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은 훨훨 나는데… 롯데쇼핑 골칫덩이 된 롯데마트
내수 침체에 해외사업 적자까지
9분기 연속 실적 마이너스…의무휴업·신규출점 제한 영향
백화점·면세 1위, 마트는 3위…중국 현지사업 대부분 죽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롯데마트의 매출 감소세가 심각하다. 황금연휴와 월드컵 특수가 겹쳤던 지난달에도 매출은 3.3% 감소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5% 내려갔으며 올 상반기 매출 역시 2.9% 줄어들었다. 2012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실적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 역시 심상찮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최근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 중 유독 롯데마트의 사례를 주목 중이다.
롯데마트의 초라한 매출 성적표는 세월호 사고 등 이어진 내수 소비 침체와 관련이 깊다. 때문에 타 마트들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롯데마트의 경우 같은 롯데쇼핑에 속한 백화점이나 면세점과 크게 대비되는 것이 문제다.
롯데백화점은 내수 침체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서도 소폭이지만 매출이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4.2% 상승하면서 타 백화점들의 매출 신장폭을 앞질렀다.
또 롯데면세점은 해마다 매출 신장으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1분기 잠정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15%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면세업계에서 1분기는 비수기로 통하지만 롯데면세점은 이 기간에 사상 최대치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롯데는 백화점과 면세점 모두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신세계 등 경쟁 백화점은 롯데백화점의 자리를 빼앗아본 적이 없다. 최근 부쩍 상승중인 신라면세점도 아직 롯데면세점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대형마트만은 만년 3위에 그치다가 지난해 반짝 2위를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다시 2위 자리를 탈환함으로써 그마저도 밀렸다. 부동의 1위는 이마트로 롯데마트와 1조 원 이상의 차가 벌어져 있다.
결국 롯데마트는 지난 3월 전사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예산 집행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임직원의 성과평가 비중도 하반기로 집중시키는 등 전례없는 대책을 펼치고 있다.
소셜커머스·오픈마켓에도 영역 뺏기는 대형마트
그럼에도 롯데마트의 실적 만회는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대형마트들의 성장은 국내 매출 및 사업권 확대와 직결돼 있었다. 그러나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실시에 이어 2013년에는 신규출점까지 제한되며 각사의 성장이 멈추다시피 했다.
또 온라인 쇼핑 영역이 생필품까지 넓어진 것도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에 한몫 했다. 티켓몬스터·위메프 등 소셜커머스는 하나의 유통 채널로 자리잡으면서 옥션·지마켓 등 오픈마켓과 더불어 온라인 마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대형마트들은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의 해외사업부 영업손실은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해당 사업부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830억 원으로 전년동기 400억 원 대비 두 배가 넘는다.
특히 중국 현지법인의 적자는 처참할 정도다. 해당 법인의 누적 적자규모는 2012년 기준 1227억 원이다. 역시 해마다 두 배 이상의 손실을 쌓아가는 모습이다. 롯데마트가 2007년부터 중국 각지에 출점한 것을 고려하면 5년이 넘도록 헤맨 셈이다.
이는 롯데의 중국사업 투자를 담당하는 롯데쇼핑 홍콩홀딩스의 부진과도 연결된다. 롯데쇼핑 홍콩홀딩스는 롯데가 중국 유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08년 설립한 해외 지주회사다. 이 홍콩홀딩스에는 지금까지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홍콩홀딩스가 출자한 중국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대부분은 모두 적자 상태다. 톈진에 있는 롯데디파트먼트스토어, 랴오닝에 위치한 랴오닝롯데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롯데마트의 해외사업 부진이 차입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속속 나왔다. 롯데쇼핑 전체를 통틀어 보더라도 해외사업은 골칫덩이로 전락한 상태다. 롯데쇼핑이 해외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4조 원가량이나 해마다 얻는 것은 1000억~2000억 원의 손실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 등 롯데쇼핑의 중국 현지 역성장은 당분간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사인 이마트가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과 달리 롯데마트는 계속 신규 출점에 나서 대비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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