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프로야구 FA 거품론, 돈쓰고도 찜찜했다
고개 드는 프로야구 FA 거품론, 돈쓰고도 찜찜했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11-24 11:26
  • 승인 2014.11.24 11:26
  • 호수 1073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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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FA 사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178억 쓴 한화 3년째 꼴지

10구단 체제와 타고투저 등으로 FA 시장 혼돈…신흥 강팀 관심 뚝

▲ 최정, 김강민(SK), 윤성환, 안지만(삼성), 장원준(롯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4 한국프로야구 시즌은 마무리 됐지만 2015 시즌을 위해 구단마다 용병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 한국프로야구 FA(자유선수계약) 시장은 19명이나 신청을 하면서 스토브리그가 과열되고 있다. FA 시장 규모도 급성장해 지난해 최고 7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최고 100억 원까지 거론되면서 구단들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선수 영입에도 눈치 작전이 시작되면서 리빌딩을 외치는 기존 구단들과 효율성을 앞세워 파란을 일으킨 신흥 구단들의 힘겨루기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FA시장이 지난 20일 개장했다. 오래 FA를 선언한 19명의 선수들은 오는 26일까지 일주일간 원 소속구단과 우선 협상을 하게 된다 이에 구단들 역시 준비로 바쁘다.

우선 올 시즌 최대 5명씩을 내놓게 되는 삼성과 SK는 일정이 가장 분주하다. 삼성의 경우 지난 20일부터 박덕주 운영팀장이 투수 권혁을 만난데 이어 21일에는 내야수 조동찬, 투수 배영수, 22일에는 투수 윤성환과 안지만을 각각 만났다. 

SK도 지난 20일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내야수 최정과 나주환을 만나면서 FA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FA 시장은 523억5000만 원으로 기록하면서 최고 총액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역시 이를 뛰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삼성의 윤성환을 비롯해 안지만, SK 최정, 김강민, 롯데 장원준 등 대어급 선수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 KT의 1군 진입도 시장 과열을 부채질 하고 있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KT는 9개 구단으로부터 20인보호선수 외 1명을 지명해 전력 보강에 나서게 된다. 또 FA 시장을 통해서도 조직력 확보를 위한 배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올 시즌 중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화, KIA, 롯데, 두산, SK 등이 옛 명성을 재건하기 위해 사령탑을 바꾸고 본적격인 리빌딩에 들어가면서 비교적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FA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구단들의 과잉경쟁은 실속 업는 쩐의 전쟁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크게 FA 몸값이 치솟았지만 지난 시즌의 경우 고액으로 영입한 선수들이 먹튀 논란까지 일으키며 구단의 체면을 깎아 먹었다.

지난해 최고 몸값을 자랑했던 롯데의 강민호의 경우 4년간 총 75억 원에 계약했지만 시즌 성적은 96경기서 타율 0.229(310타수 71안타), 16홈런, 40타점, 특점권 타율 0.169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수비에서 나름 안정된 투수리드와 도루저지율로 공헌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에게 쏟아 부은 돈에 비하면서 초라하기 그지없다.

3년 연속 꼴지를 기록한 한화도 지난해 내‧외부 FA들을 잡는데 무려 178억 원이라는 자금을 동원한 바 있다.

거품론 등장 고액 FA 효율성은 글쎄

이에 과거 고액 FA들을 되돌아 봤을 때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 이에 FA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FA 몸값이 급상승하면서 한국 프로야구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FA 계약 총액이 선수당 4년 70억~80억 원 선으로 형성될 경우 구단들의 자세가 달라 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초 이사회를 통해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인 30만 달러를 폐지했다. 그 첫 수해자가 한화의 앤드루 앨버스다. 한화는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등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최근 KT는 외국인 3루수 앤디 마르케를 60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LG 재입단이 틀어진 투수 레다메스 리즈 역시 LG로부터 120만 달러를 제안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쓸 수 있는 돈은 100만 달러 수준으로 약 10억 원가량이면 팀 전력 향상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비춰봤을 때 구단들이 리그 정상급 선수의 FA금맥으로 계약금 30억 원, 연봉 10억 원이상으로 책정한 것이 무리수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욱이 FA 재자격 취득에 4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총액 70억 원이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의존도가 높았던 점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구단은 FA 대어를 잡는 것보다 메이저리그에서 100만 달러정도를 주고 괜찮은 외국인 용병을 데려오는 것이 더 효율 적일 수도 있다.

올 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는 NC의 에릭 테임즈로 그의 득점 생산력(RC/27)은 9.57을 기록했다. 이는 넥센 강정호(10.89)에 이어 리그 2위에 해당 돼 구단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RC/27은 한 타자로 1~9번 타순을 꾸렸을 때 27의 아웃(1경기) 동안 낼 수 있는 특정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와 함께 올 시즌 타고투저의 분위기도 FA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평가다. FA는 직전 성적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의 경우 그 분별력이 희미해 졌다.

통상 3할 타자는 매년 10~20명 내외서 꾸준히 유지됐고 강타자의 상징인 30홈런도 최근 9년 동안 통틀어서 11명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3할 타자도 36명으로 급증했고 30홈런 역시 올해 7명이나 나왔다.

투수들의 평가도 애매해졌다. 올 시즌 팀 자책점 1위인 NC의 기록은 4.31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시즌 7위에[ 해당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가운데 2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전무하다. 릭 밴덴헐크(삼성) 정도가 3.18을 기록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타고투저는 FA 시장에서의 가격 오류를 유발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선수와 구단 양측 모두에게 서로 다른 판단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탁월한 인재 발굴 신흥강팀에 주목

▲ 2014 한국프로야구 MVP 서건창(넥센)과 신인왕 박민우(NC)
이런 가운데 올해로 3년 연속 MVP를 배출한 넥센과 2년 연속 신인왕을 차지한 NC의 저력이 주목받고 있다.

넥센 루수 서건창은 지난 18일 열린 2014 프로야구 부문별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했다. 이로써 넥센은 3년 연속 MVP를 배출하는 경사를 맞았다.

서건창의 승승장구는 다음 시즌도 기대되는 가운데 그는 역대 최초로 한 시즌 200안타를 돌파했고 135득점을 올려 역대 한 시즌 최대 득점 기록도 다시 섰다. 또 타율(0.370), 최다안타(201안타), 득점 타이틀을 휩쓸어 3관왕에 올랐다.

더욱이 역대 MVP가운데 2루수 출신은 서건창이 처음이라는 점, 신고 선수 출신이라는 점 또한 야구사의 한 획을 그었다.

서건창은 2007년까지 고교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프로 입단이 꽤 순조로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해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다.

이에 서건창은 LG에서 신고선수로 야구 인생을 시작했지만 그 인연도 오래가진 않았다. 서건창은 군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넥센에서 다시 신고 선수 신분으로 출발을 했다.

하지만 서건창은 노력을 통해 당당히 1군 엔트리에 올랐고 2루 자리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신인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 사상 200안타의 주인공이 되며 진가를 발휘했다.

이처럼 서건창이 MVP에 오르기까지 넥센의 팀내 분위기도 한몫했다. 넥센은 모기업이 없는 팀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한때 주축 선수들을 현금을 받고 넘겨주면서 선수 장사꾼이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결국 넥센은 비싼 선수들을 쓰기 어려워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게 집중했고 LG에서 죽을 쑤던 박병호를 거포로 만든 한편 신고선수 출신 서건창을 발굴하면서 탁월한 선수 발굴 능력을 드러냈다.

이에 넥센은 가능성에 투자하며 내부 육성을 잘하는 팀으로 손꼽힌다. 올 FA 시장에서도 한 발짝 물러난 상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돈 문제를 떠나 넥센다운 색깔을 낼 수 있는 선수들을 육성시키는 것이 FA 영입보다 더 효율적인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염 감독은 “내부 육성이 가장 우리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좋은 선수들도 많다. 우리다운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자원을 잘 키워 쓰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막내팀 NC 다이노스의 활약도 기존 구단을 긴장케 하고 있다. NC는 내야수 박민우가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2년 연속 신인왕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지난해 투수 이재학은 NC 창단 첫 신인왕이라는 새 역사를 써내려감과 동시에 10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올 시즌 박민우는 11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8, 1홈런, 40타점, 50도루를 기록해 NC의 새로운 1번 타자로 자리매김했고 도루 부분 2위에 올랐다. NC는 박민우 등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시즌 2위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NC는 지난 2년간 신생팀 특혜를 받아 꾸준히 FA 시장에서 팀의 주축이 되는 인재들을 등용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특혜가 사라지게 돼 FA 보다는 내부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신흥 구단들의 변화는 FA에서 큰돈을 투자하는 기존 구단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이들이 말하는 효율성은 당당히 정규시즌의 2~3위를 차지하며 입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 강호들이 FA 시장에서 규모가 큰 쩐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효율성을 외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FA금액으로 쉽게 거론 되는 50~60억 원의 금액은 일반 야구팬들이 평생을 벌어도 접근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점에서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FA 제도는 1999년 도입돼 삼성이 이강철과 3년간(2000~2002년) 총액 8억 원에 계약을 필두로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15년간 FA 선언을 한 선수는 총 142명이었다.

물론 142명 가운데 완전 FA 자격을 얻어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총 7명 이었고 4명은 FA 선언을 한 뒤 계약할 팀이 없어 유니폼을 벗었다.

다만 그중 최영필은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KIA 복귀해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있다. 결국 11명을 제외한 131명이 계약에 성공했고 이들에게 들어간 돈은 총 2149억8300만 원(KBO 신고기준)이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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