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국무총리 원했던 김문수 차선은 없었다
차기 대권 플랜 “광화문팀”가동, 임인배ㆍ김충환…참모진 TK 주축
“지금은 때가 아니다” 재보선 출마 사양
책임총리 대신 민심 탐방으로 대선 준비
임인배·김충환 전의원 등 참여…참모진 TK 출신 많아
통일문제 연구 사무실 낼 계획 있어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동작을 선거에 모셔와야 한다는 게 당 공천위원회의 판단이다”(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
“가야 할 길이라면 가시밭길이라도 마다 않겠지만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면 비단길이라도 안 간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새누리당은 7·30 재·보선을 앞두고 김문수 전 지사를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차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최대 승부처의 필승 카드로 판단한 까닭이다. 윤 총장은 ‘김문수 스토커’가 되겠다고 공언한 뒤 김 전 지사가 방송 출연을 위해 가 있던 대구로 내려가 출마를 요청했다. 김세연 사무부총장은 김 전 지사가 봉사활동 중이던 소록도까지 찾았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한사코 사양했다. 그는 “국민 속에서 제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겸허하게 성찰하고 재충천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보궐선거 불출마 이유로 ‘재충전’을 들었지만 실상은 현시점에서의 출마가 ‘2017년 대권 플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란 게 참모들의 귀띔이다.
참모들은 첫째, 8년의 경기도지사직을 마치자마자 서울로 정치적 근거지를 옮긴다는 것이 맞지 않다고 봤다. 둘째, 박근혜 정부의 인기가 바닥인 상태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선 낙선할 수도 있다는 계산을 했다. 셋째, 당선되더라도 지역구 일에 매달려야 하는 국회의원 자리가 대권 행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문수 진영은 새누리당의 7·14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 출마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이 역시 승산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접었다. 서청원-김무성 의원이 맞대결을 벌이는 구도에서 무리하게 출마할 경우 득표율 1위가 차지하는 당 대표가 되기는 어렵다.
두 유력 후보에 비해 당내에서 세(勢)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참모들 사이에선 2위부터 4위 득표자가 진입하는 최고위원(4명 중 한 명은 여성 몫)에 도전하는 카드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인제, 홍문종, 김태호 의원 등에게도 밀릴 수 있다는 표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 지도부 진입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내부 의견에 따라 이번 7·14 전당대회와 7·30 재·보선은 건너뛰기로 했다.
대신 참모들은 ‘김문수 국무총리’ 카드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안대희·문창극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인물을 물색할 무렵이다. 만일 김 전 지사가 총리가 되면 그의 스타일로 볼 때 ‘책임총리’로서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될 수 있고, 이는 곧 여권의 차기 대권 유력주자로 우뚝 서게 됨을 의미한다.
국무총리 원했지만 무산
전당대회 당선 가능성 희박
실제로 김 전 지사는 총리직에 강한 욕심을 보였다. 그는 6월 25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자신은 인사청문회를 해도 걸릴 게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자들이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묻자 “청문회를 지켜보면 주민등록 옮긴 것이 제일 많이 얘기되는데 나는 이사도 딱 두 번 했다”며 “대학을 25년 만에 졸업해서 학위도 없고 돈도 관심 없다. 논문은 아예 쓸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대권 도전 의사도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여권 일각의 ‘김문수 총리’ 카드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해 박근혜 후보를 얼마나 비판했느냐”며 “박 대통령이 개인적인 앙금 때문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카드였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지사는 경선후보 합동연설회 때 자신의 홍보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탱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내보냈다. 또 박 대통령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물인 고 최태민 목사 사진까지 등장시켰다. 이에 박근혜 캠프는 “같은 편끼리 금도를 넘어섰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책임총리’로 자리매김해 대권 고지 등정의 지름길로 삼으려 했던 김문수 진영의 복안은 깨졌다. 그러자 당분간은 ‘민심탐방’으로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면서 정국변수가 발생할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2016년 4월의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여권에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공을 다지면서 외연을 확대해 나간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문수 진영에서 이 같은 전술적 판단을 내리고 대권플랜을 짜는 곳은 외곽조직인 ‘포럼 뉴코리아’다. 내부에서 ‘광화문 팀’으로 통한다. 광화문 근처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포럼 뉴 코리아’는 김 전 지사가 경기도지사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대권 가도로 뛰어들기로 결심한 2013년 상반기에 발족한 것으로 알려진다. 상근 인원은 4~5명 정도지만 김 전 지사 지지자들의 발길이 잦다.
박세일 이사장 ‘통일’ 특강
김현철씨 등 정치인들 참석
‘포럼 뉴 코리아’는 지난 4월 7 오후 6시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31층 수벨트홀에서 김 전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이 ‘통일’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박 명예이사장은 차기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할 인물로 꼽힌다.
총회 및 특강엔 임인배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김충환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 등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김영해 전 KBS 부사장, 유강석 전 KBS 기술본부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참석자는 100여 명이었다.
김 전 지사는 광화문에 있는 ‘포럼 뉴 코리아’ 외에도 정치1번지인 여의도에 통일 문제를 연구하는 별도의 사무실을 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아울러 지지자들이 모여 산악회도 구성하고 있다. 김문수 캠프는 TK(대구·경북) 세력이 주축을 이룬다. 임인배(경북 김천), 김충환 전 의원(경북 봉화)을 비롯해 실무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참모들 중에도 TK가 많다. 이는 김 전 지사 본인이 경북 영천 출신으로 대구 경북고를 나왔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TK는 그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여러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지금은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다. 정치적 응집력이 강한 TK 출신이 대권주자로 등장하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김 전 지사가 퇴임 후 첫 방문지로 대구를 택한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광화문 팀은 최근 ‘김문수 대권 플랜’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고무된 표정을 짓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친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일 발표한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김 전 지사는 13.3%를 얻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정몽준 전 의원(13.3%), 3위는 김무성 의원(8.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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