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 심리로 열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렸다. 이 공판정에서는 2013년 7월 서울 대한문 앞에서 벌어진 민변소속 변호사들과 쌍용차 노조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던 동영상이 상연되었다. 노조원들과 변호사들은 경찰에게 주먹을 날리고 가슴을 머리로 박고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국회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에게 “저xx 깡패야” 소리쳤고, 새누리당 측에서는 “어떻게 저런 양아치 같은 소리를 해” 맞받아쳤다.
17일 법정 동영상과 국회에서 드러난 변호사·노조원·국회의원들의 폭력과 폭언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폭민주의(暴民主義:Mobcracy)로 퇴화되어 갔음을 반영한다. 고대 그리스의 정치사상가 플라톤은 민주주의가 타락하면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폭도 지배의 폭민주의로 퇴화한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민주주의가 퇴락한 폭민주의 현상이 역력하다.
지난 9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공개토론회도 공무원노조원들의 “개xx들이 꺼져! “너 나와” 등 폭언 난동으로 열리지 못했다. 2012년 국회에서는 집권 여당이 야당의 해머, 전기톱, 빠루 등을 휘두르는 폭력에 겁먹고 ‘국회선진화법’을 야당 의도대로 통과시켜주었다. 그로 인해 우리 국회는 “식물 국회”로 전락되었고 다수당이 소수당에 끌려다닌다. 자유민주주의 의회정치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이 폭력에 망가져버렸다.
대한민국이 폭민주의로 퇴화한 데는 까닭이 있다. 지난 날 독재 권력에 항거하는 모든 행위는 폭언·난동·불법일지라도 미화된 데 기인한다. 이제 독재는 사라졌고 준법 민주정부가 확립되었다는 데서 폭민행위는 법치 정부에 의해 가차없이 처단되어야 한다.
17세기 영국의 토마스 홉스는 저서 레바이어던(Leviathan:괴물)에서 인간의 본성을 적시했다. 인간은 자연권인 생존본능, 권력욕구, 쾌락욕구, 공포 기피, 등 본능적 이기주의에 지배된다고 했다. 인간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가 없으면 약육강식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국민은 동물적 투쟁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국가와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했다. ‘사회계약’에서 국민은 자신의 이기적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하고 법을 준수키로 하며 국가는 만인의 투쟁을 막기 위해 법과 질서를 유지해 준다고 했다.
우리 국민들은 법과 질서를 준수해야 하는 ‘사회계약‘을 잊은 채 폭력·떼법을 목적달성의 수단으로 삼는다. 정부는 폭력 난동을 법대로 엄격히 제압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관련 공직자들은 후환이 두려워 모른체하고 직권세력은 문제가 더 커져 정권을 위협할 것이 두려워 눈을 감는다. 민주주의 법치 국가가 폭민주의로 퇴화한 한심한 몰골이다.
그러나 구미 선진국가들은 다르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1981년 불법 파업에 나선 1만1500명 항공관제사들을 법대로 파면해 극성 노조의 기를 꺾었다. 1984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11개월 동안 경찰관 3500명이 부상하는 가운데서도 9000명의 탄광노조원들을 연행, 법대로 다스려 폭력 노조를 꿇어앉혔다. 민주국가의 책임있는 리더십 표출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집권자와 관련 공직자들은 폭언·폭력·떼법 난동에 맞섰다간 다친다며 뒤로 숨기 일쑤다. 그들의 비굴하고 나약한 생리를 간파한 폭민들은 큰 소리치고 난동을 부려야 정부가 설설긴다며 막간다.
선진국처럼 폭민주의로 빠지지 않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폭언·폭력·떼법·난동에 휘둘리지 말고 법대로 다스려야 한다. 법대로 단호히 대처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은 폭민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통령에서 집권 여당에 이르기 까 단호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