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폭행’ 아는 만큼 막는다
‘어린이 성폭행’ 아는 만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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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1-21 13:03
  • 승인 2009.01.21 13:03
  • 호수 92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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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XX서 우유가 나왔어”엄마는 경악
2007년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기억될 안양 어린이 납치·살인사건. 어린 소녀들을 희롱하고 토만 낸 비정한 살인마는 심판대에 섰지만 여전히 그 충격은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변도윤 여성부 장관은 “세상에서 없어져야할 가장 나쁜 것이 바로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다. 하지만 현실은 자꾸 늘어만 가고 있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성폭행사범을 대상으로 ‘전자 팔찌’를 채우는 등 처벌 수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연약한 어린이를 먹잇감으로 노리는 파렴치범들의 뉴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대구 모 초등학교에서 1학년 여학생이 선배 남학생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같은 해 8월에는 50대 남성이 아내가 운영하는 보육원 원생들을 돌아가며 겁탈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동 성폭행이 하나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일의 아동 성폭력 전담 센터인 ‘해바라기 아동센터(소장 최경숙)’가 피해 상담과 신체적·정신적 치료까지 도맡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해바라기 아동센터’ 관계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피해 어린이들의 사례와 대처법을 지상중계 한다.


“최악의 상황은 임신과 성병”

성 학대를 당한 어린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성기나 입의 상처 등과 같은 성적 징후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불안감과 성에 대한 지나친 호기심 등 심리적인 징후도 함께 드러난다. 최악의 징후는 피해 어린이의 임신이나 성병 감염이다. 또 여자 아이의 경우 성기에 정액이 묻어있거나 처녀막이 찢어져 피가 흐른 자국 등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질 입구가 5mm이상 벌어져 있거나 긁힌 자국 등이 있다면 성폭행을 의심해야 한다.

남자 아이라 하더라도 음경 등 성기에 못 보던 상처를 발견했다면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특히 항문 괄약근이 손상됐거나 찰과상을 입었을 때. 항문 입구에 상처가 생겼거나 멍이 드는 등의 이상 징후가 있다면 동성으로부터의 성 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이들이 강제로 구강성교를 당했을 경우에도 입안에 상처가 생긴다. 이럴 땐 양치질을 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가면 증거물을 수집할 수 있다.

문제는 상당수의 피해 어린이들이 눈에 띄는 피해 징후를 보이지 않거나 숨긴다는 점이다. 해바라기 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이런 신체적 징후로 아이의 성폭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때는 오히려 다행스럽다. 상당수의 피해자들에게는 명백한 신체적 징후가 없어 자칫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만약 눈에 띄는 이상이 없다하더라도 자녀가 무심코 내뱉는 말과 행동에서 이상 기류를 느꼈다면 긴장해야 한다. 10세 이하의 어린 자녀가 조숙한 성지식을 나타내는 말을 무심결에 하는 등이 바로 그 예다.

최 소장은 “어느 날 한 아이 어머니가 울면서 센터를 찾아왔다”며 “아이가 엄마에게 ‘아저씨 고추에서 우유가 나왔다’는 말을 해 기절초풍했던 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밖에 어린이가 구강 성교하는 그림을 그린다든가 동물, 인형을 상대로 성적인 행위를 할 때. 또는 나이든 사람들에게 성적인 유혹이나 몸짓을 해 보이는 경우 역시 성폭행 징후로 봐야 한다.

최 소장은 “아이들이 성교육이나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약간의 성지식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성행위와 관련된 구체적인 표현이나 정액의 맛, 성기 삽입의 느낌 같은 것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가 갑자기 조숙해졌거나 성에 대해 유별난 집착을 보이는 것이 위험 신호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소장에 따르면 또 한 가지 지표는 지나친 자위행위다. 아이가 성기에 상처가 생길 때까지 여러 차례 자위행위를 반복한다든가 성기나 항문에 물건을 넣는 행위, 자위행위를 하는 동안 유독 끙끙대는 신음소리를 내는지 등도 중요 체크 사항이다.


“증거 확보가 최우선”

문제는 이 같은 징후와 함께 아이가 성폭행 사실을 고백한다 해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해바라기 아동센터에서는 일반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성폭행 사실을 알았을 때 대처법을 홍보하고 있다. 먼저 너무 놀라거나 당황스러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모로서 아이의 피해사실을 알았을 때 당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감정을 너무 과도하게 표현하면 자녀는 자신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인식한다. 가능한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구체적인 피해 진술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절대 야단쳐서도 안 된다. “왜 조심하지 않았니” “왜 도망가지 못했니”라고 질책하면 아이는 자신 때문에 성폭행이 발생했다고 믿는다. 가능하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다독이고 안심시켜준다.

너무 자세히 캐묻는 것도 금물이다. 부모의 궁금하고 답답한 심정은 당연하지만 급하게 캐물으면 아이들은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나 말하기 힘든 부분을 얼버무리거나 거짓으로 대꾸하곤 한다. 혼란스러운 자녀의 태도를 가라앉힌 뒤 편안히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많은 ‘증거’를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부 피해 부모들이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정액이나 피가 묻은 아이의 속옷을 세탁하거나 없애버려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후 법적인 조치를 원할 경우 필요한 물증을 보존해 두는 것이 관건이다.

최 소장은 “성폭행이 발생한 직후 곧장 해바라기 아동센터에 연락하면 기초 상담부터 치료, 정신감정과 소송 절차까지 모든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호남, 영남 지역에도 위치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해바라기 아동센터 경기지부가 신설됐으며 올해 전국 6개 곳에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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