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당일 아침에 안건상정 취소…두 번째 연기
KB 사태로 인한 내부출신 선임 부담감…최종 결과는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KDB대우증권 사장 선임이 다시 한 번 연기됐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30일 예정대로 이사회를 열었으나 관련 안건은 당일 오전에 상정이 취소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장 선임이 미뤄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대우증권은 지난 9월에도 사장 선임을 예고했으나 한 차례 취소한 바 있다. 이로써 대우증권의 사장직 공백은 4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상황이다.
애초 대우증권 사장 후보로 떠오른 이영창 전 부사장, 홍성국 부사장, 황준호 부사장 등 3인방은 모두 쟁쟁한 인사들이었다. 대우증권을 거쳐갔다는 공통점 외에도 각자 겸비한 장점이 뚜렷해 내부 출신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한 모습이었다.
특히 이사회 전날에는 이 전 부사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정 전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하루 만에 뒤집혀 이들 중에서 사장 단독후보가 나올지조차 불투명해졌다.
자질 논란에 투서까지
이 같은 표류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후보들에 대한 추가검증이 필요했다는 것이 그 예다.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세 후보를 두고 좀 더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선정일이 가까워지면서 일부 후보의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투서가 난무하면서 보류로 방향이 바뀌었다”면서 “단독후보가 선임된 후에는 분위기상 이를 뒤집기가 힘들다는 부담감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후보들 중 어느 누구도 산은금융지주와 금융당국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현재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은지주가 최근 금융권 기류를 의식해 외부 인사를 배제하기는 했으나 아직 미련이 남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른 관계자는 “매각을 앞두고 금융당국에 영향력이 큰 인물을 원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KB 사태의 부담감으로 산은지주가 외부인사를 선뜻 내세우지 못하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과 금융당국 속마음은
그러나 산은지주가 이러한 모험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대우증권이 사장 선임을 한 차례 연기했던 것이 그 증거다. 당시 내정설의 주인공이었던 박동영 전 부사장은 내부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논란에 휘말려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박 전 부사장은 타 외국계 증권사를 거쳐 대우증권에서 3년간 재임해 어느 정도 내부사정을 아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 밑에서 일한 박일경 전 문교부 장관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낙하산이라는 의심도 받아야 했다.
이에 산은지주는 지난 9월 예정했던 사장 선임을 미뤘고 후보군 재선정에 고심을 기울였다. 대우증권 인수 이후 점철된 낙하산 사장 이미지를 이 기회에 벗어보고자 하는 다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급작스럽게 사장 선임이 무산되면서 12월까지 공백기를 더욱 키울 전망이다.
전임이었던 김기범 전 사장이 지난 7월 물러난 것 역시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김 전 사장은 임기가 8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돌연 사퇴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었으나 사실은 산은지주와 김 전 사장 사이의 의견 충돌이 주된 이유였다는 전언이다.
이를 통해 볼 때 산은지주는 신임 사장과의 교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당장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이 끝나는 대로 대우증권 매각이 시작될 것을 감안해서다. 이 때문에 산은 입장에서는 12월까지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꼭 맞는 후보를 찾아내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존 후보들의 재검증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새 인물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증권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큰 대우증권이 아직 산은 등 정부 산하에 있다 보니 어렵게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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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