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오르고 코스닥 내리는 이유는

표정 갈린 증시 대형주 장세 기대 ‘들썩’

2014-08-04     김나영 기자

아직 박스권?…활황ㆍ침체 등 극단에서는 함께 움직여
기존 환율ㆍ변동성 지수에 이어 나타난 반비례 현상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코스피와 코스닥의 추세선 행보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 코스피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코스닥은 폭락하며 저점에 다가가는 분위기다. 이는 코스피 대형주들과 코스닥 중소형주들의 역상관관계가 심화되는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침체됐던 시장이 서서히 활력을 되찾아가는 시점에서 이같은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반대로 움직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 바 있다. 두 지수가 역상관관계로 엮인 것은 코스닥 지수가 출범한 1996년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 -0.66을 기록했던 상관관계 지수는 지난해 -0.79로 다시 한 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원래 코스피 지수와 역상관관계를 보인 것은 원ㆍ달러 환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 외국인은 자금확보를 위해 주식을 대거 팔아 주가를 낮췄다. 또 주식을 현금화한 후 달러로 환전해 본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환율은 올라간다. 게다가 환율이 올라가면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다시 주식매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도 주가지수와 역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이 변동성 지수는 코스피200 옵션가격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지수로 주가가 급등락할 때 상승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상승보다는 하락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지수가 하락하면 변동성은 상승하는 역상관관계를 이뤄왔다. 

하지만 이제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뚜렷한 역상관관계가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통상적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의 상관관계를 형성해왔다. 대부분 상관계수 0.5를 웃도는 양의 상관관계로 1999년, 2005년, 2007~2008년에는 0.9를 넘어서기도 했다.

대형주ㆍ중소형주 수급 불균형 심화

세부적으로 보면 1999년에는 앞서 IMF 구제금융 충격에 꺾였던 코스피와 코스닥이 회복하면서 각각 82.78%, 240.7% 급등했다. 2005년에는 대국민적인 적립식펀드 붐이 일면서 코스피는 53.96%, 코스닥은 84.52% 올라가는 등 주가지수가 동반상승했다. 

더불어 2008년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퍼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40.73%, 52.85%로 사이좋게 떨어졌고 상관계수도 0.97에 이르렀다. 활황장과 침체장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1996년과 지난해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0.6~-0.7대의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따로 놀았다. 게다가 올해도 코스피가 오르면 코스닥은 내려가는 역상관관계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비슷한 수치를 맴돌며 방향성이 부진할 때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엇갈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는 유동자금이 코스닥으로 몰리는 형세를 보인다. 그러다가 코스피가 오르면 들고 있던 코스닥을 팔아 코스피를 사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매 구도는 대형주와 중소형주 사이의 주도권 돌려치기로 이어진다. 

만약 코스피가 대대적인 상승장을 연출하면 이 구도는 깨어지기 마련이다. 급등장이든 급락장이든 양 극단에 있을 때는 두 시장이 함께 움직인다. 새 경제팀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 동조화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해석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해 김주형 동양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고점으로 가면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고 매수가 이뤄지며 침체에 빠질 때도 양쪽 모두 매도 국면을 형성한다”면서 “양 극단에 있을 때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추후 코스피의 상승세가 뚜렷해져도 코스닥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코스닥의 급락은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강화되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탓이 크다. 지난달 마지막주 주간수익률은 코스피가 2.08%, 코스닥이 -4.7%으로 크게 벌어졌다. 

이는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수급 불균형의 심화, 2분기 실적결과를 앞둔 경계심리 발동, 외국인과 기관을 제외한 매수주체 부재,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트로이카 강세로 인한 매수세 분산 등의 요인이 크다. 게다가 2010년 이후부터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수익률에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이를 두고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가 상승할 경우 코스닥의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다”면서 “특정 기업의 실적 악화가 전체로 해석되는 것은 물론 내수 회복을 위한 건설, 은행, 증권 등 트로이카 위주의 정책이 이어지며 당분간 코스닥 투자는 병행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러한 역상관관계를 인지하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를 팔고 코스닥을 사는 반대행보를 보였다. 코스피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던 지난달 마지막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의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개인이 순매도한 물량은 1조3971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차익실현의 일부는 연속 하락하던 코스닥 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같은 기간 개인이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수한 물량은 같은 기간 2849억 원에 이르렀다. 이익을 재투자한 저가매수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욕심이었지만 이러한 꿈은 깨졌다. 개인과 반대로 기관과 외국인은 코스닥 주식을 대거 팔면서 지수가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마지막주 기관은 2300억 원, 외국인은 1491억 원의 물량을 내던졌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3년간 박스권에 머무르던 코스피가 이를 탈피하고 상승 분위기를 타면서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형주가 분위기를 탈 경우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100선까지 올라가면 그동안 시장에서 빠져나갔던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등 국내 유동성 흐름이 바뀌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침체됐던 중소형주들도 다시 주목받는 등 손바뀜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