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이혼녀’ 아들은 ‘남의 자식’
2006-03-21 정은혜
수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때마다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아내를 믿었다. 사실 황씨는 아내와 혼전 성관계를 맺었던 터였기에 이를 무덤덤하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아내의 과거에 대한 숱한 소문들이 황씨 귀에 들어왔고, 이에 황씨의 불신은 점점 커져만 갔다. 얼마 후 아내의 과거를 뒷조사한 결과 황씨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는 이혼녀에다가 동거남의 아이까지 출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현재 둘 사이에서 키우고 있는 아들도 그 동거남의 ‘씨앗’이라는 것.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황씨는 “그간 친자식인 줄 알았던 아이가 어떻게 남의 자식일 수 있느냐”고 오열하며, 완전범죄를 꿈꿨던 아내에 대해 혀를 내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 깨지고 이혼으로 파탄
자신의 불신으로 인해 가정의 화목이 깨짐은 물론 이혼까지 이르게 됐다는 40대 김모씨. “내가 아닌 친구를 쏙 빼닮은 아들이 친자인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하는 김씨는 지난해 8월께 유전자 감식 의뢰를 했다. “아내의 불륜, 외도 또한 의심한 적이 있다”는 김씨의 의구심은 부부 동반모임에 자신의 친구와 아내가 지나치게 다정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유전자 감식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고. “아들이 친구와 ‘완전’ 판박이다”라는 주변인들의 말은 그의 결심을 더욱 부추겼다. 급기야 유전자 감식업체에 친자확인을 의뢰한 김씨. 하지만 김씨는 업체로부터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답을 얻었다. 김씨는 이후 “아내와 아들을 의심했던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사죄했지만 당시 아내가 받은 충격과 상처를 치유하기엔 역부족, 이들 부부는 끝내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헛된 의심으로 상처주기도
40대 후반 정모씨는 자신의 불신이 아닌 가족이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의심의 씨앗을 키운 사례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너나할 것 없이 아들이 나를 닮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모일 때마다 항상 같은 말을 듣다보니 나중에는 사실 같았다.” 정씨는 지난 해 초 모 유전자 감식 회사에 친자확인을 의뢰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친자 아님’.정씨는 “하마터면 남의 자식으로부터 차례상을 받을 뻔했다”면서도 “이 아이는 분명 내 아들이다. 믿을 수 없다. 말도 안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정씨는 몇 번씩 결과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검사 해보자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뒤늦게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쉽게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또 배우자는 집을 나가고 아이는 고아원에 맡겨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도 치명적 영향
이처럼 판정 결과가 어떻든 간에 대부분 파경에 이르는 게 현실이지만,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유전자 감식 의뢰를 요청하는 남성들이 많아졌다.실제로 국내 유전자 감식 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유전자 검사 전문 업체는 전국적으로 20여개가 운영 중에 있고 각 업체가 한 달에 의뢰받는 친자확인 유전자 감식 의뢰는 30여건이다. 전국적으로 한달 평균 의뢰가 600~700여건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유전자 감식 전문 업체 ‘다우진’ 황춘홍 대표는 “해마다 약 40% 이상 유전자 감식 의뢰가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혈연을 중시하는 사회기 때문에 확실한 결과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혼전 성관계가 늘고 불륜, 외도 등이 사회에 팽배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친자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는 요즘 세태에 따라 이 같은 친자확인 의뢰는 향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다른 남자 아이 임신 숨기고 결혼한 30대 여성1천만원 위자료 배상 판결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것은 심각한 혼인취소 사유다.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남편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라. 탕탕탕!”수원지법 가사2단독(김유진 판사)은 강모(29·여)씨가 김모(31)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혼인을 취소하고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연은 이렇다. 1999년말 나이트클럽에서 강씨를 만나 교제하던 김씨는 강씨의 배가 불러오자 이듬해 6월 서둘러 결혼, 2개월 뒤 딸을 출산했다. 하지만 이들은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지 못했다. 워낙 갑작스런 결혼이었기 때문에 성격도 안맞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씨는 결국 2005년 7월 ‘남편의 폭행과 부정한 행위로 결혼생활이 파탄됐다’고 주장하는 강씨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고 만다.이에 질세라 김씨는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 딸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유전자 감식을 통해 친딸이 아님을 확인, 강씨를 상대로 혼인무효소송을 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내 강씨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면 남편 김씨가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며 “이는 민법에서 정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양측의 혼인은 무효”라고 밝혔다. 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김씨의 자녀로 믿게 해 결혼까지 하도록 한 강씨의 잘못으로 김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므로 김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