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성공과 실패를 역사에 기록하고자 했다”
회고록 초안 공개 후 박영준·이상득과의 과거 관계 회자
MB와 이별전쟁 서막…존재감 부각…쇄신파 아이콘으로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사를 작성한 회고록 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원 외교,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국책 사업들에 대한 비화를 포함해 그동안 정치적 앙숙이었던 박영준 전 차관과 이상득 전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의원은 민감한 시기를 고려해 출간을 늦춘 상황이다. 수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 의원의 이번 회고록 초안이 작성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선 그 진의와 정치적 배경 분석에 분주한 모습이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정 의원의 회고록이 발간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갖가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왜 이러한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일까.
“정두언 의원이 이명박 정부 비사에 대한 회고록을 왜 출간하려 하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이명박 정부 관련 비사를 작성한 회고록 초안을 완성했다고 발언한 후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들은 ‘왜 정두언 의원이냐’에 주목했다. 회고록을 정 의원이 왜 작성했는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두언 출소 후 지인들과
만나 무슨 말했나 봤더니
정 의원은 출소 후 일부 지인들과 서울 한 식당에서 만나 이와 관련된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의 업적과 실책을 역사에 기록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이를 교훈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회고록을 작성한 시기도 ‘관심사’다. 이는 회고록 내용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기는 정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를 때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당 한 인사는 “정 의원은 1심에서 유죄를 받는 등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정계은퇴를 생각했을 때 집필했던 만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사를 공개해 업적과 실책을 낱낱이 공개하려 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회고록이 정치적 재기 목적 양상을 띠고 있다. 따라서 초안이 작성됐지만 수정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그 파급력이 약화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 의원은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공개시기를 내년 상반기 이후로 늦춘 상태다.
정 의원의 회고록이 부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정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회고록을 쓰고 출소 이후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이 이슈가 되면서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정 의원의 회고록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굳이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 의원은 출소 후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 대한 얘기도 했었다. 주변에서도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인물이라고 조언을 하고 그랬는데, 주변의 말을 듣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다. 또 정 의원은 처음에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분이 풀리지 않아, 모든 사람들을 원망했지만 ‘성경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자기 자신을 되돌아 봤을 뿐 아니라 자기와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인사들에게도 ‘용서’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회고록 내용 역시 어느 누구를 정조준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잘못된 점과 잘된 점을 기록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굳이 ‘복수의 아이콘’으로 불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아울러 “야당에서 사자방 국조에 대해 문제삼고 있는데 잘못된 부분과 과도하게 공격받는 부분에 대한 것들을 ‘국조’에 올려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정태근 역할’ 주목
제2의 선상반란?
그러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 의원 회고록을 작성한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겨 있을 것이라는 해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여당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는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주제로 회고록을 작성한 만큼,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도 나쁘게 내리고 있다”며 “정권 창출에 일조했는데 자신이 외면 받은 것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의 회고록에 정태근 전 의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과 연관지어 바라보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CNK그룹의 다이아몬드광산 개발비리 등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앞장서 제기했던 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 의원 측에서는 야당이 제기한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과정이나 아랍에미리트 등지의 한국형 원전 수출 내막과 경제성에 대한 의혹 등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이 공개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이 ‘이상득-박영준’ 등 자원외교에 앞장섰던 인사들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상득 전 부의장과 박영준 전 차관은 자원외교 사업을 주도했던 것. 또한 야당 등에서도 자원외교 등에 대한 비리를 파헤치며 이들을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두언 vs 이상득·박영준’의 과거 관계가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정무부시장으로 보좌했던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다. ‘왕의 남자’로 불렸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 이상득 라인으로부터 “인사에서 자기 사람을 많이 챙긴다”는 견제를 받게 되면서 권력 핵심에서 밀렸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파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자연스레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이 전 부의장과 핵심 측근인 박 전 차관 등을 겨냥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고록에서 정 의원은 자원외교 등에 대한 실상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 역시 그의 회고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정 의원은 “어이가 없다. 물건을 사러 가면서 ‘나 그거 사러간다’고 공표를 하고 가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값을 올리겠나. 더군다나 ‘어마어마한 사람이 간다’ ‘우리가 성과를 꼭 내야 한다’고 팡파르를 울리면서 간 바보같은 장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라 정 의원이 야당과 행보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이명박 정부 인사들로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듯하다. 따라서 자원외교에 대한 비리 및 검찰 수사 강도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정 의원의 정치적 재기에도 회고록이 한몫한다는 평이다. 정 의원의 존재감은 이미 부각이 됐다. 비리에 연루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는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파기환송심 무죄 판결로 일정부분 해소했지만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차기 총선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 선언을 통해 쇄신파 재규합의 신호탄을 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 의원이 박근혜 정부와 당 지도부를 견제하는 구심점이 되길 원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 의원이 아직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렸지만 추후 ‘쇄신파의 구심점’ 역할을 통해 정치 재개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 의원이 정치적 부활을 노린 뒤 서울시장 출마를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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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