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빠’들 다시 반격에 나섰나…
2006-12-06 정은혜
지난해 연말연시의 모든 모임은 ‘황우석 토론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 국민이 황우석을 지지하는 ‘황빠’와 그를 반대하는 ‘황까’로 나뉠 정도였다. 그만큼 ‘황우석 쇼크’는 대한민국 전체를 극심한 혼돈과 패닉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 후 1년. 그동안 연구계는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연구 부정을 몰아내는 등 연구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석 사태 이후 서울대학교 내에 설치된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연구진실위)’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다. 연구진실위는 100% 제보를 통해 서울대 교수 및 학생들의 연구부정행위 등을 적발하는 기관이다. 실제로 연구진실위 조사결과, 지난 9월 황우석 전교수의 제자들인 서울대 수의대 학생들이 연구내용과 다른 사진데이터 등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돼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황빠들이 연구진실위를 접수, 아예 작정을 하고 부정행위 교수들에 대한 제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일요서울>은 황우석 사태 이후 1년을 집중 조명해보고, 연구진실위를 점령(?)한 최근 황빠들의 움직임에 대해 취재했다.
황우석 사태 이후 1년
지난해 11월 15일,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갑자기 황 전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어진 황 전교수의 공직 사퇴, MBC ‘PD수첩’이 제기한 ‘난자 매매 의혹’과 ‘줄기세포 조작 의혹’. 줄기세포 의혹은 특허 논쟁, 국익 논쟁, 취재윤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황우석 줄기세포’가 희대의 사기극이 될 줄은 짐작조차 못했다. 하지만 이후 사태는 급변에 급변을 거듭, ‘황우석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다’는 충격적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 국민들은 허탈감과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분신자살자가 나타나는 등 집단 광기의 후유증도 심각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황우석 사태는 우리 사회에 상처뿐 아니라 긍정적 발전의 계기를 남겼다. 국내 학계의 고질병인 논문 베끼기, 표절 등이 도마에 올라 연구계 내에 정화의 계기가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 김병준 전교육부총리는 제자 논문 표절 시비로 낙마했다. 연세대 공대·아주대 의대 교수 등도 논문 중복게재, 데이터 중복사용 등이 문제가 돼 대학의 징계를 앞두고 있다.
연구진실위, 연구부정행위 등 적발
황우석 사태 이후 서울대학교서는 연구투명성 확보를 위해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구성, 본격 활동에 착수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연구진실위가 구성됐고, 정식 업무는 7월 초부터 진행됐다. 심의위원들은 김신복 부총장, 이준구 부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조사결과를 놓고 진위여부를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제보를 접수받는 것부터 조사를 벌이기까지의 실무를 보는 연구처 위원들은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및 처리절차는 ‘예비조사-본조사-조사결과 조치’의 세 단계를 거친다. 연구 부정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면 자체 조사를 거쳐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 제보의 사실 여부를 가려 공표하고, 결과를 학내 위원회로 이관해 처리, 본 조사에 착수, 조사결과에 대한 조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연구진실위는 100% 제보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보는 실명을 원칙으로 하며, 구술, 서면, 이메일 등 모든 방법으로 가능하다.
황빠들, 황 전교수 파면에 보복(?)
이러한 가운데 최근 연구진실위 측에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제보자가 서울대 교수들에 대한 부정행위 등을 잇따라 제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이른바 ‘황빠(황우석 열혈 지지자)’의 소행이라는 것. 실제로 팩스가 잇따르기 시작한 시점과 황 전교수가 서울대 교수 파면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 행정법원에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낸 시점(11월 6일)이 묘하게도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팩스번호가 한 번호로 모두 같을 뿐 아니라, 황 전교수와 관련된 교수들에 대한 부정행위 논문만 집중 제보된 것으로도 알려져 황빠의 행동일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진실위 담당자는 “현재 제보가 잇따르지도 않을 뿐더러 팩스번호가 같은 번호인 것과 황 전교수와 관련된 교수들의 논문이 제보됐다고 해서 황빠의 소행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억측”이라며 “제보자가 누군지 밝힐 순 없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이 같은 소문을 일축했다.
한편, 황빠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여전히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황 전교수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는 내용 및 김선종 연구원 등을 비방하는 글 등을 끊임없이 올리고 있는가 하면, 황 전교수의 공판이 열리는 날에 어김없이 출동, 수백 명의 황빠들이 법정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다.
황 전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관련 재기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황빠들의 열혈 지지 속에서 황 전교수가 ‘화려한’ 재기를 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 ‘황우석 사단’ 어디서 뭐하나
현재 ‘황우석 사단’은 각자 재기를 모색하며 ‘개인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에서 파면된 후 지난 7월부터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연구실을 마련,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구로동 연구실 외에도 경기도 용인에 새로운 연구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황 전교수는 ‘동물 줄기세포 연구’ 및 ‘동물 복제 연구’ 등의 주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황 전교수가 줄기세포를 통한 재기의 꿈을 키우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황 전교수의 변호인 정근화씨는 “최근 국내 최초로 복제된 미니돼지 수컷 3마리를 완성시켜 그 중 1마리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며 “이달 중순에는 외국의 저명한 과학자 5명이 입국하기로 돼 있는데 국제 공동연구 제안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서울대 수의대에서 함께 근무한 대학원생 및 졸업생 20여명을 채용, ‘제2의 황우석 사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천, 안규리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들도 속속 원직으로 복귀하는 모양새이다. 황 전교수 팀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안규리 교수는 2개월 정직처분을 받은 뒤 지난 7월 정기인사에서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분과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 열린 서울대 징계위원회에서 ‘황우석과의 결별’을 공식 선언, 황 전교수팀의 2인자로 알려진 이병천 교수도 지난 10월 31일자로 3개월 정직에서 해제됐다. 이교수는 지난달 1일 부교수로 복직, 대학원에서 4학년 과정 2과목을 맡아 다시 강의를 하고 있다.
강성근 전교수는 지난 7월 연구비 횡령 등으로 해임된 데 대해 불복, 소청심사를 청구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아 교수 신분을 회복했다. 그는 현재 벤처기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다’는 폭탄발언으로 충격을 줬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연구원들을 대폭 교체하고, 최근 줄기세포 관련 특허를 제출하는 등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