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이제 막 2라운드에 접어든 프로배구가 쿠바 폭격기 시몬의 돌풍으로 요동치고 있다.
올 시즌 한국무대에 둥지를 튼 그는 전통 강호 삼성화재를 무참히 폭격하며 소속팀 OK저축은행을 1라운드 1위에 등극시켰다. 올 시즌 ‘시몬으로 시작해 시몬으로 끝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보이는 시몬을 만나 본다.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시몬을 앞세워 선두자리를 좀처럼 내주지 않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3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남자프로배구 V리그 2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이날 시몬은 무려 40득점에 공격 성공률 56.66%를 기록했다.
쿠바 대표팀 출신인 시몬은 세계 정상급 센터로 입단할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서브, 블로킹, 속공 등 공격 삼박자를 모두 갖췄고 여기에 수비 능력까지 탁월하다.
이 때문에 데뷔전부터 시몬은 펄펄 날았다. 최강 삼성화재를 상대로 트리플 크라운(후위공격, 블로킹, 서브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삼성화재를 침몰시켰다.
이 경기에서 그는 양팀 최다 득점인 43점을 올려 2년 연속 정규리그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레오(삼성화재)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이에 시몬은 올 시즌 1라운드에서 득점 2위(223점), 서브 1위(세트당 1038개) 등 공격 부문 상위에 랭크돼 있다. 또 세 차례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그는 1라운드 MVP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28표 가운데 26표를 얻는 등 압도적인 지지로 뽑힌 바 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시몬의 공격은 알아도 막기 힘들 것”이라고 공헌할 정도로 칭찬이 자자하다. 2라운드 첫 경기를 마친 뒤 적장인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확실히 결정력이 있는 선수”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다만 너무 펄펄 날아오른 시몬 덕분에 팀의 걱정은 덩달아 커졌다. 공격 루트가 시몬에게 집중되면서 세트가 진행될수록 타점이 낮아지거나 스파이크의 위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시몬의 본래 포지션은 센터지만 지금은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1인 2역을 하고 있다. 이에 장기전을 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또 시몬의 활약은 반갑지만 지나친 의존이 독이 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격 루트가 단순해지고 시몬이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때 OK저축은행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 시몬의 앞날은 쾌청하다. 우선 기량 뿐만 아니라 인성적인 면에도 출중하다. 시몬은 팀과 융화하려는 자세와 친화력, 리더쉽을 발휘하며 OK저축은행의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사실상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팀 성장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까지 한국배구를 평정한 레오에게 자극제가 되면서 이 둘의 경쟁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요즘 레오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섬뜩할 정도다. 과거 배구를 위해 쿠바에서 푸에르토리코로 망명한 레오에게 시몬은 인생의 멘토이자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시몬을 한국에서 만나면서 레오는 사그라들던 승부욕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간 레오는 레프트 공격수로서 나무랄 데 없는 화력을 뽐내왔다. 다만 블로킹 능력이 처진다는 게 옥의 티였다. 하지만 올 시즌 레오는 몰라보게 변화했다. 두 시즌 동안 블로킹 탓에 놓쳤던 트리플크라운을 이번 시즌에는 벌써 두 번이나 작성했다.
결국 시몬의 등장으로 느슨해지기 쉬운 세 번째 시즌을 초심으로 돌아간 레오를 보면서 시몬은 올 시즌 OK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프로배구의 복덩이 임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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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