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꺼리는 서울대학교
학력·경력·활용계획 등이 경영·영업상 비밀인가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수 있는 자료들 비공개
투명한 정보 공유 위해 권위주의적인 자세 탈피해야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지난 6월 20일 서울대 재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한 초빙교수 임용 관련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부장판사 정형식)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사회학과 초빙교수 임용에 관한 임용추천서와 활용계획서, 연구실적 등을 포함한 인사기록카드 또는 이력서에 대한 서울대의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각 임용추천서는 대상자를 임용 추천하게 된 배경, 대상자의 학력과 주요 경력, 수상경력을 내용으로 하고 초빙교수 활용계획서는 대상자의 임용기간, 처우, 강의·학생지도·세미나 등과 관련한 활용계획, 이력서는 대상자의 학력과 경력을 기재한 것”이라며 “그러한 내용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서울대의 업무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라고 인정할 수 없고, 공개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인사위원회 회의록에 기재된 참석자, 불참자의 이름 및 직위는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판결했다.
앞서 서울대는 이 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재원(26)씨가 지난해 2월과 4월 각각 제기한 황 전 사장과 나 전 의원에 대한 임용추천서 등 정보공개 청구에 “임용절차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이후 김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서울대는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를 선임하며 맞섰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황 전 사장의 초빙교수 임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해 대학은 황 전 사장의 교수 임용을 포기했다.
이 소송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학교와 학생의 소송에서 법무법인을 변호사로 선임한 대학 측이 학생과의 소송에서 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대 측이 공개하지 않았던 초빙교수 임용에 관한 제반 서류에 무엇이 있기에 공개를 거부했을까라는 의문이 무색할 만큼 해당 서류들에는 특별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다. 전형적인 권위주의적인 행정처리의 결과였다.
당시 서울대 측은 정보공개 청구에 “임용절차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재판 승소를 통해 공개된 초빙교수 임용추천서를 살펴보면 임용 추천 배경, 학력, 경력, 활용계획서, 인사위원회 회의록, 임용추천서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먼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임용추천서를 살펴보면 추천 배경으로 “정규 공채를 통해 채용하는 교수진만으로는 이론적인 대응에는 충분하나, 실제 변화하는 사회의 경험을 생생하게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한계를 가지며 또 교수진의 연구활동에서도 다양한 현장경험과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맺을 필요성이 증대하다”며 “이에 따라 교육과 연구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초빙교수로 충원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라고 적혀 있다.
또 초빙교수활용계획서에는 담당할 강의에 관한 부분도 기록돼 있다. 서울대 측은 당초 황 전 사장을 임용해 학사과정인 사회학 특강에서 ‘기술발전과 미래사회’ 교과목을 편성해 맡길 계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연구보조인력으로 수업조교 1명을 배당한다는 내용과 사회학부 학부동아리 지원 등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임용추천서에는 “정치·예산정책분야에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행정대학원 교육·연구분야의 다양성과 현장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라며 추천 배경이 기록돼 있다. 또 “스페셜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유도한 리더십이 있다”며 초빙교수의 타당성을 밝혔다.
활용계획서에는 나 전 의원이 “정치·예산 부문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특강·세미나 등을 개최해 지식 및 정보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더불어 나 전 의원의 “국내외로 구축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행정대학원에서 수행하는 각종 연구의 자문위원 및 ‘국회의 운영 및 정치-정책과의 연계성’ ‘여학생 멘토링’ ‘국가 리더십에 대한 연구 및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활용계획서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행정대학원의 교수 및 연구에 공헌하고자 무보수로 종사하기 원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황 전 사장은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임용이 취소됐고 나 전 의원만 초빙교수 임용이 이뤄졌다.
지금가지 짚어왔듯이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왔던 관련 자료들의 내용은 특별한 것들이 아니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와 기타 계획들뿐이다. 과연 이러한 내용이 얼마나 큰 경영·영업상 비밀을 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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