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두 번 울리는 당일 여행…‘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2006-11-14     서준 프리랜서 









당일 패키지여행의 피해


오로지 상품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당일 여행상품’이 돈 없고 힘없는 중장년층을 울리고 있다. 1인당 2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각종 축제 장소를 여행할 수 있다고 속인 후에 말 그대로 ‘끌고 다니면서’ 상품을 강매하는 것. 여행객들은 그나마 적은 돈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순간적인 충동구매를 한 후 집에 돌아가 후회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대부분의 상품들은 ‘반품 및 환불 불가’를 조건으로 하고 있어 뒤늦게 후회를 해봐야 소용없다. 중장년의 서민층들을 울리는 당일여행의 폐해를 집중 취재했다.


김옥선 주부(39)는 평생토록 고생만 해 온 부모님을 위해 최근 당일 여행을 보내드렸다. 가격도 저렴하고 당일이기 때문에 연로한 몸에 무리가 갈 염려도 없었기에 잘됐다 싶어 얼른 여행사에 돈을 입금했던 것.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님의 표정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알고 보니 말로만 여행이었을 뿐, 실제로는 물품 강매였다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적은 경비로 유인을 하고 현란한 화술로 사람을 혹하게 한 뒤 물건을 파는 악덕 업주들의 행태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며 “관계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그녀는 “1인당 여행경비가 터무니없이 저렴한 1만7천원이라고 할 때부터 의심을 했어야 했다”며 통탄했다.

싼 여행, 알고 보니 ‘물품 강매’
이러한 악덕 여행사 업주들의 횡포가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대목’을 노리는 이들의 광고가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각 지자체마다 축제를 많이 열고 있어 이 축제를 빙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거의 매일 출발하는 이런 사기성 여행은 보통 45인승 차량으로 출발하게 된다. 모이는 시간은 아침 7시30분에서 8시 사이. 여행사는 2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교통비는 물론 세끼 식사까지 모두 책임지겠다고 하기 때문에 선뜻 예약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연령층은 대개 4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낯선 이들과 여행을 하며 하루 동안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들뜬 이들이 차에 오르게 되면 버스는 인근의 지하철역들을 순회하며 여행객들을 태운 후 출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직행하는 곳은 다름 아닌 건강보조식품 회사. 대개 천안 등 경기 인근에 위치한 공장은 여행의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위한 ‘견학’을 명목으로 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일종의 강매에 돌입하게 된다. 판매원의 말에 일련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자기 회사의 제품은 유수의 대학과 제휴를 한 것은 물론이고 건강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 미국 FDA의 인증을 받기 위해 서류를 넣어놓았다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현란한 화술로 여행객 ‘현혹’
특히 판매원은 서울대 연구원, 기술팀장 등을 사칭하며 약 2시간 동안 지겹도록 상품 구입을 강요한다. 일부 판매원들은 현란한 입담을 뽐내며 청중들을 웃기는 실력이 좋기 때문에 함께 있다 보면 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최근 당일 여행을 다녀온 한 중년 여성은 “사실 나는 물론이고 함께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그 판매원들의 저의는 충분히 알고 있다. 처음에는 ‘절대로 안사야지’하고 마음먹지만 그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자연스럽게 변하게 마련이다. 교묘하게 자극하고 돈을 쓰게 만드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신문에 난 광고를 보여주면서 이제 곧 나올 방송광고 전에 특별히 홍보하는 것이라고 하는 등 신뢰감을 줄 뿐만 아니라 무이자 카드 할부도 된다고 말한다. 특히 후불제도 가능하다는 것이 키포인트. 하지만 제품구입 신청서의 뒤편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절대로 반품과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어 나중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씨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건강보조식품 공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려 3시간에 이른다. 아침 일찍 출발한 여행은 어느덧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이동 중에 간단히 국도변의 식당에서 요기를 한 후 다시 승차를 하면 버스는 다시 한참을 달려 사슴농장 같은 곳으로 가게 된다. 농민들이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마진이 없어 무척 저렴하다는 것도 빠지지 않는 멘트. 한 시간 반가량 설명을 듣고 난 뒤 녹용으로 담근 술 한 잔씩을 권유 반으로 마신 후에 본격적인 제품 구입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지친 일부 사람들이 원성을 높이기는 하지만 여행 안내원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그 후 이제 본격적으로 관광지로 출발을 하게 되지만, 정작 관광지에서 보내는 시간은 채 1시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저 멀리 사적지가 있는 곳을 가리키는 안내원의 손끝만 보다가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그 후에는 지자체의 축제 장소에 가지만 그것 역시 상품 강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젓갈 축제라고 하면 역시 젓갈을 판매하는 도매 센터의 한 업소로 이동하게 된다. 물론 그 업소이외의 곳에서 물건을 구입했다간 의리 없고, 경우 없는 행동이라는 지청구를 듣게 되기도 한다. 막걸리를 주기도 하지만 그 역시 일종의 ‘심리전’이라는 것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이다. 일단 먼저 호의를 베푼 다음에 그 미안한 마음에 물건을 구입하게 한다는 이야기다.

버스운전사에게 팁 강요하기도
이것으로 ‘당일여행’은 거의 끝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안내원은 ‘오늘의 여행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준 운전사의 수고에 감사드리자’고 한 뒤 1인당 3천원 정도를 걷어서 줄 것을 강요하게 된다. 누군가 한명이 주섬주섬 돈을 꺼내기 시작하면 돈을 주기 않겠다고 버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후 돌아오는 관광버스에서 신나는 트로트 음악이 흐르고 차가 덜컹거릴 정도의 춤판을 강요받고 나면 그날의 일정은 완전히 끝나고 만다. 2만원 내외의 저렴한 하루여행을 계획하고 떠난 이들 노년의 여행객들 중 반 이상이 약효나 원산지등의 표시조차 불분명한 건강식품을 들뜬 분위기와 만병통치에 가깝게 웬만한 병은 모두 고칠 수 있다고 하는 과대광고에 현혹되어 수백만원어치씩 구매하고 돌아오는 진풍경이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불쾌하기 그지없지만 항의를 하려해도 마땅히 할 곳조차 없을 뿐더러 관계 당국에서도 특별한 제재조치가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악덕 여행 관행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노년의 쇠약해진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매출을 올리는 이러한 악덕상술에 관계 당국의 시급한 조치가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