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시지의 비밀, 정선희 입 여나?

안재환 자살사건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안재환 가족 측은 “안재환은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타살설’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안재환 셋째 누나 안미선씨(49)는 지난 9월 25일 노원경찰서를 찾아 이런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채를 끌어 썼고, 이에 대한 채무부담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잠정결론 내렸지만 가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안미선씨는 경찰진술을 통해 동생의 죽음에 대한 재수사 등을 요구했으나 경찰이 재수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목을 끄는 것은 안미선씨가 “안재환은 신변비관 자살을 한 게 아니다. 안재환은 누군가에게 납치됐으며, 부인 정선희(36)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미선씨는 이에 대한 근거로 정선희씨에게서 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들고 있다.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이 날로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정선희씨가 이 모든 것을 밝히고 나설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미선씨는 앞서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채로 인한 자살설은 근거 없다"며 지속적으로 고인의 타살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는 또 그동안 “정선희도 납치됐었다고 했다. 자신을 납치했던 사람을 알고 있을 텐데 얘기를 안 한다"며 안재환의 죽음이 자살을 위장한 타살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자 정선희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왜 행방불명된 안재환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나’ ‘안재환 가족들의 의문제기에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안미선씨에게 보낸 문자는 어떤 의미인가’ 등 많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경찰 “자살은 기정사실”
현재까지 경찰은 고 안재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경찰이 이렇게 결론 내린 근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에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안재환이 발견 당일로부터 약 10일 전 만취 상태에서 연탄가스를 마시고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경찰에 보내왔다.
유가족들은 국과수의 부검결과를 100%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다시 국과수에 안재환의 유서 필적 감정을 의뢰했다. 필적감정결과 조작흔적이 보일 경우 유가족들의 주장에 상당한 무게가 실릴 것으로 기대됐다.
유서는 4쪽 가량으로 안재환의 시신 발견 당시 차량 내에서 방송스케줄용지 뒷면에 쓰여 진 것이었다.
그러나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9월 25일 오후 “‘개인특성상 동일'이라는 국과수의 필적감정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국과수 감정결과에 따르면 안재환의 유서의 글씨체는 고인의 생존 작성 문서의 글씨체와 글씨를 굴린 형태나 쓰는 방법 등이 동일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난 12일께 안재환의 유서원본과 정선희 측으로부터 고인이 예전에 작성한 편지 등을 국과수 필적감정팀에 보내 필적감정을 의뢰했었다.
경찰은 안재환의 유서에 대한 국과수의 필적감정이 끝남에 따라 유서의 진위여부에 대한 의혹은 풀렸다고 보고 안재환의 생전행적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안미선씨는 경찰진술에서 “사인을 명백히 밝혀달라”, “부채가 있다는 사실은 무근이다”, “정선희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안재환이 누군가에게 납치됐으며 정선희씨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안미선씨는 “정선희가 장례식날 어머니(시어머니)에게 ‘안재환과 납치당했으나 납치범들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나(정선희)만 풀어줬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안미정씨는 30여분에 걸친 진술을 마친 뒤에도 “반드시 범인이 있다”며 “안재환의 장례식 날 (정선희가) 재환이랑 같이 납치돼 있다가 자신이 먼저 풀려났다고 똑똑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또 안미정씨는 “정선희가 왜 비밀을 유지하면서 입을 안 여는지 궁금하다.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풀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정선희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정선희는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라. 정선희가 납치돼 범인을 봤으면서 왜 입을 다물고 있나? 빨리 나와 범인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안미선씨는 경찰에 정선희의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정선희가 동생을 죽인 범인을 알고 있어서 해외에 나가면 안 된다는 것. 하지만 경찰은 정선희씨가 범법자가 아닌 만큼 출국금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찰은 고 안재환 납치 의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조의금 놓고도 입장 달라
노원경찰서는 “납치 부분 수사를 마쳤다"며 “여러 수사 결과 납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히면서 “납치 부분은 의혹 제기 당시부터 조심스레 수사를 해왔다. 여러 불확실한 루머로 수사에 힘든 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다음 주 내로 아내 정선희를 출두시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더욱 정확한 수사를 위해 정선희 추가 조사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안재환 가족들과 정선희씨 사이에 불협화음도 일고 있다.
안재환 가족들은 “안재환의 장례식 조의금을 정선희 측이 모두 가져갔고 경호업체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선희 측은 조의금에 손도 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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