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두 어머니의 상반된 비극

‘어머니의 사랑은 하늘같다’고 했나.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향한 모정은 토를 달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사회를 놀라게 한 두 어머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딸을 낳고도 출생신고는커녕 11년간 아무 것도 주지 않은 무책임한 어머니. 그는 결국 딸이 낯모르는 남자의 성노리개가 되어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한 명문대 여교수는 제 손으로 딸의 학벌을 높여주려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싸였다. 사랑이 너무 모자라서, 또는 너무 넘쳐서 벌어진 두 어머니의 비극 속으로 들어가 본다.
‘다른 남자 아이라…’
지난 14일 인천시 연수경찰서는 박모(49·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그의 혐의는 아동복지법 위반. 직접 낳은 친 자식을 내버리다시피 방치했기 때문이다.
스무 살에 결혼, 4남매를 둔 박씨는 1996년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식당종업원으로 나섰다.
문제는 그곳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잠자리를 가진 것부터 시작됐다. 하룻밤 불장난으로 여긴 내연남과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몇 달 뒤 박씨는 점점 배가 불러오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병원에 갔을 땐 임신 6개월. 중절수술을 하기엔 이미 늦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박씨는 가족들을 피해 몇 달간 가출을 결심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딸 김모(12)양을 낳았다. 새 생명이 탄생했지만 박씨는 아이를 키울 마음이 없었다. 남편과 가족에게 불륜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울 뿐이었다. 어린 핏덩이는 6년간 교회 등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어야했다.
그러다 2003년 박씨는 생활정보지 한쪽에 실린 광고를 보고 반색했다. ‘어린이를 돌봐준다’며 김모(42)씨가 낸 광고였다. 딸의 손을 잡고 김씨를 찾아간 박씨는 매달 양육비를 보내는 조건으로 김양을 맡겼다. 김씨에겐 딸아이를 자신의 조카라고 속였다.
성폭행 범에 딸 내몬 엄마
박씨는 딸을 맡긴 그 달부터 연락을 끊었다. 대신 김씨의 통장으로 매달 조금씩 돈을 부쳤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당연히 아이를 잘 돌봐줬을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김양은 학교에 갈 수도 없었다.
말문은 트였지만 기본적인 한글도 모르는 백지상태. 매일같이 동네놀이터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던 김양이 가출을 마음먹은 건 놀라울 것도 없었다. 결국 맨몸으로 집을 나선 김양이 40대 남자를 만나 강간당하면서 아이의 기구한 운명은 세상에 알려졌다.
성폭행범인을 붙잡은 경찰이 수사를 하면서 김양의 존재가 드러난 것. 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김씨의 통장계좌를 추적한 끝에 아이의 친엄마인 박씨를 찾아냈다.
담당수사관은 “박씨가 지난 10년간 가슴 졸이며 살아왔다고 했다. 친엄마가 있는 이상 아이호적을 만들려면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아이엄마가 결단을 못내리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내 딸 좋은 학벌 주고 싶어’
한편 명문대 편입비리의혹에서 드러난 또 다른 사건은 지나치게 넘쳐흐른 모정이 비극을 불렀다. 검찰은 Y대 김모 교수가 지난해 1월 이 대학 간호학과에 편입학한 딸의 전형과정에서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김 교수가 직접 심사위원까지 맡은 것은 아니지만 면접절차에 일정부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기초조사가 끝나는 대로 소환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 딸은 2007년 1월 간호학과 편입학시험에 응시,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따고 합격했다. 그 때 김 교수는 간호학과 부학장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에 대해 Y대는 “그 때 김 교수는 야간전형 입시에 심사를 맡았을 뿐이다. 주간시험에 지원한 딸의 서류전형이나 편·입학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검찰에 의해 김 교수가 두 번에 걸쳐 편입학전형 관련 사정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정회의는 합격자를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자리다.
Y대 ‘어머니 감싸기’ 거짓 해명?
김 교수가 사정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지난 16일 밝혀지면서 “어떤 영향도 행사하지 않았다”는 Y대 해명이 거짓논란에 휘말렸다. 검찰은 “김 교수가 딸의 합격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그런 흔적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고 말해 다툼에 불을 지폈다.
이에 관련, Y대 입학처장은 “사정회의 때 모든 채점이 끝나 있었다. 그때 부학장이었던 김 교수는 학과책임자로서 학장과 함께 참석했을 뿐이다. 채점결과를 확인하고 서류에 도장을 찍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교수자녀가 응시했을 경우 해당 교수는 전형에 절대 참여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행정실수로 간호대에만 공문이 전달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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