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제 옷을 찾아 입은 김남길…연기인생 출발점에 다시 서다

2014-08-11     김종현 기자

복귀작 상어의 실패로 극심한 슬럼프
영화 ‘해적’으로 탈출구 찾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근 영화 ‘명량’이 파죽지세로 연일 한국영화 관객수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지난 6일 개봉된 영화 ‘해적’이 대작들의 홍수 속에서 유쾌한 웃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해적’은 이미 손예진의 액션 도전으로 눈길을 끈 가운데 배우 김남길이 진중하면서도 코믹한 장사정 역을 거침없이 소화해내면서 그간의 부진을 씻고 환골탈태했다.한국판 조니 뎁을 보는듯 자신의 맞춤옷으로 갈아입은 김남길, 제2의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던 드라마 ‘선덕영화’ 시절부터 줄곧 멋진 콧수염을 달고 나왔던 김남길이 모처럼 말끔한 얼굴을 한 채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났다.

수염얘기로 말문을 연 김남길은 “해적이 끝나고서 잘랐는데 얼굴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촬영 중인 영화 ‘무뢰한’에서 모니터를 보면 아직 어색하다”면서 “이제 조금 익숙해지는 기분이나 아직 벌초한 느낌, 벌거벗은 느낌”이라며 멋쩍어 했다.

하지만 자신을 대변했던 멋진 수염을 포기한 김남길의 변신은 비장하면서도 익살스러웠다. 그는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지는 것도 있고 스스로 지겨운 것도 있었다”면서 “좀 젊어지고 싶은 생각에 수염을 잘랐다“고 말해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남길은 “나는 늘 유쾌하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으로는 처음이다 보니 시사회를 보신 분들이 반전이 있다. 재미있다. 신선하다. 의외라고 얘기한다”며 “평소 정극에서도 살짝 비틀어가며 재미있게 연기를 했는데 이런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원래 유쾌한 사람인데 어색해 한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 김남길은 이번 촬영 내내 같이했던 배우들로부터 장사정과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 메가폰을 잡은 이석훈 감독도 평소 네 모습으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을 정도였다.

능숙한 액션 연기 부상위험에 위축

액션연기에 능숙한 그도 장사정을 연기하는 데는 쉽지 않았다. 우선 촬영 초반 말을 타는 장면에서 말에 깔려 허리를 다치는 사고를 겪어야 했다. 김남길은 “당시 요추 2번과 3번이 골절돼 못 움직일 정도였다. 발가락 감각이 없었다”며 “말이 예민한 상황에서 마부가 데리고 왔는데 올라타는 순간 말이 뛰었다. 안 떨어지려고 하니깐 말이 그대로 누워버렸다. 결국 말에 깔렸고 이후 말이 일어나면서 여기저기 밟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같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김남길이 꼽은 가장 힘든 장면은 김태우와의 빗속 대결이었다. 그는 “물웅덩이가 깊게 파여있어서 칼을 맞고 돌아섰을 때 어느 정도일지 몰라 두려웠다”며 “액션을 즐기는 편인데 비가 오고 칼도 미끌어지고 웅덩이도 있어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자기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됐다면서 혹시 다칠까 봐 촬영 내내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손예진, 열애설 불구 고마운 사람

손예진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예진이랑 두 작품째라 어색함은 없었다. 이번에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좋았다”며 “손예진의 손과 수갑에 묶인 채 바지춤으로 손이 내려가는 장면도 자연스럽게 표현돼 관객들이 불편해 하지 않고 편안하게 웃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촬영 내내 불거졌던 손예진과의 열애설에 대해 “막상 우리는 편한데 다른 분들이 불편해했다”며 “우리끼리는 ‘사귀었었는데 헤어졌어요. 각자 스타일 아니다’라고 말을 맞췄을 정도로 친한 사이”라며 작품을 연달아 같이 해서 그렇게 소문이 났다고 해명했다.

김남길은 손예진에 대해 “예진이는 여월(손예진 분)이랑 비슷한 성향이라 털털하면서 시크하다. 잘 받아주니깐 깐죽댔던 것 같다”며 “실제는 무서운 여동생이다”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에게 손예진은 특별한 사람임을 강조했다. “연락은 자주 한다. 두 작품을 같이 하니깐 연기도 연락도 편하다”면서 “공익 갔다 와서 첫 작품의 상대배우이다 보니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복귀작 아쉬움에 배우인생 고민

지금은 편하게 웃고 있는 김남길이지만 공익 해제 후 연기자로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손예진과 함께한 드라마 ‘상어’를 첫 복귀작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첫 작품의 아쉬움에 대해 그는 “상어에서 좋은 배우들과 같이 시너지가 난 것은 좋게 생각한다. 또 크게 망한 부분도 없었다”며 “선덕여왕에서 40~50%대의 시청률을 경험하면서 배우가 그런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떼었다.

그러나 김남길은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오랜만에 작품을 하다 보니 강박증이 생겨서 이 작품을 잘해야겠다. 표현을 잘해야겠다는 것 때문에 억지스럽고 과장된 연기가 나왔다. 또 연기에 힘이 들어갔다”며 “그것을 알아가기 시작할 때는 이미 늦어버렸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고 힘든 시간임을 고백했다.

결국 김남길에게 상어는 연기인생의 흑역사가 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억지스럽고 힘들어간 부분을 보면 예전의 나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답답했던 심정을 드러냈다.

그의 고민은 해적 촬영을 시작하면서도 이어졌다. 김남길은 “해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환기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아직 연기에 힘이 덜 빠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촬영 초기에는 숙소 침대에 혼자 않아서 ‘연기가 안 맞나’, ‘그만둬야 하나’, ‘지금껏 아등바등 버틴 것뿐일까’ 등의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해적, 본연의 모습 찾아가는 기회

하지만 그는 해적을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선배 연기자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연기적으로 힘이 빠지면서 본연의 내 모습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해적을 하면서 편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이제 좀 재미있어졌다. 고민을 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해적은 어떤 의미일까. 김남길은 전환점이길 바랐다. “대중에게 김남길의 좀 더 많은 모습들을 보여주는 전초전 같은 느낌,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는 시기의 작품이지만 이때부터 좀 달라진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불려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또 “이건 20대, 30대 초반에 했던 작품들과 다르다. 공익을 다녀오고 나서 처음 시작하는 작품이어서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이젠 다시 꾸준히 할 수 있는 출발선”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은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쉴 때는 편하게 쉬고 싶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외롭기는 한데 재미를 알아가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또 “이제 연기에 힘을 빼기 시작하니깐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로맨틱 코미디나 정통 코미디에도 도전하고 싶다”면서 “지금은 어떤 것이든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당분간 힘을 빼는 것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촬영=송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