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 만들어 드립니다”

2006-04-04     정은혜 
우리나라 남성 절반이상이 고민한다는 ‘발기부전’ 증세와 ‘성기능 장애’. 최근 이러한 남성들의 ‘말 못할’ 고민을 ‘돈벌이’로 이용한 무면허 의사가 경찰에 검거됐다. 사건의 장본인은 지난달 23일 의사면허를 빌려 400여명의 남성들에게 성기확대 시술 등을 해온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체포된 박모(남·61)씨. 서울 도심에 버젓이 병원을 차리고 불법시술을 하며 1년 5개월여 동안 3억 1,000만원을 챙긴 박씨는 일간지 등에 과대광고를 냈다가 결국 경찰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특히 박씨는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자신들의 진료수술 시 아르바이트 의사까지 형식적으로 고용, 진료차트 역시 의사로 하여금 대필케 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는 반성은 커녕 ‘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비뇨기계 의사’라며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성 자존심 파고들어

“남성확대술 흉터없이 자연스럽게!”가짜의사 박씨가 일간지 등에 냈던 광고다. 하지만 이 ‘과대광고’ 문구에 속아 넘어간 남성들은 뜻밖에도 적지 않았다. 전북 군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시술받았다는 김모(38)씨. 그가 성기확대 시술을 결심한 것은 지난 2005년 5월말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결혼 6년 차로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자영업을 하는 어엿한 가장이다. 그러나 그는 말못할 고민을 안고 있었다. 최근 1년간 부부관계를 한번도 못했던 것. 평소 자신의 성기가 작다고 생각하던 차에 1년 전 부인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당신 성기가 작아 재미없다”는 푸념을 들은 후 자위행위나 외도로만 욕구를 풀어왔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즈음 김씨는 모 스포츠신문을 보다 그곳에 끼여있는 광고 전단지를 우연히 보게 됐다. ‘조루, 길이 연장, 귀두 확대 등으로 자신감 있는 남성 자존심을 찾으세요.’광고지에 실린 이 같은 문구는 김씨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씨는 곧바로 이 광고를 냈던 ‘P의원’이라는 병원에 연락을 했다. 이곳 원장인 박씨는 “상담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자”며 김씨에게 병원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 원장실, 수술실, 상담실 등 정상적인 병원 설비와 지방흡입기, 원심분리기(혈액+지방추출) 등 각종 수술 기자재 등을 비치해 둔 25평 규모의 ‘그럴듯한’ 병원. 병원홍보·환자유치·상담·수술보조 등의 업무를 맡은 총괄관리실장과 지긋한 나이의 의사들.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과 경력 깨나 돼보이는 전문의들을 본 김씨가 이 모든게 ‘가짜’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수술시 통증 없다”고 꼬드겨

김씨가 자신을 완벽하게 믿고 있다고 생각한 박씨는 슬슬 꼬드기기 시작했다. “우리 시술능력은 국내 최고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수술시간은 한 시간 정도이고 통증도 없고 수술 후 바로 성생활이 가능하다.”이 같은 박씨의 말에 김씨는 귀가 솔깃했다. 물론 박씨의 ‘심한 과장’에 김씨가 미심쩍은 부분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여느 병원보다 이곳 시술 값이 저렴했고 ‘변강쇠 뺨치는 물건 크기가 된다’는 의사의 말에 김씨는 속는 셈 치고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성기확대 시술은 ‘무난히’ 이뤄졌고 김씨가 박씨에게 내놓은 돈은 130만원이었다. 이는 일반 병원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값이었다.

‘값싸고 성공적인 시술.’ 이렇다보니 김씨 외에도 불법 시술을 행했던 남성은 수백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경찰에 따르면 박씨에게 시술받은 남성들은 무려 4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 사례처럼 이들 역시 아직 이렇다 할 부작용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술이 잘 돼서일까, 아니면 은밀한 부위의 시술 상태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꺼려서일까. 경찰이 피해자들에게 얻어낸 진술은 고작 시술 동기뿐이었다. 올해 40세를 갓 넘은 최모(41)씨는 초등학생이 된 아들과 목욕탕에 안간지 오래라고 한다. 평소 자신의 성기에 주눅이 들어있던 그에게 아들이 “다른 아저씨들보다 아빠 고추가 작네”라며 한마디 던진 게 충격이었던 것. 이에 오랜 고민을 하다 값도 저렴하고 효과도 만점인 병원을 알아본 끝에 ‘P의원’에서의 성기확대수술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싼 가격 내세워 마구잡이 시술

군 입대를 보름 남겨뒀다는 길모(22)씨도 싼값에 이곳 ‘P의원’을 선택, 시술받은 경우다. 군 입대를 얼마 안 남겨두고 방황하는 아들을 보고 처음에 아버지는 이성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들의 고민은 성기가 작아 단체생활을 하는 군생활(단체목욕 등)에 적응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었던 것. 이에 아버지는 부랴부랴 아들의 손을 잡고 병원 문을 두드렸다고. 이렇게 해서 박씨가 불특정 다수 고개숙인 남성들로부터 부당이익을 취한 돈은 무려 3억 1,000만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박씨의 시술능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였을까. 이쯤 되면 아주 ‘돌팔이’의사는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가짜의사 박씨는 해외취업을 위해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 11년간 리비아국 D건설 의무실에 근무하면서 각종 비뇨기 계통 수술 기법을 습득했다고 한다. 이후 1995년 7월 경 귀국하여 2004년 11월경까지 10여 년간 서울 등 전국 각지의 병원을 전전하며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다가 이 같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자신들의 진료, 수술 시 일당 20만원에 아르바이트 의사를 고용, 형식적으로 입회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월 600만원 상당에 의사 면허를 대여 받아 병원을 운영하는가 하면, 진료차트 역시 의사로 하여금 대필하게 하는 등의 ‘치밀함’을 보이기도 해 경찰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하지만 결코 경찰의 수사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지나친 ‘과대광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 경찰에 따르면 그러나 박씨는 “과대광고가 아닌 실제현 상황”이라며 “의사 면허만 없을 뿐 나는 그 어떤 의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며 되레 큰소리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박씨의 시술 능력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건강을 담보로 돈벌이에 혈안이 돼 의사윤리를 망각했다는 것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은 “아직 피해사례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현재 병원 측에 자신의 시술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피해사례들이 속속 드러날 경우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