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 ‘소리 없는 부활’
남경필 경기도지사 ‘소리 없는 부활’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11-24 11:14
  • 승인 2014.11.24 11:14
  • 호수 1073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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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 훌훌 털고 ‘연정’으로 대권 승부수

‘이상주의’가 ‘현실주의’에 부딪혀 무산될 뻔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연정(연립정부 또는 연합정치)’을 통해 확실한 부활을 일궈가고 있다. 사회통합부지사를 제안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연정 무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중심에 남 지사가 존재한다. 개인사 문제로 인해 곤욕을 치렀던 남 지사는 도의원들을 직접 만나는 등 진정성을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연정이 성공하면 무상급식으로 보수결집을 노리는 홍준표 경남지사보다 대권 후보로서 더 파괴력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남 지사의 연정 성공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남경필 지사가 가족사로 인해 ‘대권은 힘들다’고 말하지만 경기도정을 이끄는 방식을 봤을 때는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 중 한 관계자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무상급식’을 통해 집토끼를 잡고, 중도층의 동의를 얻어 영남권 대권후보를 노리고 있다”며 “이에 반해 남 지사는 통합과 상생을 통해 정치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연정이 성공하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 끝이다. 결과적으로 ‘모 아니면 도’인 셈”이라고 귀띔했다.

요즘 남 지사는 선봉에 서서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인물이다. 이혼에 장남 폭행사건까지 겹친 상황에서도 그는 연정을 강조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의원시절 ‘소장파’로서 당내 개혁을 외쳤지만 빈번히 실패했다. 대부분 비주류에 있으면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주류에 잠시 있었지만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다. 대권 등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오명을 벗고, 의원시절 강조해왔던 정치 개혁을 실현시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여권 한 관계자는 경기도지사 출마하기 전 상황을 회상하며 “남 지사가 떨어지거나 붙거나 박근혜 정부로서는 손해볼 장사가 아니다. 따라서 그의 ‘차출’은 비박계인 그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고 얘기한다. 그 까닭은 지방선거 전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했던 당시를 기억하고 있어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남 지사는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에 근소한 차로 승리하며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승자독식 구조 타파

이후 ‘경기도지사 남경필’이라는 이름과 함께 그를 더 부각시킨 것은 ‘연정’이다. 도지사에 당선된 남 지사는 새정치연합에 사회통합부지사 자리를 제안했다. “여야, 보수진보가 힘을 합해 기득권, 구태, 끼리끼리 나눠먹기를 혁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야당에서 정책연합을 먼저 하자고 제안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남 지사의 ‘이상주의’가 ‘현실주의’에 부딪혀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봤다. 남 지사 측에서도 야당 부지사 추천 무산에 대비하거나 아예 공약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였다.

남 지사는 진정성을 가지고, 연정을 시도했다. 야당 이념이 담긴 정책을 섣부르게 수용할 수 없었지만 과감히 받아들였다. 야당의 정책이 반영된 정책 합의문을 확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연정이 성사될 것으로 봤다.

그렇지만 연정은 쉽지 않았다. 도의회 야당 의원들의 사회통합부지사 수용 투표가 부결됐다. 이때부터 그의 ‘정치개혁’은 현실정치 벽에 부딪힐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봤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의원시절부터 당내 개혁에 앞장섰던 기운이 다시 샘솟은 덕일까. 남 지사는 연정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야당 도의원들을 직접 만나고, 전화로 설득하기까지 했다. 그런 결실 끝에 남 지사는 ‘연정’을 성사시켰다. 연정의 첫 서막이 오른 것이다. 야당은 사회통합부지사에 8명의 인사가 응모했다. 서류검증과 면접 등을 거쳐 선정된 후보자는 24일 야당 의원총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이러한 결과물을 얻는 과정에서 오해도 있었다. 가정사 문제가 터졌을 당시 연정으로 덮으려 한다는 식의 비판이 쇄도했다.

여당에서도 반발이 극심했다. 튀는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연정을 제안한 것 자체가 완전 포퓰리즘”, “광역의회인 경기도 차원에서 연정 실현이 잘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남 지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랜 정치적 소신이라고 맞섰다. “튀는 행동이 아니다. 5선 국회의원으로서 주창해온 정치철학”이라고 밝힌 것이다.

의원시절 추구하려 했던 개혁이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인지, 남 지사는 경기도정을 꾸려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철학을 마음껏 펼칠 것으로 보인다. 승자독식구조에서 권력분산 상생의 정치를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대선때 여야가 받은 지지율은 52%대 48%였지만 권력은 승자에게 집중됐다. 그러다보니 권력을 가진 쪽에서 국정운영을 주도했고, 패배자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했다. 정치권에서 개헌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권력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했던 남 지사는 중앙 정치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경기도에서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달 30일 열린 새누리당 경기도당 주최 ‘경기도 남부지역 당정협의회’에는 여야 자치단체장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도 관계자는 “이런 변화가 갈등을 양산하는 중앙정치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남 지사는 정치개혁을 넘어 약자를 배려하는 이른바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큰 틀에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 육성 ▲따복공동체(따뜻하고 복된 공동체) 등에 대한 추진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통합과 상생,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정치철학을 몸소 실천해 경기도민들에게 먼저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연정, 지금부터 본게임

하지만 남경필식 연정은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다. 야당 추천 사회통합부지사가 실제로 파견돼야 비로소 연정의 서막이 오른다. 남 지사가 현구도에서 연정이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그리고 경기도민들이 어떻게 볼지 좀처럼 예상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에겐 연정이 성공해야 할 이유가 있다. 정치인이면 누구나 대권에 대한 꿈이 있듯 그 역시 대권에 대한 욕심이 있다. 연정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성공한다면 정치권에는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치개혁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도 있다. 남 지사의 연정에 정치권이 관심을 갖는 이유일 뿐 아니라 그가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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