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금융서비스 진출 카카오톡 ‘명암’
안전성 우려 VS 편리성 찬반 갈려
소액결제 활성화 따른 금융시장 변화
보안·학교폭력 악용 등 문제점 남아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카카오톡의 금융서비스 ‘카톡 뱅킹’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톡은 오는 하반기부터 해당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제는 SNS를 통해서도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편리성 증대, 기존 금융시장의 변화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 찬반이 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대표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의 국내 이용자는 3000만 명이 넘는다. 그동안은 주로 문자와 사진, 동영상 등을 주고받는 기능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금융서비스까지 가능할 예정이다. 이른바 ‘카톡 뱅킹’을 앞세우며 금융권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카톡 뱅킹’은 시중 인터넷 뱅킹처럼 지인에게 돈을 보낼 수 있는 송금 서비스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문자나 사진을 보내듯이 가상의 계좌에서 하루 최대 10만 원까지 돈을 보낼 수 있다.
송금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뱅크월렛 카카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먼저 깔아야 한다. 그 후 자신의 은행계좌를 등록하고, 본인인증과 비밀번호 설정을 해야 한다.
카톡 뱅킹의 주요 기능은 ▲소액 송금 ▲온·오프라인 소액 결제 ▲은행 자동화기기(CD·ATM) 이용 등 3가지다. 실제 계좌와 연결된 자신의 가상계좌를 개설하면 최대 50만 원까지 충전할 수 있다. 계좌는 1기기당 1계좌만 허용된다. 송금 대상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연락처가 저장된 사람으로 제한된다. 단체 카톡방 송금 기능은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 상에 자신의 지갑을 만들어놓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모바일 송금·소액결제 서비스가 이미 어느 정도 자리잡은 상태다. 페이스북의 ‘페이스북 크레딧’,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그 사례다. 알리페이의 경우 2013년 지출금액은 1만 위안(약 180만 원)을 돌파했다. 1일 최대 거래건수는 1억8800만 건에 달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카톡 뱅킹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굳이 카드와 보안카드 등을 모두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편해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돌잔치나 결혼식 등 경조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할 때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이런 고민이 줄어들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내 금융시장에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해외 은행권의 사례를 봤을 때 금융거래방식이 SNS로 이어지는 제4의 물결이 일어날 전망이다.
잠식 위기 국내 금융 카톡과 윈윈할까
다만 우리나라의 금융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할 면역력이 떨어져 국내 금융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국내 은행들이 적자 점포를 없애는 것을 수익 감소 해소법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카카오톡의 금융서비스 진출 소식이 달가울 수만은 없다.
카톡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면 당장 수수료에서부터 이익이 감소한다.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카카오톡과 함께 윈윈하기 위해서는 협업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에 적응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은행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변화가 시작된 만큼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또한 보안 등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카톡 뱅킹은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다. 그만큼 금융 사고에도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신저에 친구로 등록만 돼 있으면 송금이 가능한 편리성이 독이 될 수도 있는 설명이다.
최근 곳곳에서 일어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하고, 해킹·도청 등으로 일어난 신종 금융사고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이 크다.
만약 금융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행법상 인터넷·모바일 뱅킹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은행에 1차 책임이 있다. 하지만 IT 회사인 카카오톡은 금융 당국의 감독이나 전자금융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종종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나 개인 인터넷 뱅킹 해킹의 타깃이 카톡 뱅킹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서 “편리성은 커졌지만 보안에 취약해 사고가 일어났던 대표적 사례로 삼성 앱카드를 떠올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카카오톡과 해당 서비스를 제휴한 우리, 국민 등 13개 은행의 보안성 심사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이미 활성화 돼 있는 스마트폰뱅킹과의 특별한 차별성이 없다는 점도 거론된다. 카카오톡이 가진 장점이 뚜렷하지만 경쟁상대인 스마트폰뱅킹을 넘어설 만한 한방은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학교폭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카카오톡은 뱅킹 서비스 이용 대상자를 14세 이상부터로 지정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이에 따른 금전적인 갈취 문제가 거론돼 왔던 만큼 악용 사례에 대한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톡 관계자는 “우려하는 보안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지난 3월로 예정돼 있던 출시도 미루며 인증 절차 설계에 공을 들여왔다”면서 “아직 출시일이 미정인 만큼 계속해서 논의와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폭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하고 있다”며 “19세 미만은 송금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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