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박근혜 정부의 세 축인 당·정·청의 인적 정비가 이뤄진 가운데 이병기 비서실장 체제의 청와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형적인 모습이 ‘폐쇄’에서 ‘개방’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내부 소통도 강화됐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김기춘 실장 시절 ‘비밀주의’에 젖어 있던 청와대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장이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0개 수석실별 업무보고를 받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 시절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의 오프닝 장면만 외부로 내보냈다.
이 실장은 회의 장면 공개뿐만 아니라 수석비서관 산하 비서관들까지 탁자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도록 조치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취임 초반인 만큼 청와대 참모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 점심 식사도 가급적 수석비서관, 비서관들과 시내 식당에서 설렁탕 등으로 때운다고 한다. 김기춘 전 실장 때는 비서관까지 식사자리에 동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실장은 부쩍 ‘홍보’와 ‘성과’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홍보가 중요하다. 청와대 밖에서 보니까 제대로 내용이 전달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집권 3년 차를 맞아 성과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다그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의 역할 규정도 김 전 실장 때와는 달라졌다. 이 실장은 “원래 비서실장 기사는 손바닥만 하게 나와야 한다. 이렇게 언론이 크게 다루는 것도 비정상”이라고 했다.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한 언론의 지속적인 비판, 자신의 실장 발탁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다.
‘내각 주도형 국정운영’도 강조했다. 내각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상적이란 말을 자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전엔 청와대가 국정운영의 컨트롤 타워라는 말을 자주 했지만 최근 들어 내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과 맥락을 같이 한다. ‘조용한 청와대’를 지향하는 셈이다.
다만, 이 실장이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 및 문고리 권력 3인방(정호성 부속실 비서관·이재만 총무비서관·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전횡 의혹을 말끔히 불식 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박 대통령은 이재만 비서관을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배제시키고, 부속실을 통합해 안봉근 2부속실 비서관을 홍보수석실 산하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전보 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3인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에는 변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로 오히려 3인방이 세간의 오해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따라서 문고리 3인방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봐야 한다.
정치인 출신인 허태열 전 실장이나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꼬장꼬장한 김기춘 전 실장도 3인방을 쉽게 다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외교관 출신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의 이병기 실장이 이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를 표명하는 시각이 많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병기 실장이 청와대 안의 소통, 정치권과의 소통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선 실세와 3인방의 힘을 약화시켜 본연의 비서실장 위치를 찾는 일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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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