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학생들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2014-07-29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제발 단원고 학생들 가만히 좀 있으라고 했어요. 초반에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세월호 참사 생존자 학생들이 법원에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단원고 생존학생 6명과 일반인 생존자 9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키고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와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탈출과정에서 승무원이나 해경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해 엄벌을 요구했다.

단원고 학생 A양은 배 안에 물이 차올라 친구와 함께 복도로 나와 줄 서 있었다비상구 밖으로 해경이 보였지만 해경은 들어오지 않았고 2~3분 있다가 파도가 와서 친구들이 휩쓸려 들어갔다. 그 친구들은 다시 못 나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생존학생 B양은 배에 타자마자 밥 먹고 쉬는 시간이어서 내내 3층을 돌아다녔다만약 안전교육이나 방송이 있었다면 돌아다니는 동안 봤을텐데 전혀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생존학생들은 재판부가 마련한 화상 중계 장치를 이용해 법정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증언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법정 진술을 선택했다. 이날 출석한 학생 6명 중 1명만 화상 중계 방식으로 증언했다.

이날 오후에는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일반인 최모씨도 휠체어를 타고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배가 기울면서 아래쪽에서 꽝꽝꽝하는 소리가 들렸다배 밑 쪽인 것 같았는데 화물이 쏠리는 소리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옆에 있던 여학생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배가 금방 침몰할 것 같아 바다로 뛰어들었다그런데 구명조끼를 벗어준 여학생은 무서웠는지 두 손을 떨면서 뛰어내리지 못했다. 그때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증언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9일 생존학생 17명을 불러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