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바다’ 내부 정보 일부 언론에 ‘줄∼줄’샜다

2006-09-28     김대현 
바다이야기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검찰 정보유출 논란

바다이야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내부가 시끄럽다. 관련 업체와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정보가 유출되면서 출입기자들과 신경전이 벌어진 탓이다. 일부 수사진들은 “출입기자들과 만나지 않겠다”는 식으로 불만을 쏟아냈다는 후문이다.
바다이야기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사안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또, ‘정책적 오류’라며 사과를 한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압수수색 정보가 조선일보, SBS, 경향신문 등을 통해 사전에 보도되면서 수사에 혼선이 빚어졌다.
서울중앙지검 임채진 검사장 등 부장급 간부들과 출입기자단이 지난 12일 오찬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특별수사팀을 맡았던 정윤기 부장이 ‘병가’를 내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바다이야기 수사와 관련, 대검찰청 채동욱 수사기획관이 사건의 지휘봉을 쥐게 됐다. 검찰의 잇따른 정보유출과 언론의 취재경쟁이 불러온 내부 ‘속앓이’의 전모를 취재했다.


지난 9월 12일 12시경 서초동 소재 한 식당에선 검찰 고위간부와 출입기자들의 조촐한 식사자리가 마련됐다. ‘바다이야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법조 출입기자 사이에 빚어진 ‘신경전’을 해소하기 위한 자리였다.
검찰에선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장, 이인규 3차장, 정윤기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 등 부장급 검사 9명이 참석했다. 중앙지검 출입기자들도 하나 둘씩 식당에 모습을 나타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검찰 관계자의 ‘진술’(?)을 빌리지 않더라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고 식사자리를 마련했음을 느낄 수 있다.

검찰 수뇌부 출입기자단과 오찬
중앙지검 고위 간부와 기자들이 ‘신경전’을 벌인 이유는 바다이야기 사건과 관련, 검찰의 수사내용이 사전에 유출된 탓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등 중요한 정보들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뜩이나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경이 예민해 있던 검찰은 언론이 앞 다퉈 압수수색 예고기사를 내보내자, 결국 이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와 관련된 기사는 대상자에게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는 격이 될 수 있다. ‘증거인멸’ 등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압수수색을 앞둔 일부 장소에서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수사진행이 혼선을 빚어야만 했다. ‘바다’ 속을 들여다보던 검찰이 자신들의 ‘속’은 그대로 노출시키고만 것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자, 일부 부장검사들은 더 이상 말단 기자들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면서 “지검장이 직접 수사진을 찾아와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바다이야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과 관련된 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모두 3건이다. 사건의 파장이 한창 가열되는 시점이었다.
첫 테이프는 조선일보가 끊었다. 조선일보는 8월 23일 신문에서 ‘도박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영상물등급위원회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압수수색이 실시되기도 전에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도박게이트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바다이야기 등 게임물 심사 과정 등에서 권력실세와 정치권 인사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영등위와 도박상품권 발행 과정에서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게임산업개발원의 내부 자료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날 새벽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부연설명까지 달았다. 결과적으로는 영등위 등 압수수색 대상 기관이 사전에 대응할 시간을 번 격이 됐다.
두 번째 사건은 SBS의 ‘다음 커뮤니케이션’ 관련 보도다.
SBS는 지난 25일 오후 8시 뉴스를 통해 “이재웅 다음 커뮤니케이션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단독 입수했다”며 영장 사본을 그대로 방송해 검찰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SBS는 특히 “다음 커머스측이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기 위해 회계서류를 조작하고 로비를 벌인 혐의가 있다”며 영장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특별 수사팀을 이끌고 있던 정윤기 마조부장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수사진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웅 대표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인 다음 커머스의 이사다.
이 대표는 SBS에 법적대응 방침을 세우고 150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SBS의 보도로 인해 정신적 고통과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인 다음커머스와 이 회사 이사인 이대표는 지난 5일 “다음커머스 측이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기 위해 회계서류를 조작하고 로비를 벌인 혐의가 있다”고 보도한 SBS를 상대로 150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다. 사전 정보유출 사태가 결국 당사자와 언론사간 법정 다툼으로 비화된 것이다.
압수수색 정보 유출 사태의 ‘피날레’는 경향신문이 장식했다.

SBS완 법정 다툼으로 비화
지난 8월 29일 18시 경향신문 인터넷에 따르면 검찰은 사행성 게임비리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김민석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마자, 검찰 수사진은 긴급회의를 열고 압수수색을 조기에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밤 11시쯤 수사관들이 급하게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특히 김씨는 수사관들이 방문하자, 서울 송파구 36층 아파트에서 휴대전화와 컴퓨터 보조기억장치(USB)를 창밖으로 내던지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증거 수집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2003년 한컴산 회장으로 선출된 뒤 상품권 인증제 도입을 주도하면서 정치권 등에 로비활동을 펼쳤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핵심 인물이다.
중앙지검 공보업무를 총괄하고 있던 이인규 3차장이 ‘폭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차장은 매일 오전 10시에 실시하는 브리핑에 경향신문 기자의 출입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향신문 출입기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브리핑에 참석해 이 차장과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모 일간지 법조 출입기자는 “잇따른 정보 유출에 검찰이 발끈하고 나섰고 출입기자들과 신경전이 벌어졌다”며 “검찰 내부에서 정보에 대한 관리를 보다 철저하게 해야지 언론만 탓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양측이 서로 양보함으로써 보다 명확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찬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화해’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던 것이다.
이인규 3차장은 이와 관련 “수사 초기에 정보가 새나가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안정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압수수색이 완료된 이후에 기사를 작성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지검장도 이날 오찬자리에서 “바다이야기 사건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전체적인 지형도가 완성된 단계에 와 있다”며 수사 진행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과 법조 기자들의 ‘신경전’이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다. 이날 오찬에 참석했던 정윤기 부장이 ‘병가’를 냄에 따라 특별수사팀장이 공석이 된 점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읽힌다. ‘바다이야기 사건’의 수사 총괄자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 임 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는 지난 12일 수사지휘팀을 급조했다.

지나친 보도경쟁이 원인
이에따라 바다이야기 사건 수사는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전담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 차장은 “정윤기 부장이 병가를 내서 (특별수사팀장) 공석이 됐다”며 “태스크포스(Task Force)팀은 채동욱 기획관이 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언론계 일각에선 언론의 취재경쟁으로 인해 수사상황이 유출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견 언론인은 “지나친 취재경쟁으로 인해 특정 사안과 관련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면 누군가는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참여연대 ‘바다이야기’ 책임자 명단 공개 파문

문광부 장관,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 등 51명 발표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도박게임 사태 책임규명 보고서’를 통해 사행성 게임 관련 정책 결정에 관여한 문화관광부 관료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의원,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51명의 명단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성인오락실 영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어 급증하게 된 1999년부터 현재까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박지원, 김한길, 남궁진, 김성재, 이창동, 정동채 등 전장관 6명과 문화부 서기관급 이상 공무원 2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또, 지난해 11월 게임산업진흥법 위원회 대안을 마련하고 2006년 2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법안 처리를 미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김재홍, 박형준, 우상호, 정종복, 천영세 의원 등도 포함됐다.
참여연대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과 아케이드게임소위원회 위원은 성인오락기 심의에 대한 포괄적인 책임이 인정되지만 심의 과정에서 각 위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아직 불분명해서 실명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이 보고서에서 “비리만 드러나지 않으면 잘못된 정책 결정과 집행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온 관행을 깨려 명단을 공개한다”면서 “정책 결정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10월 국정감사와 함께 ‘관료 감시 운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