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정원직원 A씨 “고위 정치인 밀입북 후 북한과 내통”

<일요서울>은 지난호(제 756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북풍공작사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번에는 윤홍준씨에 이어 사건 당시 국정원 직원이었던 A씨의 증언도 함께 싣는다. 그들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서 아직까지 치를 떨고 있었다. 동시에 이 나라의 운명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냥 평화로워 보이는 것일 뿐, 실은 북한의 칼끝이 목 언저리까지 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윤씨와 A씨는 북풍사건의 진실규명을 발판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친북 좌익세력들의 활동을 차단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정치인들이 북한 문제를 정치적 수단으로만 활용하려 들다가 이 나라를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대북첩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대체 무엇을 보고 들은 것일까.
윤씨는 국내의 지지도 높은 정치인 가운데 친북간첩으로 볼 수 있는 인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름을 대면 그런 인사가 어떻게 친북간첩인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그런 인물들이다. 이런 친북간첩은 정치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남한의 주요 기관장, 군 장성, 언론사 고위간부 등 모든 곳에 간첩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윤씨는 “예전 같으면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중형을 선고받았을 인물들이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친북행위를 한다”며 한숨을 내쉰다.
윤씨와의 인터뷰는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다음은 이메일을 통한 두 번째 인터뷰 내용이다. 일부 민감한 내용은 윤씨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지장이 없도록 수정했다.
- 남한의 고위 정치인이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일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보의 출처를 밝힐 수 있나.
▲ 첫번째 정보소스는 허동웅이다. 그는 조선족 이며, 혹룡강성의 가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에 나와 첫 접촉이 있기 전부터 이미 북한을 자기 집 이상으로 왕래를 하고 있었으며, 나를 만나기 전부터 한국을 드나들고 있었다. 한민족 체전 시기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계기가 있었다. 직후에 C모(국민회의 XX국장)를 연계로 하는 북·중·남 커넥션을 만들고 운영했다. 훗날 허동웅은 북의 전달 메시지를 들고 입국하게 되며, 일산 집에서 김 전 대통령을 독대하기도 한 것으로 안다.
- 북풍공작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 사건에 관여된 안기부 직원들은 아직도 조직적이다. 그런 생활이 몸에 밴 듯하다.
- 황경모씨 전화는 평양에서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경에서 건 것이 맞는가.
▲ 북경으로 안다.
- 북풍사건 이후 남한 첩자라고 북한에 알려졌을 텐데 아직도 북한과 교류가 가능한가? 현재도 계속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나.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 북에선 어렵게 만든 루트를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언젠가 세상이 바뀌면 더 많은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을 거라 계산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느낀다.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 김정남과의 만남이 지금도 가능한가.
▲(대답 없음)
- 북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 처음엔 김대중 당선이후 오게 될 친북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 감정을 우려 했었다.
- 황장엽 위원장이 북풍사건 관련해 증언할 부분이 있나.
▲ 분명히 있다.
- 한국에 다시 들어올 계획은 없나.
▲ 일이 있고 필요로 한다면 간다. 지금은 한국과 연결된 일이 별로 없다. 2~3년 전에는 자주 갔었다. 미국으로 한국 자본 유치를 하였다. 그때 나의 컨설트를 듣고 따라온 분들이 많은 성공을 하였다. 아울러 한국의 대형 건설 사업에 미국의 부동산 투자 자본을 연결 하였었다. 그러나 나의 활동이 활발해 지는 가 했더니 갑자기 클라이언트들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거래를 중단 했다. 그 이유는 내가 정치적 인물이라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피해를 지금도 보고 산다.
- 앞으로 명예회복과 관련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 나는 지금 당뇨와 그의 합병증으로 발의 감각이 상실되어 있다. 또한 3년 전에 암수술을 하였다. 아직도 10년이 지났음에도 악몽을 몰아서 꾼다. 아직도 감옥에 있는 꿈을 꾼다. 검찰의 조사 받던 상황이 아직도 생생히 날 괴롭힌다. 그 들은 뭐라 말할지 모르겠으나 꼭 한번 그들에게 같은 경험을 해주고 싶다. 그래서 평생 그 고통을 알아야 한다. 명예 회복에 대한 신선도가 떨어진다고들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은 지도 오래 되어 간다. 그렇지만 밖에서 보는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북한 군인이 남한 사람을 총 쏴 죽여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 괜히 나섰다가 허망하게 끝날까봐 두렵다. 하지만 우리같이 사건화 되지 않았어도 지난 10년의 세월을 겪으면서 우리와 같이 생각하고 많은 자료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게 민간인이건 공무원이건.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윤씨는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인터뷰가 자신에게 혹시 모를 어떤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윤씨는 자신이 조심스러운데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난 북풍사건 당시 나는 내가 큰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앞둔 상황에서도 향후 나에게 불이익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국변호사나 한국의 주변인들에게 물어도 대부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이 터지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나는 옥살이를 했다. 모두들 내가 옥살이를 한다는 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사람들은 아주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당시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진실은 규명하지 않은 채 나에게 선거법위반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죄를 씌워 옥살이시켰다.”
윤씨처럼 억울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10년을 살아온 사람이 또 있다. 그는 바로 북풍사건의 담당 실무자였던 안기부(현 국정원) 직원 A씨다.
A씨는 북풍사건과 같이 일그러진 역사는 반드시 바로잡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잊고 살려고 애쓰지만 가끔씩 그때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황당한 사건이다”며 “국가를 위해 간첩을 잡으려 애쓴 사람은 법정에서 죄인이 돼 있고, 간첩 혐의자들이 되레 증언대에 나와 우릴 심판하고 있었으니 기가 찰 수밖에 없지 않나”고 말했다.
A씨와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윤홍준씨가 북쪽에서 수집한 정보는 신뢰할 만하나.
▲ 우리(안기부)는 90%이상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왜냐면 그의 보고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수많은 검증작업을 통해 사실로 입증된 것을 정보파일에 기록한다. 또 그가 보고한 내용은 1년, 2년이 지난 후에 다시 불시에 물어보고 말이 바뀌지 않는지 체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제공한 첩보에 대해 그의 말이 바뀐 적은 없었다.
- 윤홍준씨가 제공한 정보 중 사진 등과 같이 구체적인 것도 있나.
▲ 물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핵심관계자의 수첩 메모 사진까지 찍어온 게 있었다. 그 안에는 우리나라 정치인들 이름이 있었고, 또 그들과 어떻게 협조관계를 구축해 간다는 기록도 있었다. 말하지만 그 정치인들은 반역자 내지는 간첩인 셈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부와 권력을 누리며 살고 있으며,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 권영해 부장은 왜 북풍사건을 기획하게 됐나.
▲ 그건 우리 팀 내에서 조차 아무도 모른다. 윤씨 기자회견 지시 전까지는 전 안기부원들은 절대로 선거개입을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본연의 업무에 만 충실하고 있었다. 다만 우리 사건의 경우는 윤씨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공개 수사하시겠다는 부장님의 명을 받아 이행된 것이다.
- 일부 언론은 A씨가 윤씨에게 돈을 주고 기자회견을 시켰다고 보도했다.
▲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 기사 쓴 사람들은 주워들은 소리를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 나는 그때 중국에 가 있었고, 윤씨와의 접촉은 다른 사람이 했다. 돈이 오간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돈이 오갈 일도 없는 사안이었다. 윤씨 또한 자신이 보고 들은 진실을 밝힌다는 차원에서 공개수사를 기대하며 기꺼이 기자회견에 응한 것이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 북풍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 나는 당시 법정에서 선거법위반 및 정치관여를 금지한 안기부법 위반, 김대중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윤씨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진실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풍사건의 진실규명을 통해 당시 기자회견이 거짓이었고 저급한 정치공작이었다고 주장한 무리들에게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연구 중이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