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게이트 진실 아는 기자 한 명도 없다”
“진승현게이트 진실 아는 기자 한 명도 없다”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10-22 12:47
  • 승인 2008.10.22 12:47
  • 호수 756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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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전 국정원 경제과장 정성홍씨

“나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 잘못된 소문들 때문에 힘든 점이 하나 둘 아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일일이 설명하고 증거 내비치고 하겠나. 진실은 때가 되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정씨는 <일요서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답답한 심경을 대변하듯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정씨는 진승현 게이트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사건의 핵심에 서 있던 인물로, 당시 진승현씨로부터 3억 5000만원의 구명로비자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거짓 소문으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이 가장 참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씨는 <일요서울>에서 연재되고 있는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의 육필수기 중 자신과 관련된 내용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그를 만나 들어 보았다.

정씨는 진승현 게이트로 인해 자신에 대해 억측과 추측이 난무한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많은 언론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억측 기사를 보도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는 “진승현 게이트의 진실은 따로 있다. 그것을 제대로 취재해서 아는 기자가 단 한명도 없다”며 “언론은 나를 뇌물을 받아 챙긴 부도덕한 국정원 직원으로 매도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단언컨대 돈을 받아 내가 사적으로 유용한 돈은 단 한 푼도 없다. 진승현 게이트 관련 법원 판결문을 보면 확실히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진승현씨로부터 3억5000만원을 받긴 했지만 이 돈은 정씨 개인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씨는 “언론은 내가 마치 거액의 뇌물을 받아 부를 축적한 사람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그렇게 보도하면서도 정작 내가 그 돈을 어디 썼는지 정확하게 확인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리나라 언론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삼씨는 나를 잘 모른다”

또 정씨는 김기삼씨의 수기에 대해서도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

정씨는 “수기에 나온 내용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내용이다.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이렇게 나에 대해 잘못된 소문을 듣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은 김기삼씨 뿐 아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소문을 만들고 다닌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기본적으로 나는 김기삼씨를 잘 모른다. 누군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회사(국정원)내에서도 김기삼씨는 한참 아랫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이야기 할 일이 없다. 그런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고 기막혀 했다.

김기삼씨는 <일요서울> 김기삼 수기 제17·18화를 통해 정씨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그 내용을 다시 되짚어 보면 김씨는 정씨를 국정원 역사상 최고의 걸물로 소개하고 있다. 김씨는 수기에서 정씨가 육사 1학년 때 진해 해군사관학교로 하계 훈련을 갔다가, 철모로 해군 제독의 머리를 내려쳤다가 잘렸다고 전했다.

이 부분에 대해 정씨는 “이건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건이다. 나와 다른 기수가 진해로 교육갔다가 해병대 간부들(소위)과 집단 패싸움이 벌어졌다.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해군 고위급 인사가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때 육사생도 12명이 퇴교조치 됐다. 아마 이 사건과 나를 묶은 것 같은데 당시 기수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는 “또 김기삼씨는 내가 육사 1학년 때 그만뒀다고 했는데 실은 나는 3학년 때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또 수기에서 [신입직원 시절부터 깡패들과 어울렸다]고 한 부분에 대해 정씨는 “그건 일부 사실이다. 하지만 깡패들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은 왜 그렇게 했는지 안다”며 “깡패들, 특히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깡패들은 정보의 보고라고 할 만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나는 국정원 직원으로서 또 국내부서에 몸을 담고 있는 부원으로서 깡패들에게 접근해 정보를 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씨는 “하지만 그들과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업무상 가까이 지냈을 뿐이고 그렇게 얻은 정보로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대 초, 노태우 정권 당시 범죄와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큰 사고를 쳤다는 수기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수기내용을 보면 [정씨는 수원지법 강 모 부장과 모 조직폭력배 두목 등과 함께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는데, 다른 방에서 술을 먹던 깡패들끼리 시비가 붙어 칼부림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중략)]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정씨는 “그 사건이 났을 때 나는 강원도에 있었다. 강원도지부로 발령받아 한창 그쪽에서 근무하고 있을 땐데 서울에서 검사하고 무슨 술을 마신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건 증인들도 얼마든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또 정씨는 “오정소 실장이 나를 아프리카로 보냈다고 하는 것도 완전히 뜬금없는 소리다. 인사이동은 오 실장의 권한 밖에 있는 일이다”며 “나를 세네갈로 보낸 것은 엄삼탁씨(작고)였다. 그가 나에게 해외부서 경험이 있으니 가보라고 권유해 가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의 청와대 보고서를 입수했다는 말도 사실무근이라고 정씨는 전했다.


“이런 저런 사업하고 있다”

정씨는 “검찰보고서를 국정원이 손에 넣는다는 것은 당시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리고 국정원엔 검찰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타 부서 일을 내가 어떻게 관여 하겠나”라며 “검찰에 나가있는 직원도 두 명이나 됐다. 검찰과 관계된 것은 그쪽에서 처리를 했기 때문에 내가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정씨는 DJ의 사생아 문제와 정몽헌씨 피살 의혹 등을 언론에 제보했다. 동교동 측의 배신에 배신으로 답했던 것이다]라는 수기 내용에 대해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언론에 제보한 적 없다. 내가 언론에 제보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소문에 불과하다”며 “내가 동교동측에 배신에 배신으로 답했다는 내용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씨는 “요즘 이런 저런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문화 사이트인 ‘사색의 향기’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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