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입법 로비 의혹 120여명 수사 대상...여야 '촉각'
'물'만난 檢, 정치권 전방위 수사 국회 '초토화'
- 한전 '쪼개기' 후원금 재조사 금배지 110명에 치협까지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여의도를 겨냥한 서초동발 사정풍(司正風)이 매섭다. 때맞춰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경제발목을 잡고 있다’고 정치권에 쓴소리마저 보냈다. 검찰은 ‘철피아’(철도 마피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옛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입법로비 의혹 수사와 불법정치자금 수사를 통해 여야 현역 국회의원 5명에 대해 무더기 구속영장을 청구할 태세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입법로비 의혹 수사의 대명사가 된 ‘청목회 사건’ 당시 검찰이 수사한 여야 국회의원 100여명이 넘는 한전 입법 로비 의혹수사와 내사단계에 있는 대한치과협회 등 불법 후원금 내역까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칼춤이 시작됐다.
지난 7월11일 친정부 성향의 시민단체인 나라사랑실천운동, 어버이 연합 등은 검찰이 내사중인 대한치과협회 입법 로비의혹 수사를 공개수사로 할 것을 촉구했다. 6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보수단체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양승조, 이미경, 이춘석 등 3명의 국회의원들이 치협으로부터 의료법 개정안 통과 대가로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 불법정치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치협은 치과병원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네트워크형 치과병원(동일 브랜드를 사용하며 공동으로 의료기자재를 구매하는 프랜차이즈형 병원)에 대한 압박의 일환으로 의료법 개정을 로비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치협은 네트워크 치과병원 ‘유디치과’를 견제하기위해 관련 법규 개정안 처리에 도움을 준 국회의원들에게 최소 1000만원부터 최대 3000만원까지 정치후원금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11년 12월 치협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의료법개정안이 통과된 후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받았다. 당시 통과된 법안은 한 명의 의사가 한 개의 병원만을 운영하도록 한 규정을 강화한 법안으로 네트워크형 병원에게는 불리한 법안이었다. 2012년과 2013년 기간동안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국회의원 고액후원금 자료에 따르면 양승조 의원 3422만원 이미경 의원 2000만원, 이춘석 의원은 2012년에만 1000만원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치협, 야당 입법 로비의혹 3명 ‘내사’ 중
의원들에게 제공된 후원금은 치협 간부 여러명이 개인 명의로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 당시 불거진 문제로 검찰은 국회의원 6명에게 징역형을 구형했고 후원한 간부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최종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치협 관계자들은 ‘개인 차원의 적법한 후원금’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회의원들 역시 합법적인 정치 후원금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단체나 법인이 후원금을 제공할 수 없고 개인이 후원하는 경우 국회의원 1인당 1년에 500만원까지 가능하고 최대 2000만원까지 후원할 수 있게 돼 있다.
또한 보수단체들은 야당의원 10명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있다며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피고발인들을 보면 새정연 양승조, 김용익, 변재일, 박수현, 강기정, 한명숙, 이석현, 장병완, 조정식, 배기운 등 10명의 야당 국회의원이다. 어버이연합 명의의 고발장에는 2013년 11월 18일 양승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을 문제삼고 있다.
이들은 이 법안이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과 같은 의료인 직능 단체 중앙회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강화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중앙회 회원으로 가입하지 아니하거나 정관준수를 위반하는 경우 해당 의료인의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회는 자격정지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 의료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이자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보수단체들이 문제를 삼은 것은 정관 준수를 위반하거나 자격정지처분이 적용될 경우 의료인이 중앙회의 결정에 따라 단체파업 등 단체행동시 불참하거나 이탈시 중앙회가 보건복지장관에게 건의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들의 파업이 조직화,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고발한 보수단체들은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청목회 사건을 예로 들며 “국회의원이 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도록 청탁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한 행위도 법 위반”이라며 “중앙회의 권한만 강화하며 막대한 이권과 권력기반을 마련해주는 법안을 입법 발의한 것으로 중앙회와 유착을 의심할 만하다”고 ‘청목회 사건’에 준한 검찰 조사를 요구했다.
국회 재적의원 3분1 연루 ‘파장’ 클 수도
한편 보수단체들의 야권을 향한 고발뿐만 아니라 검찰 역시 ‘쪼개기 후원’에 대한 재조사에 나서면서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은 2011년 선관위가 고발 후 수사가 중단됐던 한전 노조의 불법후원금 제공 사건의 재수사를 결정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한전노조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조합원 1인당 10만원씩 총 13여억원을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여야 지식경제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 110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한전의 민영화 저지 등 로비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한전 노조를 포함해 노조 100여 곳을 수사했다.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 일부는 최대 5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후원 액수가 크고 국회의원 숫자도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1을 넘어 검찰 수사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검찰은 서종예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을 비롯해 김재윤, 신학용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를 잡고 소환 조사를 한 상황이다. 신 의원을 비롯해 2명의 국회의원들은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영장 청구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철피아’ 수사 관련 삼표이앤씨에 사업 특혜를 주고 1억6천만 원 상당의 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 역시 구속에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까지 현역 5명의 국회의원이 체포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렇듯 여의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이뤄지면서 야당에서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법 로비’는 과거부터 늘 있어왔던 일이고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받은 것까지 검찰이 들춰보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과거 청목회 사건 역시 돈을 준 인사들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정치인들은 단 한 명도 실형선고를 받지 않고 검찰 수사가 끝났다는 점을 들었다.
‘국면전환용’ ‘국회 길들이기’ 해석 분분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정치권이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여의도를 향해 쓴소리를 보내면서 국회의원들에대한 검찰 수사가 더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11일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이 잘 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해봐야 할 때”라며 “이것(국회에서 법안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전부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인가?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작심하듯 발언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현직 국회의원 대상 수사는 지난해 말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후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검찰이 작정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은 현 정부 출범 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간첩 증거조작, 유병언 수사 실패로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해 명예회복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야권에서는 ‘입법로비 의혹 수사’로 박근혜 정부가 사정 정국을 통해 세월호 정국을 탈피하려는 ‘국면 전환용’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권 초인 2008년말 연초 광우병 촛불 집회로 궁지에 빠졌던 이명박 정부 역시 검찰발 사정 정국으로 국면 전환을 꾀했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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