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더 팔아봤자…” 카피약보다 싼 오리지널약

잘 나가던 보령제약, 매출 늘어도 우는 이유

2014-07-28     김나영 기자

“많이 팔리면 약값 내려라”…사용량 약가 연동제의 명암
낮은 국내 보험약가 기준 맞추다 해외 수출 틀어지기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현재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후 매출이 늘어나면 약값을 떨어뜨려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보건당국이 의약품 판매량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써 오리지널약을 개발해도 일부는 복제한 카피약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리는 아이러니까지 연출된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는 의약품의 사용량이 증가하면 보험 약가를 내리는 제도다. 제약사가 최초에 제시했던 예정사용량보다 수요가 많아져 매출이 오르면 가격이 깎이는 것이다. 2009년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됐다.

내년부터는 건강보험 청구금액이 전년대비 10% 이상 증가하고 절대금액이 50억 원 이상 늘어난 약제도 모두 협상대상에 포함된다. 현재는 사용량이 60% 이상인 경우에만 이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연동제 개정은 보다 큰 국민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은 판매될 때마다 재정지출이 이뤄지는 탓이다. 뒤집어보면 건강보험의 재정보호를 위해 제약사들이 약간의 희생을 강요당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례로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신약 ‘카나브’는 올해 초 807원에서 781원으로 약가가 3.2% 떨어졌다. 카나브는 2011년 출시 당시 매출 100억 원에서 지난해 350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수출에서도 빛을 발하며 해외계약 금액이 2억 달러(약 2040억 원)에 근접했다.

그러나 출시 초기 카나브는 터키 수출이 무산된 아픔을 갖고 있다. 국내 보험약가를 기준으로 현지에 유통하면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현재의 국내 보험약가는 현지 유통 제약사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할 만큼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령제약과 협상 중인 현지 제약사들도 종종 난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로 계속 가격이 인하될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네릭(Generic,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카피약)이 출시돼도 정작 오리지널은 연동제에 묶여 값이 떨어지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신약이 과도한 약가 규제로 몸값이 떨어진 사례는 카나브가 세 번째다. 이보다 앞선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신약 ‘놀텍’도 출시 이후 약가가 15%가량 깎였다. 2009년 출시된 놀텍은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서며 성공신약 가도에 합류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역류성식도염 효능이 추가돼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약가를 인하했다.

제대로 된 대접 못 받는 신약들

이후 실제 매출이 늘어나자 보건당국은 다시 한 번 사용량 확대를 들어 약가를 깎았다. 연거푸 가격이 인하된 놀텍은 2009년 1405원에서 2012년 1356원, 지난해 1300원, 이달 초 1192원으로 조정됐다. 발매된 이래로 총 15.1%가 떨어졌음에도 향후 연동제가 적용되면 추가 인하를 피할 수 없다. 먼저 출시된 대원제약의 펠루비정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보령제약에서 단독으로 공급하는 위장약 ‘스토가’도 처지가 비슷하다. 위궤양·위염 치료제인 스토가는 2009년 보령제약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완제품을 수입한 후 독자적인 임상시험을 거쳐 적응증을 추가했다. 동일 약효를 가진 기존 위장약보다 경제적인 약가까지 자랑했다. 하지만 스토가는 당초 203원에서 147원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와 제네릭 등재 약가인하를 동시에 적용받은 탓이다.

현행 약가제도에서 제네릭이 등장하면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은 제네릭과 같은 가격으로 내려간다. 제네릭 출시 첫해 오리지널의 약가는 70%까지 깎인다. 다음 해부터는 오리지널, 제네릭 모두 53.55%로 일괄책정된다.

애초 스토가는 연동제 적용으로 올해 4.9% 인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하 전인 지난해 4월 제네릭이 등장하면서 특허만료 전 상한가 290원의 70%인 203원으로 떨어졌다. 이어 지난 4월에는 53.55%인 155원으로 내려갈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 사이 건강보험공단과 보령제약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바로 전인 지난 3월 작성된 합의서에는 약가인하 상한가가 193원으로 기재돼 있다. 203원을 기준으로 인하율 4.9%를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제네릭 등재 후 연동제 인하 폭탄

이에 보령제약 측은 약가인하는 1차 193원, 2차 155원으로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를 먼저 적용한 이후 제네릭 등재 약가인하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보령제약은 다소 억울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대로 가면 오리지널인데도 가격은 제네릭보다 낮은 147원이 될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보령제약은 연동제로 협의된 약가를 반영하고 난 후 제네릭 등재 약가인하가 이뤄지는 것을 바라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 측은 직전 가격을 기준으로 약가를 인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약가가 아닌 약가인하율에 대해 협의했기 때문에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논지도 빼놓지 않았다.

만약 복지부의 주장대로 제네릭 등재 약가인하가 적용된 후 추가로 사용량 약가 연동제가 적용되면 최종가격은 147원으로 확정된다. 현재는 보험약가인하 처분취소와 상한금액인하 집행정지가 걸려 있어 결과가 나오는 다음 달까지는 155원으로 금액이 유지된다.

제약사들은 경쟁력 있는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가격은 계속 내려가는 불합리한 결과라고 항변한다. 특히 신약의 경우 해외 수출로 인한 매출이 국내보다 높은 상황에서 현행 보험약가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수출계약에서의 가격책정은 국내 보험약가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은 초기 가격결정부터 연구개발비나 감가상각비 외의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후에는 연동제로 가격이 더 떨어지는 등 그 가치가 크게 절하돼 있다”면서 “특히 해외로 수출하는 신약은 국내 보험약가를 토대로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줘야 향후 신약 개발이 끊기지 않고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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