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도우미없는 노래방 무슨 재미로 가나요?”
2006-01-17 구성모 프리랜서(pandora21.com 운영자)
노래방 도우미와 연관된 신종 탈선행위들은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도우미없는 노래방에 무슨 재미로 가냐?”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 발빠른 노래방 업주들은 너도나도 물좋은 노래방 도우미를 고용, 손님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노래가 목적이 아닌 ‘도우미’와의 질펀한 시간을 즐기는 부류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실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여고생들이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의 세계에 진입한 여고생들의 실태를 취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래방 도우미는 룸살롱같은 유흥업소와는 달리 주로 ‘주부’들이 ‘용돈벌이’나 ‘심심풀이’ 목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로 알려져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노래방들 중에는 여고생 도우미를 고용한 업소가 많다는 것이 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고딩 도우미없이 장사하겠다고?
최근 전라남도 광주 경찰서는 미성년자를 노래방 도우미로 소개하고 돈을 받은 보도방 업주 정모씨를 청소년보호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양(17)은 한 보도방 업주로부터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다. ‘용돈을 벌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낯선 전화번호가 담긴 명함을 받았다는 것. 그것은 다름아닌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알선하는 보도방 연락처였다. 평소 용돈이 부족했던 이양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이양은 보도방 남성과 접촉했다. 이때부터 이양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낮에는 얌전한 학생이었지만 밤에는 끼가 넘치는 ‘노래방 도우미’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이양에게 더없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쉽게 돈 버는 재미에 맛을 들인 이양은 친구들에게도 ‘이색 아르바이트’를 추천했다. 조사결과 이양의 권유를 받아 노래방 도우미로 나선 친구들은 무려 10여명에 달했다. 이는 비단 광주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여고생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는 업주들이 급증하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서울 강동구의 한 노래방 업주 K씨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때 여고생 도우미를 고용해본 적이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화장도 진하고 ‘대학생’이라고 하길래 고용했는데 알고보니 17살의 여고생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K씨는 “아직까지도 노래방 도우미는 30대초반에서 40대 중후반이 가장 많지만 최근들어 도우미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K씨는 “특히 방학기간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여고생들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요즘 여고생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로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여고생들 노는 것 보면 끝내줍니다. 시험끝나고 지들끼리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런다잖아요. 노래방은 문제아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언제든 맘맞는 친구들과 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있어요.” K씨는 일부 여고생들에게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는 그야말로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짭짤한 아르바이트로 정평이 나있다고 말했다. “좀 논다하는 애들 사이에서는 노래방 도우미가 그나마 ‘깨끗한’ 아르바이트로 인식돼있는 모양이더라구요. ‘술집 나간다’하면 왠지 찝찌름한데, 노래방도우미는 말그대로 분위기만 돋워주는 보조역할만 하면 된다는 생각때문인 것 같아요.
또 평소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애들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가 1석2조인 셈이죠.” “아예 ‘여고생 도우미’없냐고 묻는 손님들도 있어요.” 강남구의 모 노래방 업주 P씨의 말이다. “예전에는 ‘좀 젊은애들 없냐’고 하던 손님들은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여고생을 원하는 손님은 없었어요. 그런데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알고 찾아와요. 시치미떼고 없다고 하면 ‘다 알고 왔는데 왜 이러냐’며 여고생애들로 넣어달라고 팁까지 줍니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요즘 여고생 도우미없이 장사가 되냐?’고 면박을 주더라고요.”
최근 노래와 춤으로 흥 돋워
여고생 도우미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고 한다. 최소 10년이상 어린 여성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는 손님들의 욕구는 날로 증가했다. P씨는 결국 여고생 도우미 2명을 추가로 고용했다고 한다. “애들이 어리다보니까 기가 막히게 놀아요. 신곡을 줄줄 꿰고 있는 것은 물론 최신 유행하는 춤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죠. 애들이 워낙 잘노니까 손님으로서는 그 모습을 보기만해도 흥이 절로 나죠.” 그렇다면 여고생 도우미의 매력은 무엇일까. 취재진이 만난 업주들은 하나같이 “여고생들은 여대생들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여고생들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고딩 노래방 도우미’는 남성 손님들에게 ‘신선한 도우미’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철없는 학생이라는 점은 닳아빠진 ‘전문 도우미’와 비교되어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많은 30~40대 여성들이 노래방 도우미로 나선 상황에서 여고생은 당연히 신선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주들의 설명이다. 보도방의 입장에서도 여고생 노래방 도우미는 경쟁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 보호법에 의한 단속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여고생 도우미로 인해 보도방 업자가 벌어들이는 상당한 수입이 아깝다. 날이 갈수록 나이어린 도우미를 찾는 남성들로 인해 수요가 폭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지급해야 하는 돈도 일반 30~40대 도우미의 2/3 수준이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기도 많은데다가 고용(?)비용도 적게 드는 여고생들은 보도방 업자들에게 최적의 영업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여고생 도우미요? 고맙죠~”
여고생들이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다.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통해 여고생들이 버는 돈은 대략 하루 3~5만원 안팎. 하지만 손님들로부터 받는 팁까지 포함할 경우 십만원을 넘기기란 여반장이다. 보통 이들은 저녁 8시부터 밤 11시~12시까지 일을 하는데, 한달에 1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여고생도 있다는 것이 업주들의 말이다. 단지 뭇 남성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흥을 돋워 주는 대가로 ‘거금’을 벌 수 있는 도우미 아르바이트는 여고생들을 유혹하기에 안성맞춤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간당 1,500원 정도의 돈을 받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 점 아르바이트와 비교해볼때 ‘대박’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우연히 노래방에서 ‘고딩 도우미’를 만나봤다는 장모(33)씨는 “처음에는 고등학생인줄 전혀 몰랐다. 성숙한 외모에 화장까지 해서 20대 초반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신 유행하는 춤과 노래를 섭렵하는 것, 앳된 목소리와 10대들 특유의 철없는 말과 행동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 계속 추궁을 하자 고딩 도우미는 결국 스스로 ‘여고생’이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장씨는 고딩 도우미를 만난 경험에 대해 무척 신선하고 즐거웠다고 전했다. 그는 “솔직히 청소년들이 그런 곳에 들락거리면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남자들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나이가 젊은 여성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평소 회식때마다 노래방을 자주 이용한다는 신모(38)씨 역시 여고생 노래방 도우미에 대해 ‘음흉한 속내’를 굳이 감추지 않았다. 김씨는 “솔직히 우리 나이에 여고생을 만날 기회가 있겠나. 보통 사람들은 원조교제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하지만 노래방에서 운좋게 여고생 도우미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나이차이가 무려 20년 이상 나는 여성과의 시간은 생각만해도 짜릿하다. 솔직히 파릇파릇한 여고생들이 눈앞에 있다면 은근히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확인한 남성들의 속내는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한다는 여고생들의 속내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노래방 도우미의 세계에 뛰어든 여고생들은 ‘탈선의 늪’에 빠질 위험에 처해있는 실태다. 노래방 도우미는 단지 노래 몇 곡 부르고 흥을 돋우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들이지 않고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 여고생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일부 여고생들은 “분위기만 띄워주는 것인데 어떠냐” 혹은 “술집을 나가는 것도 아니고, 더더욱 몸을 파는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그녀들만의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다. 특히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이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유흥문화의 일상화’라는 점에서 청소년들에게 보다 광범위한 해악을 끼친다. 관계 당국의 수사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 ‘고딩 노래방 도우미’ 인터뷰“성매매도 아닌데 도대체 뭐가 문제죠?”
취재진은 어렵게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일명 ‘고딩 도우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완강하게 미성년자임을 부인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임을 털어놨다.
-이 일을 한지는 얼마나 됐나?
▲ 2개월 조금 넘었다.
-일을 하게 된 계기는.
▲ 돈 때문이다. 편의점이나 주유소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는데 일만 힘들고 돈은 너무 적게 줬다. 노래방 도우미가 수입이 좋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시작했다.
-실제로 수입은 어떤가.
▲ 하루 5~7만원은 번다. 분위기 띄워주고 노래하는게 힘든 건 아니지 않나. 즐기면서 일한다는 게 마음에 든다. 특히 노래와 춤이 취미이자 특기인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 학생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죄책감은 없나.
▲ 처음에는 모르는 남자들과 같이 노래를 부른다는 게 좀 걸렸지만, 따지고보면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더욱이 몸을 파는 것도 아니고…성매매니 탈선이니 하지만 나는 단순히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로 하는 것 뿐이다. 원조교제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것에 비하면 건전한 것 아닌가?
- 부모님들이나 학교 선생님이 알지 못하나?
▲ 집에는 밤 12시쯤 들어가는데, 부모님은 일 때문에 피곤하셔서 신경을 못쓰신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왔다고 하면 그만이다. 노래방에서 굳이 술을 먹어야할 필요도 없으니 술냄새가 날 염려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