 고가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에 구매를 목적으로 선글라스 판매 매장을 방문했다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많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선글라스 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소식에 더욱 분노를 느끼고 있다.
더욱이 선글라스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수입가격과 국내 판매 가격이 큰 차이가 나 소비자들의 화를 더 부추기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 여성 수영복과 향수의 국내 판매가격이 수입가격보다 8배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다. 또 여성 화장품인 파우더는 6.4배, 가죽벨트는 3.8배, 초콜릿은 3.5배 가격이 높다.
선글라스를 포함한 수입 제품들의 가격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 같은 제품임에도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 정가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속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유통업자들은 소비자에게 신뢰감 있고, 합리적인 판매방식을 제시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가짜가 많고, 다른 경로로 산 제품은 A/S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난다는 업체들의 얘기는 억지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여러 유통채널별로 꼼꼼하게 비교 분석해 구매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같은 브랜드 제품 간에도 유통채널별로 가격 차이가 나지만, 국산 선글라스의 성능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산 선글라스도 2007년 이후부터 자외선차단 성능을 평가해 정부의 ‘KC마크’ 인증을 받고 있다. 국내 선글라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력과 연관된 제품이어서 그동안은 브랜드를 보고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서 그렇지, 국산제품의 품질이 떨어져서 매출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가량이지만 국산품이 세계 80여국에 수출되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