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이야기 8 - 로마 벼룩시장] 수제 가죽 제품부터 영국 황실·프랑스 귀족 생활용품까지

1km 둘러보는 데만도 2시간 걸릴 정도로 대규모…이탈리아인들 특유의 큰 목소리와 억양 듣는 재미

2014-07-21     박혜리 여행칼럼니스트

로마 중심에 흐르는 테베레강 건너편에 있는 트라스테베레(Trastevere)지구에는 매주 일요일 아침 로마 최대 규모의 벼룩시장이 열린다.

이탈리아 내에는 수많은 벼룩시장이 있지만 포르타포르테제는 전체 길이가 1km가 넘는 거대한 규모로 로마의 벼룩시장을 대표한다. 언뜻 보기에 그리 커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대충 훑어보는 데만도 약 2시간 정도 걸릴 만큼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유명 관광지다.

이탈리아인들 생활상 시장에 가면 볼 수 있다

어느 나라나 시장에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느낄 수 가 있다. 로마의 포르타포르테제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가 싸우나 싶을 정도로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큰 목소리와 강한 억양으로 흥정하는 사람들, 할인해 달라며 윙크를 남발하는 손님들, 옆 가게 주인이 화장실 간 사이 대신 물건을 봐주는 사람 등 우리나라 남대문, 동대문 시장 등에서 본 듯 익숙하지만 또 이색적인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여러 개의 물건을 살 경우 ‘할인’이라는 의미에 ‘스콘토 (Sconto)’를 외치면 못이기는 척 할인을 해주는 인심 좋은 이탈리아인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 내 시골 장터에서 볼 수 있는 훈훈한 모습이다.

맛있는 먹거리 오래된 골동품 가득

시장에는 이탈리아의 특산품인 수제 가죽 제품과 캐시미어뿐만 아니라 과일, 치즈, 와인 등의 특산품을 팔기도 한다.

시장의 반쯤 오다보면 출출한 생각이 든다. 중간 중간에 파는 피자, 케밥 등과 함께 여행 중 좀처럼 혼자 사먹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신선한 과일을 모아서 파는 마체도니아(macedonia) 등을 사먹어 보자. 음식을 맛보며 골목골목을 누비는 재미는 벼룩시장만의 매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묘미는 멋스러운 공예품, 골동품을 구경하는 것이다. 중세시대의 로마인들이 썼을 법한 앤틱 한 물품부터 이탈리아 장인이 정성 들여 만들었을 것 같은 공예품들이 널려있다.
영국의 황실에서 썼다는 은으로 만든 티(tea) 도구들과 고급스러운 커피 잔 세트, 프랑스 귀족 가문의 촛대 등 화려하고도 기품있는 물건들이 유혹한다.

가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는 가치를 생각한다면 한 개쯤 구입해보는 것도 좋다.

소매치기 조심…장물 팔리기도

최근에는 이탈리아인들 보다 외국인 상인들과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벼룩시장의 느낌이 많이 퇴색됐다. 또 악명 높은 소매치기들이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노리면서 위험한 지역이 되기도 했다.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벼룩시장은 오전 9시 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 열리는데 오후가 되면 주요 장들은 문을 닫고 일명 ‘장물’이라고 하는 물건들이 등장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쓸 만한 물건들이 등장하는데 로마 시내에서 소매치기 당한 여행자의 물건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이 구입한 명품부터 소소한 생활용품 등이 나온다. 실제로 물건을 도둑맞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자기 물건을 찾아보기도 한다.

로마여행에서 현지인들의 삶을 물씬 느끼고 싶다면 벼룩시장이 안성맞춤이다. 비록 복잡하고 정신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여행기간 중 일요일에 로마에 머문다면 가장 큰 벼룩시장인 포르타포르테제에 꼭 들려보자.

포르타포르테제에 가기 위해서는 테르미니역 앞 500인 광장에서 170번이나 H번 버스를 타고 테베레강을 건너서 두 정거장 후 하차하면 된다. 벼룩시장 입구에 사람들이 가득해 쉽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