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만 불린 재벌 '교촌에프앤비'

권원강 회장 회사 지분 100% ‘회장님만을 위한 배당금’

2014-07-28     강휘호 기자

5년간 145억 원 받아, 한 때 배당성향 400% 넘어
부채비율 상승, 이익잉여금 감소해도 사측 “상관없다”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대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익부를 지향하는 것이다. 배당금 자체가 대기업의 부익부를 유지해 가려는 계책인 동시에 소득재분배를 외면하는 행위다”라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배당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교촌에프앤비(회장 권원강·사진)를 살펴본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교촌치킨을 운영하고 있는 교촌에프앤비의 배당금 논란은 그동안 여타 대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때문에 권원강 회장의 주머니 채우기는 수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촌에프앤비는 전국 900여 개의 교촌치킨 가맹점을 거느린 회사로 권원강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비상장 회사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권원강 회장은 1주당 5만7226원의 현금배당을 받았다. 전체 주식이 2만6212주임을 감안하면 15억 원 상당의 금액을 챙긴 것이다. 그 전년도에는 30억 원을 받아간 바 있다. 

단순히 액수만 따져도 높은 금액인데 회사의 당기순이익과 비교해보면 더 심하다. 권원강 회장이 15억 원을 받아간 지난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6억6800만 원에 불과했다. 순이익의 2배가 넘는 배당금을 가져간 셈이다. 

또 이런 식으로 지난 5년간 145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지난 2009년 교촌에프앤비가 26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 당시 권원강 회장은 70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당시 배당성향은 438%에 달했다. 2010년은 24억 원의 적자에도 30억 원대 배당금을 받았다. 

권원강 회장이 돈을 가져간 만큼 이 과정에서의 경영난은 불가피했다.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줄었고 회사의 부채 역시 2008년 209억 원에서 지난해 392억 원으로 증가했다. 배당금과 비슷한 액수가 부채로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교촌치킨이 경영난과 고배당 정책으로 질타를 받으면서도 가격인상을 감행해 소비자와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논란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가맹본부의 재무 상황이 어려워지면 가맹점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실적에 대한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와중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는 우려다. 

교촌치킨은 이달부터 전국 900여 매장에서 스틱과 콤보 제품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교촌 스틱과 콤보는 기존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6.25% 올랐고, 레드스틱과 레드콤보, 허니콤보는 1만7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5.88% 올랐다.

교촌치킨 측이 밝힌 가격인상 배경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가맹점 운영 비용 증가로 인해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어 불가피하게 일부 품목의 가격인상을 진행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육계 값 내리는데 가격 인상?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육계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평균 육계생계(대·1kg) 가격은 174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6% 하락했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7~8월 육계 도매가가 전년 동기보다 4~16%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물가감시센터의 관계자 역시 “교촌치킨의 가격인상은 원재료 가격 하락과 대비해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다”라면서 “소비자들을 납득시킬 만큼 충분한 가격상승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질책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가격인상과 관련해서도 결국은 총수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인상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고배당 논란이 점화된 가운데 가격인상이 맞물려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일각에선 이미 “교촌치킨이 권원강 회장의 배당금을 챙겨주려 소비자들과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교촌치킨은 수많은 논란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가격인상에 대해 “교촌은 인건비 및 각종 공공재 요금 등 지속적인 물가 인상으로 인해 오랫동안 심도 깊게 검토 한 결과 2014년 7월 1일부터 부분육 부분인 스틱과 콤보 제품을 불가피하게 1000원씩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타 브랜드들이 부분육에 대한 인상이 있을 때에도 고객들의 부담을 최소화 하고자 가격인상을 가능한 하지 않았고 운영상 관련 비용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 상태였다”면서 “가격인상은 본사 이익보다는 가맹점 운영비용 보전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인상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가격인상과 배당금은 전혀 연관이 없는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권원강 회장은 가족 경영 체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권원강 회장의 외동딸은 교촌USA 본부장과 교촌푸드라인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계열사 에스알푸드 역시 대출을 받아 소스공장 부지를 매입한 상태다.

재미있는 점은 교촌USA, 교촌푸드라인 등은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라는 것이다. 에스알푸드도 설립한 뒤 매출은 없고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즉, 교촌에프앤비가 부실 계열사를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교촌푸드라인은 지난해 8월 교촌에프앤비에 흡수합병됐고 교촌에프앤비의 부채비율은 2008년 82%에서 지난해 370%로 증가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보면 교촌에프앤비 종속기업은 지난해 4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을 봤을 때 매년 고배당을 받아가면서 가족경영을 강화하는 권원강 회장과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인상을 지켜보는 소비자,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가맹점주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는 앞으로도 한동안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