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김무성 행보 침묵으로 주시한다

갈림길에 놓인 김무성의 선택

2014-08-11     박형남 기자

박근혜 정권 성공=차기 대권 도전 설파중
갈등은 시간문제…대통령, 침묵으로 주시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김무성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7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요 당직 인사를 단행한 것을 두고 여권에서 나오는 반응 중 하나다. 특히 주류인 친박계 인사들도 계파 안배 차원에서 일부 배려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는 탕평인사를 예상했던 일이라는 말과 함께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계파안배 등 박근혜 정부 성공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가 향후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방어적 자세로 갈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 대권 행보를 조기에 취할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당분간 ‘선방어적 자세’를 취한 뒤 ‘후 대권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여권내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 대표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복잡하다.


친박 주류에 비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대표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원조 친박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로 비주류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의원을 큰 격차로 이기면서 집권 여당 대표로 우뚝 섰고, 차기 대권을 위한 발판까지 마련했다. 이를 두고 ‘당 대표가 될 경우 김무성당으로 변모시킬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올 만큼 설움을 받았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척을 질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지나간 것 잊어야~”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당분간 당과 청이 잘 융화되어 가는 모습이다. 선거 과정에서 ‘민생’을 화두로 내건 만큼 여권 경제 정책에 집중할 뿐 아니라 계파를 초월해 당을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요 당직 인선에 임명된 인사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 김 대표는 7일 당 사무총장에 3선의 이군현 의원을 임명했다. 이 신임 사무총장은 친이계로 분류됐지만 김 대표와 원내대표시절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췄다. 제1사무부총장에도 친이계 출신 재선의 강석호 의원을 기용했다.

특히 이정현 의원의 최고위원 임명 여부가 관심사였다. 친박계에서는 ‘이 의원을 최고위원에 임명해야 된다’고 말했고, 비주류 측에선 김 대표와 가까운 주영순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자칫 계파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막판 인선 과정에서 이 의원을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당 대변인으로는 친박계 박대출 의원이 유임됐다. 친이계 출신인 재선의 김영우 의원이 다시 임명됐다. 지역 안배 등의 차원에서 친박계 초선 권은희 의원이 기용됐다. 이 외에도 서 최고위원의 측근인 재선의 노철래 의원과 초선 이우현 의원은 각각 중앙연수원장과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20대 총선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박 대통령과 큰 틀에서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당원들이 박 대통령을 새누리당 후보로 세워 대통령을 만든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이자 새누리당 정권이다. 공동운명체다. 기본은 새누리당이 성공하자는 거다. 그래야 다음 정권도 있는 거니까. 서로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정부 일부 인사들을 겨냥해 비분강개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아니라 청와대 사람을 두고 한 말”이라며 “지나간 것 갖고 미련을 두는 건 더 미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나보고 대선주자 운운하면 그건 나에게 ‘죽어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김 대표는 우선적으로 박 대통령을 위해 방어적 자세를 취할 것이란 얘기다.

“권력 나눠먹을 수 없다”

그러나 대다수 여권 인사들은 김 대표가 결국 ‘자기 정치’를 할 것이란 데에 고개를 끄덕인다. 김 대표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임기 초반 청와대에 끌려 다니며 거수기로 전략해버린 당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따라서 김 대표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친박계에서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흔든다’는 인식 하에 계파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과의 충돌도 불가피하다.

더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되면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력은 나눠먹을 수 없다”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또 김 대표가 지금은 대권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 여권 후보로서 1위를 차지한 만큼 발톱을 드러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김 대표는 7월 전당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전 지사에 밀렸다. 하지만 재보선 이후 10% 중반까지 오르며 여권 내 1위로 올라서면서 그의 몸값은 수직 상승 중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인사는 “김 대표가 청와대에 할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총선과 개헌 등 임기 말을 앞두고 부딪힐 사안들이 많다”며 “이럴 경우 박근혜 정권은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이 시점을 계기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청와대가 우려하는 대목 중의 하나도 이 부분이다. 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김 대표가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 당청 관계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간의 관계가 나름 복원됐다고 하지만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당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김무성계 의원은 “김 대표가 큰 꿈을 꾼다면 박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친박계에서도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결국 김 대표가 대권 행보를 본격적으로 취할 경우 당내 갈등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도 침묵으로 당 지도부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따라서 앞으로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스탠스를 맞춰 친박계에서도 인정하는 대권 후보가 될지, 아니면 대권 꿈을 영원히 드러내지 않을 것인지, 또는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대권 후보로 우뚝 서게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모든 결정은 집권 여당 얼굴인 김 대표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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