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계절’에 떠나는 몽골 초원 여행
몽골 유목민 최대 축제 ‘나담축제’
몽골은 7월과 8월에 날씨가 가장 좋아
씨름, 활쏘기, 퍼레이드 등 볼거리 다양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몽골에도 사계절이 있다. 다만 봄, 여름, 가을이 짧고 10월부터 시작되는 겨울이 길다. 그 중에서 여름인 7월과 8월이 몽골에서는 가장 날씨가 좋은 ‘황금의 계절’이라고 불린다. 나담축제는 그 황금 계절의 시작을 알린다. 나담축제 기간에는 주요 박물관과 대형 백화점을 제외한 관공서, 시장, 상점 등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기간 몽골 여행을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보통 나담축제를 포함해 5박 6일 정도의 일정이면 축제와 몽골의 대 자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올 여름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광활한 초원을 달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다면 휴가를 이용해 몽골로 떠나보자.
나담(Naadam)은 몽골어로 ‘축제’ ‘놀이’라는 뜻으로도 통용된다. 일 년에 한 번 7월부터 8월에 걸쳐 몽골 전역에서 행해지지만 가장 큰 규모는 국가 주최로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 열리는 내셔널 나담으로, 매년 7월 11일 몽골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시작한다.
7월 1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일간 울란바타르 일대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말타기, 활쏘기, 몽골 전통 씨름경기가 나담의 대표적인 경기이며 몇 년 전부터는 울란바타르의 중심인 칭기스칸 광장과 말경주가 열리는 후이덜렁후닥에서 크고 작은 이벤트와 공연들도 끊이지 않는 복합 축제로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개막식 전에 먹는 전통 만두 호쇼르 일품
개막식 시간 전부터 나담 주경기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중 가장 붐비는 곳은 몽골 전통 튀김만두 호쇼르를 파는 상점들이다. 나담축제에서는 모두가 호쇼르를 먹는다. 양고기와 야채를 다져 속을 만들고 즉석에서 튀겨 낸 호쇼르를 호호 불어가며 먹어 보았다면 나담축제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나담 호쇼르를 맛보았다면 개막식이 열리는 주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보자. 군악대의 음악에 맞추어 말을 탄 기마병들이 칭기스칸 광장에서부터 가지고 달려온 깃발을 세우는 의식을 행한다. 이어 나담축제에 참가하는 씨름 선수들, 활쏘기 선수들, 무용수들, 스폰서 사에서 나온 참가자들이 퍼레이드와 군무를 펼친다.
몽골의 전통 복장을 한 무용수들은 제법 규모 있는 매스게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몽골의 국민 가요인 톨린 훌이 흘러나오자 공연 참가자, 군인과 경찰, 관객이 모두 하나가 되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톨린 홀은 몽골의 전통 말을 노래한 곡으로 말발굽 소리와 몽골 전통악기가 어우러져 몽골인과 몽골 말의 기상을 노래한다.
이후 몽골의 전통 매인 숑골이 몽골의 높은 하늘을 가르며 나담축제 개막식은 막을 내린다.
나담의 하이라이트 말 경주
주경기장과 그 주변에서 개막식, 씨름 경기, 활쏘기가 열리는 동안 울란바타르에서 40km 떨어진 후이덜렁후닥은 말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몽골 곳곳에서 모여든 기수와 가족들, 코치들, 관광객들로 붐빈다.
말 경주는 크게 참가하는 말과 기수의 나이에 따라 경주의 종류가 구분되며 하루에 평균 2~3차례 경기가 펼쳐진다. 가장 인기 있는 말 경주는 5살짜리 기수가 본인과 동갑내기인 말을 타고 달리는 나담 2일 차 경기이다.
아침 일찍 시작하는 경주를 보기 위해 현지인들은 새벽부터 경주장으로 차를 몰아 달린다. 말을 몰듯이 차를 운전하는 몽골인들이 펼치는 말 경주 예행연습 같아 보인다. 말 경주장이라고 해도 특별한 트랙이 만들어 지거나 코스가 그려져 있지 않고, 거대한 초원 자체가 경주 트랙이다.
대신 결승선이 있는 지점에는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몽골 전통 문화와 공연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나담 축제장과 어린이를 위한 각종 놀이 시설, 기념품을 파는 곳, 먹거리 장터 등이 열린다. 아이들은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연을 날리고, 가족들은 피크닉을 나와 모처럼의 축제를 즐긴다.
1등 말 만지면 액운 사라지고 만사형통
말 경주를 제대로 관람하고 싶다면 결승선 보다는 출발 지점을 추천한다. 1등을 관람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300~500마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한꺼번에 달려 나가는 출발 장면은 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장엄한 풍경을 선물할 것이다.
보통 말 경주는 짧게는 15km, 길게는 25~30km를 달려 결승선에 도착한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그 먼 거리를 말과 혼연일체가 되어 완주한 어린 기수에게 몽골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찬사를 보낸다. 땀에 흠뻑 젖어 앞만 보고 달려온 어린 말들도 명예를 얻는다. 사람들은 1등 말의 땀을 만지면 한 해 동안 모든 액운이 사라지고 만사가 형통해 진다고 믿는다.
꼴찌로 들어온 말에게도 특별한 닉네임이 주어진다. 올해는 비록 꼴찌를 했지만 더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에는 꼭 더 좋은 성적을 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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