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사장 올 때부터 예견 ...ING생명 노조 뿔났다

반년 만에 돌변한 ING생명 “구조조정만이 살 길”

2014-07-21     김나영 기자

업계 최장기였던 알리안츠생명 파업 원인제공?
30% 감축…3년 고용안정 협약서, 휴지조각 전락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ING생명이 고용안정 협약서를 깨고 평직원 인력감축에 들어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면서 평직원의 3년 고용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가 지난 1월 정문국 사장을 선임하자 ING생명 직원들은 향후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어했다. 정 사장이 알리안츠생명 사장 시절 생보업계 최장기 파업의 원인을 제공하고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인물이라는 업계의 평가 때문이다.

애초 정 사장이 ING생명 사장에 내정된 것은 알리안츠생명에서 보여준 노동조합 견제 능력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2008년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과급제를 도입했고 이를 두고 노조는 235일간 생보업계 최장기 파업을 벌였다.

이후 알리안츠생명 노조는 회사의 성과급제를 수용했고 정 사장은 성과에 따른 임금인상차를 줄이며 파업이 종결됐다. 정 사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 선임 이후 2010년 한 차례 연임하게 된다.

그런 정 사장이 알리안츠생명을 떠난 것은 지난해 1월이고 에이스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같은 해 6월이다. 이후 정 사장은 6개월 만인 지난 1월 ING생명 사장으로 또다시 이동한다.

노조 견제 능력에 발탁된 사장 자리

정 사장의 이력을 들은 ING생명 노조는 사장 선임을 반대하며 향후 구조조정을 우려했다. ING생명 노조는 당시 성명서를 통해 “무책임 경영과 파행적 노사관계를 야기한 이력의 정문국 씨에 대해 분명한 반대 견해를 밝힌다”고 명시했다. 이명호 ING생명 노조위원장은 “에이스생명 사장으로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ING생명 사장으로 옮긴 정 내정자가 과연 책임경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석환 사무금융노조 정책부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갑작스레 수장을 잃은 에이스생명 직원들은 축제의 분위기인 반면 새로운 수장이 선임된 ING생명 직원들은 분노하고 있다”면서 “에이스생명과 ING생명 직원들의 이러한 상반된 분위기가 바로 정문국 씨에 대한 정확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MBK파트너스는 이 같은 우려를 잠식시키고자 다시 한 번 고용안정을 외쳤다. 또 이달 들어 실시한 조직개편에서도 임원들만 인력감축 대상에 넣었을 뿐 평직원들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실제로 임원 32명 중 16명이 해임됐고 70〜80명의 부서장급 중 절반가량인 35명은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평직원들 역시 조직개편 과정에서 보직을 받지 못하거나 전혀 다른 보직으로 이동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이에 ING생명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고용안정 차원에서 3년간 평직원들을 대상으로 임의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협약서에 서명한 것을 환기시켰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그 약속을 깨고 ING생명 전체 평직원 30%에 달하는 인력을 줄이겠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정 사장은 “회사의 여러 어려움으로 모든 직원들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희망퇴직 시행이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회사가 새롭게 변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직원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단체협약 깬 데 대한 투기자본 비판 불거져

세부적으로는 입사 5년차 이상, 차장급 이하 직원 27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 16일 발표됐다. 근속연수에 따라 최소 15개월에서 최대 36개월치의 보상금도 함께 제안됐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경영개선 의지 없이 인력감축만 유일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ING생명 노조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단체협약과 고용안정협약 승계는 물론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밝혔다”며 “약속을 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투기자본의 천박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비판했다.

또 이명호 노조위원장은 “정 사장은 노조와 희망퇴직에 대해 합의하기도 전에 전 직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면서 “더불어 ‘희망퇴직이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며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 막말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실직, 해고가 살인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구조조정이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정 사장의 발언은 죽음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말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본인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퇴직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측이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해 투쟁할 것도 밝혔다. 반면 사측은 노조에 구조조정 계획을 통보한 이후 공식 답변이 오지 않은 상태라며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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