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앞두고도 인기 없는 한국거래소 주식
증권사 초과 보유분 매각에 외국계만 달려들어…왜
3개월 만에 1주당 5000원가량 떨어져…평가 절하
주가·배당·기업공개 모두 불리…리스크 높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최근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이 이어지면서 매물로 나온 한국거래소(KRX) 지분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내 관련법 개정으로 증권사는 물론 은행이나 보험사도 해당 지분을 살 수 있게 됐지만 매수세가 거의 없다. 이에 반해 해외에서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독일증권거래소(DB)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본래 거래소는 1956년 민간 금융투자회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됐다. 이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정부와 민간의 범주를 오갔다. 현재는 정부 보유지분이 전혀 없고 증권사 및 선물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거래소는 감사원의 정기 감사를 받는 몸이다. 시장을 감시하는 공적기능과 독점적인 주식 매매체결 기능을 들어 공공기관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거래소의 특수 기능과 수익은 물론 방만경영을 지적하면서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한 바 있다. 이에 거래소는 2008년 민영화로 잠시 공공기관에서 벗어났다가 2009년 다시 공공기관으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민영화라는 대전제에 앞서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거래소 측은 매번 정부에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말 11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 기관해제에 포함된 것이 그나마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선행과제인 공공기관 지정해제도 갈 길 멀어
이처럼 거래소의 민영화가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금융투자업계는 각 증권사들이 보유한 거래소 주식가치를 점점 낮게 평가하는 중이다. 현재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거래소 지분은 한 곳당 적게는 0.07%에서 많게는 5%까지다.
실제로 합병을 앞둔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보면 이러한 고민은 현실로 다가온다. 지난해 말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농협금융은 양사가 보유한 거래소 초과지분 처분을 두고 고민 중이다.
현행 자본시장통합법 406조는 회원사들이 거래소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회원사들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지배력을 높이지 못하도록 주식을 강제분산한 것이다.
현재 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각각 보유한 거래소 지분은 2.86%, 4.60%다. 둘을 더하면 2.46%포인트의 초과지분이 발생한다. 거기다 계열사인 농협선물과 우리선물이 각각 보유한 지분 0.4%씩을 합하면 처분해야 할 초과지분은 3.26%로 늘어난다.
때문에 농협금융은 이들의 합병으로 발생하는 초과지분을 신속히 정리해야만 한다. 그러나 국내 움직임은 거의 없고 해외 자본들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에서는 거래소 지분이 주가와 배당 모두 별 메리트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에는 증권업황이 좋지 않아 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이 줄어 배당도 크게 감소했다. 이로 인해 지분가치는 더욱 떨어졌고 공공기관 지정에 묶여 당장 민영화도 쉽지 않다. 매물 증권사가 많아 합병 시 초과지분은 계속 발생하는데 저가에 내놓아도 국내 매수세는 없다시피 하다. 이러한 상황들이 한데 모여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직접 목격한 기관들 국내 매수세 없어
이미 타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보유한 거래소 지분의 지나친 가치절하가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매각대에 오른 현대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러한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이들이 보유한 거래소 지분은 각각 3.12%, 2.92%로 어느 증권사가 인수하더라도 5%를 초과하게 될 양이다. 지난해 말 이들이 보유한 거래소 지분은 1주당 14만4375원에 산정됐다. 그러나 지난 1분기 말에는 1주당 13만9877원으로 3개월 만에 약 5000원가량 떨어졌다.
만약 합병 후 5% 초과분을 강제처분하는 시기가 오면 평가가격은 더욱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보유지분 가치가 하락하면 입찰가격이 100억 원씩 뚝뚝 깎여나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 지분은 주가, 배당, 경영권, 기업공개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다”면서 “거래소 측은 상장 시 주식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하지만 리스크 측면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내 매수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