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골절 수술만 받았는데… 9세 소녀의 죽음

2014-07-14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웹 사이트 게시판에 9세 소녀가 팔 골절 수술을 받다 사망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3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초등학생 지유가 억울하게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에 따르면 지난 5월 천안에 위치한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지유(9)양은 구름사다리 위에서 떨어져 팔을 다쳤다. 곧바로 인근 정형외과에 입원한 지유양은 팔 골절 수술을 받았으나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수술 7시간 만에 사망했다. 글쓴이는 “지유 부모는 병원 측에 ‘지유가 왜 죽었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지만 병원은 묵묵부답이었다. 의사들은 만나주지 않고 의료사고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병원의 잘못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해당 병원은 소아병원을 표방하지만 ‘소아용 진통제’를 전혀 구비하지 않은 것이다. 또 정식 간호사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마취약 투여는 의사나 간호사만 할 수 있지만 이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마취약을 투여했다. 거기에 지유양에게 사용된 마취제는 이미 유통기한도 지난 상태였다.

글쓴이는 “지유는 수술 전 고열과 코피를 쏟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병원은 수술을 강행했다”며 “수술 후 지유가 깨어나지 않자 부모는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5시간 이상 방치했다. 이로 인해 지유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지유양의 부모는 거리로 나섰다. ‘이 아이를 봐주십시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2인 시위를 시작했다. “너무 억울하고 분통하다”며 호소하고 있지만 지금도 병원 측은 묵묵부답이다.

이 같은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누리꾼들은 “수술한 의사랑 병원장 다 구속시켜라”, “진통제 무자격자가 난무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계속 진료를 하다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천안 시민단체도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해당 사건에 대해 관계 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천안 지역 19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7일 ‘지유양의 사망을 가슴깊이 애도하며’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병원은 지유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수술을 강행했으며 발열과 코피가 난 사실은 차트에 기록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관계당국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한다”며 “지유양의 억울한 죽음을 가슴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한편 천안시보건소는 해당 병원에서 점검을 통해 당시 사용했던 마취제의 유통기한이 1개월 이상 지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또 지유양의 부모 또한 병원 원장 등을 의료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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