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박사이트 기승, 조폭이 일반인과 동업
인터넷 도박사이트 기승, 조폭이 일반인과 동업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6-02 13:41
  • 승인 2009.06.02 13:41
  • 호수 788
  • 4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가족이 도박 사이트 서버 운영으로 1000억원 챙겨
최근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한탕주의가 만연하는 가운데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는 회원들이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박 사이트를 개설하는 운영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도박 사이트가 대부분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회원들을 골탕 먹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사이트의 이권에 조폭들이 적지 않게 개입된 사실이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폭들은 돈벌이를 위해 고액의 수익을 보장하며 일반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이트를 개발하고 운영해주면 그 대가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나눠주겠다며 일반인들을 운영자로 끌어들이는 식이다.

회사원들 뿐 아니라 대학생들까지 이런 유혹에 넘어가 도박 사이트에 손을 댄다.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도박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들을 대부분 속임수 없는 ‘정직한 사이트’, ‘승률이 높은 확실한 사이트’라는 말에 속에 회원에 가입한 뒤 도박을 벌인다. 하지만 대부분 회원의 돈을 갈취하는 사기도박 사이트에 불과하다.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28일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수십억대의 판돈을 놓고 도박을 벌이게 한 조직폭력배 윤모씨(35)를 도박개장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윤씨의 동거녀 김모씨(28·여) 등 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 사이트를 통해 고액 도박을 벌인 이모씨(37) 등 60여명에 대해서도 역시 같은 혐의로 수사를 확대해 입건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조사결과 윤씨 등은 조폭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에 인터넷 도박 사이트 서버를 만들어 놓고 4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800여만원씩의 현금을 입금 받아 게임머니로 교환한 뒤 도박을 벌이도록 하고 매 게임 12.3%의 금액을 딜러비 명목으로 받아 모두 10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역할분담 통해 단속 피해

이들은 이 사이트를 ‘게임물등급 위원회'에 심의를 받은 합법적인 사이트인 것처럼 위장하고 PC방 업주들로부터 가맹점 가입을 받아 회원들을 모집했다.

경찰은 윤씨가 자신의 동거녀 김씨를 이용해 돈을 챙겼다고 밝혔다. 윤씨는 김씨를 이 사이트의 법인 대표이사로 등재한 뒤 계좌를 개설해 도박 사이트의 입금충전계좌로 이용하게 했다. 또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환전책 역할에는 대구 지역 조직폭력배 손모씨(37)가 담당, 이 지역 현금인출기 20여곳을 무작위로 돌며 돈을 출금하는 수법으로 경찰의 단속을 피했다.

이들 일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찰수사를 피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해 현금을 위안화로 인출, 돈 세탁을 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조폭은 과거 유흥업소 등에서 활동자금을 확보했으나 최근에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로 활동 영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 등은 그동안 활동자금을 유흥업소를 통해 마련했으나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수익성이 좋다는 말에 도박 사이트에 손 댄 것”이라며 “현재 조폭들은 유흥업소에서 도박 사이트로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사건의 경우 영·호남 조폭의 연계가 포착됨으로써 조직폭력배들이 더욱 조직적으로 합법을 가장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담당 부서와 공조를 이뤄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가족이 도박 사이트 운영

이와 함께 1000억원대의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가족도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서버를 관리하는 장비를 차량에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이트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같은날 차량에 노트북 등 이동식 모바일 센터를 설치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1000억원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K씨(30)와 K씨의 부인(29), 처남 등 일가족 3명을 도박개장 등 혐의로 구속했다.

K씨 일가족은 2007년 6월 중국에 서브를 둔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딜러비, 사이버머니 환전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2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K씨 등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바일센터를 승합차량에 설치한 뒤 수도권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도박 사이트를 원격 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찰은 K씨 일가족이 운영하는 ‘XX라이브 카지노' 도박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판돈을 송금하고 상습적으로 도박을 해온 B씨(36) 등 20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B씨 등은 K씨가 개설한 도박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게임을 하면서 1인당 100만원에서 최고 3억원을 K씨가 지정한 계좌로 돈을 보내고 상습적으로 도박을 즐긴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K씨의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회원 800여명을 상대로 보강수사를 벌여 도박송금 자금이 100만원 이상인 사람들을 가려내 모두 입건할 방침이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