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소환 ‘자청’…
“홍보자료 살포와 성금모금 X파일 폭로할 것”

2006-05-10     이수향 
가장 강력한 황우석 박사 지지단체였던 ‘황우석 지지 국민연대(이하 황지국)’가 황박사와 완전히 결별했다. 황지국의 공동대표인 강재천. 우동일씨는 지난 4월 28일, ‘정명희 교수님 및 정운찬 총장님 등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황박사에 대한 지지를 전격 철회했다. 따라서 그간 ‘황빠(열혈 황우석 추종자)’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황박사를 지지해왔던 황지국이 황박사와 돌연 결별을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는 완전 패닉상태에 빠져있습니다.” 황박사와 결별을 선언한 황지국은 한차례 거센 폭풍우가 지나간 듯 황폐해진 분위기였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황지국은 황박사의 가장 강력한 지지단체였다.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조사위의 발표 이후 황박사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사기꾼으로 몰렸을 때도 황지국은 변함없이 황박사의 든든한 수호자의 역할을 해왔다.

‘애국자 황우석’은 없다

“공황상태죠. 황지국 운영자들은 완전히 망연자실해있습니다.” 그간 황박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때문일까. 2일 오후 황지국의 강재천 대표는 참담한 심정을 좀처럼 감추지 못했다. 황지국이 황박사에게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황박사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대표는 “우리는 ‘황우석’이라는 개인을 추종한 것이 아니라 ‘애국자 황우석’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간 황지국이 보여줬던 열정과 지지도 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박사의 실체는 그동안 황지국이 생각했던 인물이 아니었다고 한다.강대표는 “애국자 황우석은 없었다”는 말로 황박사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표현했다. 그는 “황지국은 정부와 언론 등이 주도한 ‘황우석 영웅만들기’ 분위기에 편승할 수밖에 없었고, 여느 대다수의 국민들과 같이 당시 황박사의 진정성에 대해 추호도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애국자 황우석의 연구재개와 특허수호는 황지국으로서는 일종의 사명감이나 다름없었다는 얘기다.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황박사의 태도는 달랐다고 한다. 황지국의 노력과 지지자들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황박사는 일체의 대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황지국은 황박사측에서 일체의 법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착안, 그의 변호인단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한 법적대응에 나서기까지 했지만 정작 황박사는 침묵했다”는 것이 강대표의 말이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생각에 황지국은 ‘황우석’이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고, 황박사에게도 수많은 질문을 던져봤지만 아무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의 주변인들과의 접촉,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을 거치면서 알게 된 황박사의 실체는 거짓으로 점철된 사기꾼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황박사의 연구재개와 특허수호를 외치고 심지어 음독과 분신자살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당사자인 황박사가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유도 이에 근거한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사기’였다는 것을 당사자인 황박사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강대표는 “황박사는 사기가 생활화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인생이 사기인거죠. 수습이 안되니까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황박사 침묵에 결별수순
사실 황지국과 황박사의 결별조짐은 올초부터 나타났다. 몇달전부터 황지국내에서는 황박사의 정체성 및 인간성에 의문을 표하는 게시글들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월 황박사의 지지자가 분신자살한 것과 관련, 일부 회원들은 “유명인들의 경조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황박사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을 수 있는가”라고 지탄하기도 했다. 일부는 황박사의 계속되는 침묵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황박사와 황지국의 결별은 지난 4월 20일경부터 강대표가 ‘황우석은 인간성을 회복하라’, ‘황우석박사에게 묻는다’라는 글을 게시함과 동시에 2004년, 2005년 논문의 실체에 대해 요약한 ‘황지국보고서’ 초안을 올림으로 더욱 가속페달을 밟았다. 또 26일 황지국의 공동대표인 우동일씨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특허헌납, 황박사와 섀튼의 합작의혹과 관련된 발언은 사실상 황박사에 대한 지지철회나 다름없었다.현재 황지국의 공동대표는 검찰에 참고인자격으로 소환조사 받기를 자청한 상태다.

2004, 2005년 논문 및 황박사 관련 특허, 인터넷 여론조작, 황박사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진실 등에 대해서는 그간 황우석 사태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왔던 황지국 대표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얘기다. 강대표는 “황지국이 그동안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검찰조사를 받기를 자청한다. 황지국에서 알고 있는 그동안의 사실들을 숨김없이 진술할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허위 사실에 기초한 다량의 홍보 자료 살포와 이를 위한 성금 모금에 대해서는 검찰의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며, 집회 자금 및 황우석 측근과 친인척의 집회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한 황지국의 사실 관계를 엄정하게 진술할 것”이라 강조했다.

논쟁 가속화 전망돼

그러나 황박사를 공격하는 황지국의 태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황지국이 황박사와 결별하게 된 배경을 둘러싸고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 가장 의혹을 사는 부분은 지지철회의 명분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그간 최악의 상황에서도 황박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고수해왔던 황지국이 황박사에 대한 인간적인 실망감 등을 이유로 검찰조사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결별을 선언한 것이 이상하다는 얘기다. 특히 황박사 변호인단 교체 주장 역시 적잖은 의혹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변호인단은 황박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박사 지지단체에서 변호인 교체를 거론한 것은 도를 넘어선 간섭을 한 것”이라 일침을 가했다.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일부는 황지국 대표들의 행동에 의혹을 제기, 역공격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황지국 대표들에 대한 미확인 악성루머가 난무하는 상태로, 이번 황지국의 지지철회가 가져올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는 ‘황박사를 마음대로 조정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뒤통수치는 것, ‘황박사 지지자의 탈을 쓴 프락치’, ‘황지국 대표는 돈받고 변호사 연결시키려는 법조브로커’, ‘검찰조사 발표를 염두에 둔 여론몰이용’이라며 황지국 대표에 대한 정면 공격에 나섰다. 더 나아가 ‘황박사에 붙어 콩고물을 주워먹으려다 안되니 별짓을 다한다’, ‘서울대, 미즈메디측에서 얼마나 받았나’, ‘변호사 선임명목으로 한탕하려다 실패하자 변절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그러나 황지국의 강대표는 “우리는 애국자 황우석을 살리려 생업을 뒤로하고 뛰어다녔던 사람들이다. 황박사의 실체를 알게 된 지금도 믿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며 세간에 일고 있는 일체의 의혹들을 일축했다. 강대표에 따르면 현재 황지국은 황박사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를 통감, 30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일명 ‘황지국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황박사의 가면을 벗기고 심판대에 세워야한다는 목소리와 여전히 황박사는 피해자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황박사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