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특별지명에 떨고 있는 구단들
NC에 뺏긴 경험 탓…20인 보호명단 조각 맞추기에 고심
경험부족 한계로 막막한 KT…FA와 특별지명에 기대감 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5년 비로소 10구단 체제를 갖추게 되는 한국프로야구가 올 시즌 이후 신생팀 KT 위즈의 특별지명을 앞두고 있어 각 구단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 앞서 기존 구단들은 2012년 NC 다이노스에게 핵심전력을 뺏긴 바 있어서 누구를 보호명단 20명에 넣을지 심사숙고 하고 있다. 더욱이 퓨처스 유망주도 보호할 방법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다음 시즌 1군 무대로 옮기는 KT 위즈가 퓨처스리그를 통해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KT는 지난 20일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37승 35패로 북부리그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애초에 조범현 KT감독은 시즌 성적보다. 프로에 갓 입단한 선수들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적응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KT는 퓨처스리그 팀타율 0.293을 기록하며 비교적 괜찮은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KT의 리드오프 김사연이 타율 0.364로 타격부분 2위를 마크하고 있고 김동명이 0.361로 뒤를 잇고 있다. 홈런에서도 김동명이 2위(16개), 김사연이 3위(15개)를 기록하는 등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신생팀답게 마운드에서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KT는 박세웅을 비롯해 외국인 투수 마이크 로리, 앤디 시스코, 베테랑 황덕균을 선발로 내세우고 있으나 아직 확실한 보직을 내리기엔 힘든 상태다. 그만큼 야수에 비해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점도 취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처음엔 부족한 게 많았다. 선수들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그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감독은 시간 단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젊은 투수들을 무리시킬 계획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 때문에 올 시즌이 끝난 뒤 11월에 열릴 특별지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NC성공사례 불편한 구단들
특별지명이란 신생팀에게 기준 구단들이 의무적으로 한 명의 선수를 내주는 것을 말한다. 다만 각 구단은 선수 중 20명을 보호할 수 있다. 20명의 보호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 중 신생팀은 원하는 선수를 지명해 영입할 수 있다. 이때 신생팀은 선수를 지명한 대가로 10억 원의 현금을 원 소속 구단에 지불해야 한다.
이에 2012년에는 NC가 8명을 특별지명해서 영입한 바 있고 올해는 KT가 9명을 특별지명할 수 있게 됐다.
신생팀은 이뿐만 아니라 신인드래프트, 외국인 선수 추가보유 등 다양한 특전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선수들을 데리고는 금세 1군 전력을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자유계약선수(FA)와 특별지명을 통해 기존 구단에서 영입한 선수들이 역할을 잘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창단 초반 성적을 판가름할 수 있다.
이에 KT뿐만 아니라 각 구단들 역시 특별지명에 대비해 치열한 눈치작전에 들어간 상태다. KT의 특별지명에 민감한 이유는 앞서 NC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각 구단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NC는 지난 20일 현재 56승 44패 승률 0.560으로 단독 3위를 질주중이다. 딱 10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4위인 두산 베어스와는 무려 10경기차의 승차를 보일 정도로 막강한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하향평준화된 중하위권 팀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1군 2년차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야구사의 진기록이다.
앞서 창단팀의 최단기간 가을야구 진출 기록은 1988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가 세 번째 시즌에 108경기서 62승 1무 45패 승률 0.579로 정규 시즌 2위에 오르면서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NC가 그 기록을 넘어서게 됐다.
이처럼 NC가 1군 무대에 안착하고 놀라울 정도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는 FA선수와 특별지명의 덕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할 톡톡 숨은 진주의 재발견
특히 특별지명 8인은 현재 NC 전력의 중추를 담당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선 포수 김태군과 3루수 모창민, 외야수 김종호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팀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포수 김태군의 경우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LG에서 다소 정체돼 있었다. 하지만 이적을 계기로 주전 포수로 거듭나면서 안방마님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포수가 없었던 NC의 고민을 말끔히 해소했다.
3루수 모창민은 프로 데뷔 이전부터 많은 지도자들이 탐내는 선수였지만 SK에서 최정이란 거대한 벽에 가로 막혀 멀티플레이어, 백업요원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적 후 그는 NC에서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삼성에서 무명선수로 묻혀있던 김종호는 이적을 계기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을 정도로 펄펄 날고 있다. 그는 지난해 리드오프로 도루왕(50개)을 차지하며 진가를 과시했다. 올 시즌엔 FA 이종욱의 영입으로 주전과 백업을 오가고 있지만 최근 다시 주전으로 나서는 날이 많아지면서 빠른 발을 앞세운 탁월한 작전수행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적 한 달 만에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송신영(당시 한화)은 시즌 초반 고참으로서 후배투수들을 이끌며 불펜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비록 성적은 좀 아쉽지만 앞날이 기대되는 선수들도 있다. 한때 ‘제2의 이승엽’으로 주목받았던 좌타자 조영훈은 지난해 주전 1루수로 한 시즌을 치렀다. 타율 0.282 6홈런 39타점으로 여전히 주춤하지만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넥센이 선발로 키우던 사이드암 이태양은 지난해 4승 8패를 올리며 선발 가능성을 보였으나 올 시즌엔 2군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NC의 미래 선발 자원으로 꼽힌다. 몇 년 뒤가 중요한 선수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친 경우도 있다. 사이드암 고창성과 좌완 이승호는 부진한 모습이다. 고창성은 추격조 정도의 역할 만을 소화해내고 있고 이승호는 잃어버린 구위와 밸런스를 찾지 못하면서 올 시즌엔 단 한 차례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나 특별지명선수들이 없었다면 NC의 1군 안착은 쉽지 않았다는 게 야구계의 평가다.
FA와 군입대로 방어모색
특별지명에 대해 각 구단의 반응은 다양하다. 물론 삼성 라이온스처럼 여유로운 구단이 있는가 하면 리빌딩을 하고 있는 팀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각 구단들은 여러 대책을 간구하고 있다. 우선 보호선수에 포함 시킬 필요가 없는 FA선수들을 많이 충족시키거나 군 입대시기를 조절하는 등 20인 보호선수 외에 유망주들 보호에도 경계령을 발령한 상태다.
올 시즌 사실상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 선수가 5명”이라며 큰 걱정은 하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윤성환을 비롯해 조동찬, 안지만, 권혁, 그리고 재취득하는 배영수까지 FA 자격을 얻게 돼 보호선수에서 자동 제외된다. 더욱이 삼성은 이들 외에도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꽉꽉 채울 수 있는 만큼 우수한 예비자원을 확보하고 있어 다소 여유있다.
특별지명의 혜택을 톡톡히 본 NC 김경문 감독은 유망주가 많아 시즌 후 보호명단 만드는 데 고심이 크겠다는 질문에 “한 명 한 명 생각하면 아깝지만 KT가 꼭 필요한 좋은 선수를 데려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KT는 내년 신생팀으로 144경기를 해야 한다. 우리도 경험했지만 특별지명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좋은 선수들로 구성했으면 좋겠다”는 통 큰 답변을 내놨다. 김 감독은 전력유출을 막아야하는 게 우선이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KT가 빨리 1군에 안착하기 위해 통 큰 지원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반면 올해 시즌 도중 팀을 맡은 LG 양상문 감독은 머리가 복잡하다. 이미 세대교체를 주도하며 실력만 있으면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지금 1군 엔트리를 보면 신동훈, 김재민, 채은성, 황목치승 등 1군에서 거의 보기 힘들었던 선수들도 종종 보인다. 이에 양 감독은 “시간이 날 때마다 보호선수 명단을 한 번씩 짜보고 있는데 머리가 아프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넥센 역시 올해 막강타선을 구축하며 시즌 2위를 달리는 만큼 전략적으로 거포를 잠그고 투수와 포수를 대거 풀어놓을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난 144경기 수 부담가중
반대로 지명당사자인 kt의 고민도 크다. 이미 NC가 성공적으로 1군에 연착륙하면서 부담감이 커졌다. 또 NC에 주어졌던 특혜들이 상당부분 사라져 kt는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조 감독은 NC에 대해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별지명에 대해 그는 “다들 NC에 한 번씩 지명당해 봤기 때문에 좋은 선수는 다 묶을 것 같다. 투수, 포수, 내야수는 다 묶고 주로 외야수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NC 때보다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내다봤다.
또 내년 한 팀당 경기수가 144경기로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감을 털어놨다. 조 감독은 “경기 수가 늘어날수록 가장 불리한 것은 전력이 약한 우리”라며 “선수들 모두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이겨내봐야 한다”고 말해 험난한 시즌을 예고했다.
하지만 kt는 NC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충실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여기에 특별지명에 타 구단의 통 큰 지원이 뒷받침해준다면 성공적인 10구단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갈 길 먼 KT지만 마법사를 뜻하는 영어 ‘위저드(wizard)’의 약자인 팀명 ‘위즈(Wiz)’처럼 성공적인 안착의 마법을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