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97년 아내가 독살”

2006-01-12     이수향 
지난 86년 9월15일부터 91년 4월3일까지 화성군 태안읍 일대 반경 5km안에서 부녀자 10명이 살해된 일명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은폐됐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있어 화제다. 15년째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재미교포 김해운(61)씨가 주인공. 92년과 93년에 경찰과 공조수사까지 펼친 바 있는 김씨는 화성사건에 대해 최고의 정보력을 갖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수백번에 걸친 현장답사를 통해 결정적인 증인과 증거물을 확보하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전념해 온 그를 3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화성진범은 K씨가 확실”

“제 말 중 거짓이 있다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자신이 있습니다.” 최근 십수년에 걸친 화성사건 추적기를 담은 책 ‘달빛 한스푼’을 출간, 진실이 밝혀져야 함을 촉구하고 있는 김해운씨의 첫마디는 비장했다. 김씨는 그간 수집한 자료들과 증인진술을 통해 화성주민이던 K(사망)를 범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는 사건들이 발생한 시기가 K의 행적과 일치하기 때문. “K는 태안읍에 있는 농장에서 근무하고 있었어요. 사건일지를 보면 86년 9월부터 87년 1월까지 평균 한달 간격으로 발생하던 사건이 K가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하면서 4개월간 공백을 맞아요. 또 86년 이후 91년까지 매해 사건이 발생했는데, 89년에만 발생하지 않았어요. 89년은 K가 화성을 떠나 수원으로 이사간 해입니다. 놀라운건 89년에는 화성에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대신 수원 오목천에서 한 여고생이 유방과 음부가 도려진 채 살해됐다는 겁니다. 오목천은 K가 이사간 세류동과 불과 4Km거리에 있으며, 사건은 K씨가 이사간지 3개월만에 발생했어요.”

아내와 정보원들의 충격진술

무엇보다 김씨가 K를 범인으로 확신한데는 정보원들과 K의 아내인 M의 진술때문이다. “M을 만나 ‘당신 남편이 진범입니다’라고 했더니 M의 대답은 ‘그런데요?’였어요. 효력이 인정되는 증거를 제시하면 5천만원을 주겠다고 했더니 태도가 변하더군요. ‘남편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70~80% 알고 있고 100%가 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상식적으로는 ‘남편을 왜 범인으로 보느냐’며 항의했어야 했지만 M은 돈을 준비해놓으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김씨는 M의 측근인 정보원 A와 B로 인해 K가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5천만원을 놓고 M은 A에게 ‘남편이 범인으로 밝혀지면 사형당하고 정부에서 우리가족도 다 죽일거야’, ‘증거를 얻어내면 돈을 다시 뺏어갈거야’라며 진실폭로를 두고 망설였다는 것. B의 증언은 더욱 구체적이다. “K는 석달동안 방황하고 다녔는데, 한날은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캄캄한 곳에서 옷가지를 빨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 3개월은 1차~5차사건이 발생한 연쇄살인의 절정기이며 평소 빨래라곤 해본적도 없던 K가 야심한 밤에 자신의 옷을 빤 행동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 또 K는 사건을 꿰고 있는가하면 피해자가 무척 예뻤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또 경찰서에서 추궁을 받고 풀려난 이틀 후 K는 B에게 ‘여러가지 큰 죄’를 저질렀음을 실토하며 기도까지 부탁했다는 것이다.

“화성진범은 아내에 의해 독살”

그러나 K는 거짓말탐지기 51개 항목 중 17개 항목에서 양성반응을 보였고, 변호사 입회하에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으며 4년 후 사망했다. 충격적인 것은 ‘K가 아내 M에 의해 독살됐다’는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인들을 확보했다. 독살 직전 현장을 목격한 C로부터 김씨가 들은 말은 이렇다. “K가 사망(97년 2월 10일)하기 전날 도마에 가루약이 있었는데, M이 그 약을 술 끊는 약이라며 K에게 먹이려 한다고 했다고 합디다. C가 ‘저거 먹이면 죽는다’고 하자 M은 ‘막내아들보고 먹이라 할거다’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다음날 K의 사체는 새까맣게 타 똘똘 말린 상태로 발견됐구요. 그런데도 부검조차 안했다는게 말이 됩니까?”

부검하면 사건 전모 밝혀져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M이 K를 독살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에 따르면 M에게는 89년경부터 정부가 있었으며, 김씨는 자신을 피하는 M과 접촉하기 위해 ‘당신, S와 1박2일 코스로 만리포에 가서 자고 왔잖아’라는 구체적인 증거를 내민적도 있었다고 한다. “평소 M에게 포악했던 K가 어느순간부터 M과 부부관계도 차단당하며 가장 행세를 못했던 것은 범행혐의를 노출당했기 때문이죠. 또 K가 죽을당시 하도 소리를 질러서 막내아들이 방에 가보니 불이 켜져있는데도 ‘야, 불켜!불켜!’하더랍니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상황에도 막내아들이 구급차를 부르지 않은 것은 가족의 묵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김씨의 발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K가 죽고나서 M은 정부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부부처럼 생활했어요. M에게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대학생인 딸 등 사리분별이 가능한 세명의 자녀가 있었죠. 아버지가 죽은 직후 정부를 끌어들이는 어머니와 이를 받아들이는 아이들… 이상하지 않은가? 실제로 K의 형은 동생의 의문사를 두고 M씨를 추궁하기도 했습니다.”김씨가 제기하는 또다른 의혹은 K의 사망시점. “극약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데 독살이 이뤄지면 살인혐의를 받을 수 있음에도 독살은 급박하게 이뤄졌어요. 또 명절 다음날 독살해야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건 사주를 받은겁니다.” 그러던 중 수사고위급과 접촉이 잦았던 C씨는 김씨에게 ‘K가 진범이니 잡아들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K씨의 죽음에는 ‘체포설’이 강하게 작용했으며, 모처로부터 사주를 받은 M은 K에게 약을 먹으라고 최후 통첩을 했을 것”이라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의 주장들은 경찰측의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으며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화성경찰서 관계자는 “사건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은 말하나마나 아닌가? 지금도 수사는 진행중”이라며 진범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사실상 부정했다. 그러나 김씨는 “K가 진범이 아니거나, M에게 독살당한 게 아니라면, 내가 무사했겠나?”라고 되묻는다. 김씨로 인해 용의자로 찍힌 K는 김씨를 고발하고도 남았을텐데도 그런 액션을 취한적이 없다는 것. 특히 부정한 여인으로 낙인되고 살인자로까지 지목된 M은 김씨를 피해 이사한 후 입을 닫고 있다고 한다.

“고소하면 재조사가 이뤄질거고, 남편이 범인이며 자신이 그를 죽였음이 밝혀질 게 두렵기 때문이다. 살인자의 가족임이 드러나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게 김씨의 주장이다. “부검을 하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납니다. 수사과정에서 치부가 밝혀질 것이 두려운 경찰로서는 이 사건을 덮고 싶었을겝니다. 그렇지않고서야 부검을 안했을리 없어요” 유언장까지 작성해놓고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김씨는 “사망추정시간 등 사망조사 기록이 엉망이며 제대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증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용의자들을 분리심문하면 진상이 가려집니다. 또 부검을 기피한 검시관을 불러 사망기록 조작 여부를 추궁해야죠. 그러나 왜 사법당국은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