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소비자 우롱’ 행위 심각

도성환 사장 변칙경영에 ‘불매운동’ 촉각

2014-08-04     박시은 기자

상생 경영 외면에 경품사기 논란까지
영업이익률 하락세…물갈이 인사 예고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사진)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우선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매운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홈플러스는 앞서 골목상권 침해, 납품업체 상생 외면 등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논란이 연속해서 일어나자 홈플러스에 걸던 기대와 신뢰가 무너졌다는 반응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는 가운데 도 사장의 변칙경영 책임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기, 뇌물수수, 부패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던 홈플러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홈플러스의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는 “어떠한 사기, 뇌물수수, 부패라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여기에 도움을 준 어떤 사람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며 해당 문제들의 근절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모기업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3대 대형마트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사건에 계속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골목상권 침해, 납품업체에 대한 갑을 문제로 꾸준히 비난을 받아왔다. 도 사장은 취임 후 골목상권과 상생을 강조했다. 하지만 신규출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었다. 경산점과 오산점, 인천청라점, 상봉점 등은 도 사장의 신규 출점 강행으로 탄생한 곳이다. 일각에서는 “앞에선 상생을 외치더니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공격적인 신규출점을 하는 모습이 모순적이다”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납품업체에도 갑질을 하다 문제를 일으켰다. 납품업체에 일방적으로 판매마진을 1.5% 올리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판매마진 인상을 통보하면 납품업체는 제품단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한 것이다.

또 하루 0.5시간 단위로 근로계약을 하는 일명 ‘점오계약’으로 노동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부분파업과 정시출퇴근, 집단휴가 등 쟁의행위에 돌입한 상태다.

그동안 동반성장을 약속하고, 착한기업을 선언하며 신뢰성 있는 이미지를 표방해온 행보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도 사장의 이 같은 변칙경영은 동반성장 지수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반면 경쟁사인 롯데마트는 ‘우수’, 이마트는 ‘양호’를 받았다.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 이름을 건 PB상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대형마트 PB제품 이물 적발사례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PB상품을 만드는 대형마트 중 이물질이 가장 많이 발견됐다.

고객 분노 사고 고객 정보 팔고

최근에는 경품 행사 사기극을 벌이다 적발됐다. 경품행사를 해놓고 당첨자에게 경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부터 1년 동안 5번의 행사 모두 고급제품을 경품으로 내놨지만 제대로 지급된 건 1번밖에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당첨된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소비자도 있다.

또 한편에서는 데이터를 조작해 직원이나 직원의 지인들이 경품을 타가기도 했다. 과장과 팀장 등도 내비게이션이나 상품권 등의 경품을 수령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경품 응모 과정에서 모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팔아넘겼다는 사실이다. 홈플러스는 고객 한 명당 2000원에서 최대 4000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홈플러스가 제공한 개인정보로 보험이 가입되면 첫달 보험료의 300%를 수수료로 챙기기도 했다.

연이은 논란들이 계속되자 소비자들은 배신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앞에선 상생을 말하고, 뒤로는 갑질을 하면서 고객까지 우롱하는 기업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홈플러스 불매운동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경품 행사는 결론적으로 고객정보 수집을 위해서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한 것이다”며 “다른 부분에서도 사기를 쳐 왔을 것 같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논란이 계속되자 도 사장의 책임론도 거론됐다.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도 사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구설수들을 가볍게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6.1%에서 2012년 4.6%, 2013년 3.4%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모기업 테스코 필립 클라크 회장도 실적부진 책임을 이유로 오는 10월 물러날 예정이며, 최고재무책임자도 바뀐 상태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측은 “내부 감사를 통해 경위를 파악 중이며, 경찰에 관련 직원들에 대한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다른 당첨 조작은 없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개인의 문제로 보는 홈플러스와는 달리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미 홈플러스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차갑게 돌아선 것이다. 이처럼 각종 악재에 이어 상생과 고객신뢰 추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린 홈플러스의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