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우는 소리 그친 이유…유가 급등락에 정제마진은 好好
정유사들 우는 소리 그친 이유…유가 급등락에 정제마진은 好好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4-24 20:12
  • 승인 2015.04.24 20:12
  • 호수 1095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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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예상을 깨고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국제유가 급락 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선 가운데 원유 구매단가와 제품 판매가의 마진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출액이 줄어도 이익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면서 정유업계가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수익과 직결된 원유 구매단가와 제품 판매가격
매출액 줄어도 이익 늘어연말까지 지속될 것

저유가로 시름하던 정유업계가 슬그머니 웃고 있다. 최근 유가가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원유 구매가격과 제품 판매가격의 차가 크게 벌어진 탓이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1분기 실적이 모두 영업이익 흑자 또는 이익률 증가를 기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들의 전망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액 118561억 원, 영업이익 2039억 원, 당기순이익 142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분기 대비 매출이 4분의 1가량 줄어들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순손실에서 순이익으로 흑자전환하는 모양새다.

GS칼텍스는 1분기 매출액 71420억 원, 영업이익 2150억 원, 당기순이익 1410억 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역시 매출액은 5분의 1가량 감소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흑자전환하는 모습이다.

더불어 S-Oil의 경우 1분기 매출액 45505억 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감소하면서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876억 원, 1310억 원으로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이외에 현대오일뱅크는 같은 기간 매출액 34000억 원으로 역시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1200억 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때 손익분기점
2배 넘기도

이처럼 정유사들의 매출이 감소해도 이익이 증가하는 현상은 급격히 떨어졌던 유가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완만한 오름세를 띠며 마진도 올라가서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원유 구매가격이 낮더라도 정작 판매가격에는 그다지 변동을 주지 않는다. 싼 가격에 사들인 원유가 오르더라도 팔 때 가격을 조정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축적된 이익은 정제마진의 일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정유사들의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정제마진이란 정제된 휘발유 등의 제품판매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공정운영 등 변동비를 제외해 산출되는 지표다.

정제마진의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이보다 높아질수록 정유사들의 이익도 불어난다. 정유사들의 1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8.4달러로 전분기 6.3달러에 비해서도 상당히 올라갔다.

이 같은 지나친 정제마진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은 판매가를 좀처럼 낮추지 않는다. 제품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커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덩달아 국제유가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수요 증가 등으로 이익은 물론 매출까지 동반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적자서
모두 흑자 전환

물론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크게 악화된 때도 있었다. 유가가 급락하던 지난해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이때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낸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손실은 총 25000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따른 정제마진 역시 지난해 2분기는 2.7달러였으며 유가 급락세가 두드러졌던 3분기에는 2.2달러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조라면 정유사들은 당분간 영업이익을 걱정할 일이 없어 보인다. 정제마진 확대와 더불어 국제유가 자체 상승에 따른 이익까지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유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같은 해 4분기 정제마진은 다시 4.2달러까지 올라갔고 지난 2월에는 한때 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각 업체들의 정유부문은 1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수요 증가, 한계 광구 생산량 감소 등으로 국제유가는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정제마진 회복에 힘입어 국내 정유업체들이 1분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유가가 안정화되면서 재고 관련 손실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든 점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또 유가가 회복세로 돌아선 만큼 정유주에 대한 시선도 바뀌고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미 유가가 급락한 현 상황에서는 유가가 오르면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장점이 부각되고 유가가 더 하락하면 마진이 개선된다는 이점이 있다고 짚었다.

손 연구원은 유가가 연내 40~60달러의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등 저유가가 지속되면 원유 수요가 늘고 공급이 붙어 점진적으로 유가가 오르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할 것이라며 이러한 선순환은 정유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저유가가 굳어진 현재는 오히려 이익에 대한 판가름이 확실하다면서 이제는 유가의 상승과 하락보다는 정제마진의 오르내림이 회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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