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편 찾아 떠납니다‘30ㆍ40대 골드미스들’
외국인 남편 찾아 떠납니다‘30ㆍ40대 골드미스들’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09-29 10:46
  • 승인 2014.09.29 10:46
  • 호수 1065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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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능력 있는 외국 男 왜 선호하나

34~39세 연봉 4천만 원 이상 女 ‘글로벌 매칭 신청’
한국男 ‘나이 많고 조건 좋은 여자 부담스러워 한다?’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돈 많고 능력 있는 골드미스들이 배우자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남성을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여성을 선호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자보다 능력 있는 여자를 만나면 남자가 기를 못편다’는 유교적 사상이 남아있어서 골드미스들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배우자를 찾는 골드미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눈이 높아서 한국 남성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들린다.

사회생활 12년차 A(36·여)씨는 그동안 회사 일에만 집중하며 살아왔다. 주변에서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라는 잔소리가 있었지만 A씨 스스로 자리를 잡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일에만 몰두한 것이다. 이제 A씨는 모아놓은 돈도 많고 연봉도 높아 소위 말하는 ‘골드미스’가 됐다. 삶의 여유가 생긴 A씨는 슬슬 남자를 만나려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미혼 남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고민하던 A씨는 결혼정보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결혼하고 싶으면 조건을 낮추세요”

A씨는 수백만 원의 돈을 내고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했다. A씨가 바라는 조건은 간단했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와 연봉을 가진 사람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연락을 받고 나가서 만난 남성들은 A씨가 바라는 남성들이 아니었다. 6~7세 연상은 기본이고 그보다 젊은 남성의 프로필은 보여주지도 않았다. 거기에 커플매니저는 A씨에게 “눈을 낮춰야 결혼을 할 수 있다”면서 “원하는 조건을 포기하라”고 강요했다. A씨는 “결혼이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서비스를 탈퇴했다”면서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닌데 왜 눈을 낮춰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골드미스 B씨.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능력 있는 그녀’는 상담을 받기 위해 결혼정보업체를 찾았다. B씨가 바라는 조건은 자신보다 큰 키 하나였다. 175cm의 큰 키를 가진 B씨는 자신과 만나는 남성이 키가 작은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 측은 ‘힘들다’고 대답했다. 그 정도 큰 키를 가진 남성 회원이 많이 없다며 조건을 포기하라고 권유했다. 결국 B씨는 업체 가입을 포기하고 나왔다. B씨는 “많은 돈을 내고 내가 원하는 조건을 포기하면서까지 남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서 “차라리 가입비를 나에게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골드미스들은 자신의 배우자를 만나기 어렵다.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남성을 찾는 것인데 결혼정보업체에서는 매번 조건을 낮추라는 말만 돌아오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업체 매니저들은 골드미스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같은 나이대의 골드미스보다 20대 평범한 여성들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조건의 남성들도 어린 여자를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골드미스들은 자신보다 낮은 조건의 남성들을 만날 때 결혼에 성공할 수 있다.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2010~2013년 결혼한 커플 3천 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력이 같은 경우 아내의 연소득이 남편의 연소득보다 높은 경우가 58.2%였다.

결혼 사각지대? “글로벌 맞선 보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 사각지대에 놓인 골드미스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기와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국제결혼도 ‘OK’라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결혼정보업체도 ‘글로벌 맞선’을 선보였다. S결혼정보업체는 지난해 “농촌 총각을 비롯한 노총각들의 결혼문제는 국제결혼을 통해 일정 부분 해결됐다. 하지만 골드미스의 경우 어린 여성을 원하는 남성들의 결혼관을 이유로 만남 성사 자체가 힘든 실정”이라며 “골드미스는 능력과 경제력, 세계적인 시대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국제결혼에 대해 훨씬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맞선은 34~39세 나이의 여성 중 연봉 4천만 원 이상인 사람만 신청할 수 있지만 6주 만에 약 300명이 신청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모(38·여)씨는 몇 년 전 꿈에 그리던 약국을 개업하고 슬슬 결혼 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빼어난 외모에 능력 있고 자신감도 강한 김씨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배우자를 원했지만 결국 절망하고 말았다. 자신과 학력, 연봉 등이 맞는 남성을 만나기 어려웠던 것이다. 맞선에서 만남 남성은 오히려 김씨에게 “여자가 잘난 것은 다 소용없다”면서 “결혼하면 어머니를 모시고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포기하고 외국인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서로의 문화 환경부터 식성까지 모두 다른 것을 생각하면 걱정도 앞섰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서로 마음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남은 인생을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몇 번의 만남 끝에 호주에서 온 사업가(35)이자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6개월의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 김씨는 “현재 결혼한 지 4달밖에 되지 않은 따끈한 신혼”이라며 “말과 진심만 통한다면 국적은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다. 연하 남편이지만 내 나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법조계에서 일을 하던 최모(36·여)씨는 미국인 C씨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2년 전부터 배우자를 찾던 최씨는 ‘나이가 많다’거나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맞선에서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다 지난해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미국으로 떠난 여행에서 C씨를 만났다. 짧은 여행기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사랑을 느꼈고 최씨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서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올 초 C씨가 비즈니스를 이유로 한국에 머물면서 둘의 사랑은 더욱 커져갔고 결국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최씨는 일을 그만두고 결혼을 준비 중이며,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그곳에서 로스쿨에 다니며 공부를 할 계획을 짜고 있다. 최씨는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된 기분”이라며 “이 사람을 만나기 전 고민했던 내 자신이 바보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미국 등 해외 골드미스 ‘급증’

골드미스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러시아·중국 등에서도 자국 남성과 결혼을 피하는 골드미스들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25~50세 미혼여성이 300만 명으로 같은 연령대의 미혼 남성의 3배로 추산되고 있다. 결혼적령기가 빠른 중국에서는 만 25세 이상부터 골드미스에 속하는데 25~29세 여성 중 미혼녀 비율이 20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을 기록하는 등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유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배운 여자들은 자신보다 못한 남성을 원치 않는 반면 남성은 자신보다 우월한 여성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골드미스들의 외국남 찾기를 두고 남성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외국 여성을 찾아 결혼하는 노총각들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이유에서다. 그들은 “시골에 사는 노총각들도 농사를 싫어하는 한국 여성들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라며 “이를 두고 비난하던 여성들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모(35)씨는 “아직 결혼하지 못한 한국인 노총각들도 많은데 여성들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 정모(31)씨는 “골드미스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눈이 높아서 그렇다”라며 “해외 결혼도 성공 확률이 낮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남성들의 비난에 대해 골드미스 김모(38·여)씨는 “골드미스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가 조건 때문인 것은 맞다. 눈을 낮추면 해결된다”면서도 “그러나 자신보다 더 잘난 조건이 아닌 대등한 조건을 찾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요즘 젊은 남성들도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여성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해야 행복한 것이 사실이지 않느냐. 그런데 왜 골드미스들에게만 조건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성들은 여성이 자신보다 스펙이 좋은 상황을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남자가 여자 위에 있어야 한다는 편견이 현실과 맞지 않는 만큼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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