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망사건' 수사 책임자 김흥석 육군본부 법무실장 글 전문

2014-08-14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선임병들의 집단 폭행과 가혹행위로 숨을 거둔 육군 28사단 윤모(22) 일병 사망사건 수사 최고 책임자인 김흥석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이 군 내부망에 이번 사건의 처리가 완벽했다며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가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내용의 공식적인 입장을 담은 글을 올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육군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11일 육군 내부 통신망에 '최근 상황과 관련한 병과장의 입장'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다음은 김흥석 법무실장이 군 내부망에 올린 글 전문이다.

최근 상황과 관련한 병과장의 입장

사랑하는 병과원 여러분!
최근 28사단 사망사고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군검찰의 수사자체가 오해와 불신으로 매도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법무병 과장으로서 매우 참담한 심정입니다.

참모총장의 부하로서, 참모활동을 소홀히 하여 결과적으로 지휘관의 사퇴라는 결과를 나았다는 점과, 무엇보다도 병과장으로서, 여론에 밀려 예하 검찰관의 법적양심에 기초한 법적 판단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점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며, 앞으로도 제 인생에 두고 두고 가슴 아픈 상처로 남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이번 사건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인력을 지원하고,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국민에게 공개해 수사결과에 대한 이해를 구했더라면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한 저의 과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사를 온전히 홀로 담당하여 훌륭하게 수행한 28사단 최○○ 검찰관에게 잘못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정말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불법으로 수사기록을 유출하고 최 검찰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응분의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최○○ 검찰관은 초임검찰관으로서 탁월한 열정과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한달여에 걸친 폭행, 가혹행위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완벽하게 특정하여 공소를 제기하였으며, 그 당시 작성된 공소장을 보고 병과장은 초임검찰괌임에도 불구하고 보여준 최 검찰관의 노고와 열정에 감탄하였고,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지켜주지 못한 것입니다. 정말 통탄스럽고,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자괴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병과원 여러분!
현재의 상황은 자칫, 국민들의 집단적인 징집거부운동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참모총장께서 사퇴했음에도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는 거기에 편승하여 계속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재의 사태에 좌절하고 포기하기에는 강력한 군사력을 발휘를 위하여 군사법 제도를 통해 군기강을 확립하고, 장병의 인권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는 우리 병과에 주어진 임무는 너무나 막중한 것입니다.

저는 병과장으로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전화시킬 것인가”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현재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절차에 최고의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군사법제도에 대해 쏟아지는 여러 가지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군사법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개선 T/F를 구성하여 8월 말까지 개선안을 만들어 지휘부와 국방부, 국회에 보고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좀 더 공정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군사법제도를 구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병과가 명실상부한 육군 장병 인권보장의 실효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확충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현재의 법무실 인권과를 총장직속의 인권센터로 확충하고, 각종 인권침해에 대해 실효적인 구제수단을 갖도록 함으로써 더 이상 징병들이 인권위나 권익위 또는 군인권센터와 같은 시민단체로 달려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병과원 여러분!
지금의 사태에 있어서 가장 큰 잘못은 병과장인 저에게 있으며, 그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병과원 여러분들에게는 정말 죄인의 심정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것 또한 저에게 주어진 무거운 사명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어 이렇게 병과원 여러분들에게 글을 올리는 것입니다.

부디 병과장의 진의를 깊이 이해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현재의 위기를 최고의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육군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서 병과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병과장이 최일선에서 문제점들을 돌파하고, 병과가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 나가겠습니다.

어떠한 기상조건에서도 당당히 서있는 계룡산을 바라보며, 우리 병과의 굳건한 모습을 염원해 봅니다. 여러분 건승하십시요!


2014.8.11
육군 법무병과장 준장 김흥석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