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김한길-안철수 ‘神의 한수’
‘대권 光’파는 안철수 ‘꽃놀이패’ 잡은 김한길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7.30 재보궐선거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는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이번 재보선 대진표를 다 채웠다. 문제는 후폭풍이 여당보다는 야당에게 거세게 불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의 동작을 전략공천에서 촉발된 ‘공천 잡음’은 천정배 광주 광산을 ‘공천배제’, 금태섭 전 대변인의 수원 영통 ‘출마 고사’로 이어지다 급기야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광산을 ‘전략공천’으로 태풍처럼 새정치연합을 휩쓸었다. 이에 대해 야권 일각에서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신의 한 수’라는 평가와 ‘악수’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략 공천 속에 숨겨진 ‘당권·대권 방정식’을 추적해봤다.
- ‘대권 光’파는 안철수 ‘꽃놀이패’ 잡은 김한길
지난 7월3일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을 동작을로 전격 공천했다. 당초 동작을 지역구는 전략공천지역으로 정동영 상임고문, 금태섭 변호사, 허동준 당협위원장, 이계안 전 의원 등 4파전 양상을 보였다. 서대문을 지역구가 재보궐선거에서 제외되면서 정 고문은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히며 이 지역 출마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장면 하나 동작을: 기동민 전략공천 ‘신의 한 수’
하지만 안철수 최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이 6월26일 동작을 출마선언하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정 고문의 원내 입성은 물 건너 갔고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안철수 의원을 도왔던 이계안 전 의원 역시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 돼 중앙당에서 광주 광산구에 이미 출마를 선언한 기동민 전 서울시부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또 한번 요동쳤다. 이로 인해 금 전 대변인은 불가피하게 출마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당 대변인 자리도 사퇴하는 등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미 기 전 부시장은 지난달 24일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했고 이 자리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려와 개소식까지 치렀다. 그런 그가 불과 일주일 만에 전남 광주에서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기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기 전 부시장이 당 지도부로부터 동작을 전략공천에 대해 정말 귀띔도 받지 못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사전에 알았다면 광주에서 출마선언하고 박 시장까지 대동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갖고 광주 지역구를 돌며 선거운동까지 한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안-김 대권 위해 ‘이이제이’ 전략
상황이 이렇다보니 또 다른 야권 인사들은 ‘이미 전략공천 소식을 듣고 동작을 출마를 하지 않기 위해 거부의사의 일환으로 출마선언을 선수친게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기 전 시장이 동작을 출마를 원치 않았던 배경으로는 일차적으로 안철수 최측근인 금 전 대변인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박원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본인이 출마할 경우 안철수-박원순 공천 다툼으로 사이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20년지기 운동권 동지인 허동준 당협위원장과의 대결을 해야 하는 점 역시 동작을 출마를 주저하는 데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허 위원장은 동작구에 소재한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2년 동안 지역구를 지켜온 ‘동작 토박이’로 그동안 전략공천과 중량급 있는 인사와 경선에서 패배하면서도 지역을 지켜왔다.
안철수 - 박원순 ‘빚정치’ 통할까
어떤 과정을 거쳤든 기 전 부시장이 전략공천돼 금 전 대변인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안 공동대표와 금 전 대변인에게 빚을 진 모양새가 됐다. 또한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군인 박원순 시장 역시 안 의원에게 ‘빚’을 지게 됐다. 반면 20년지기에겐 ‘패륜정치’라고 공격을 받으면서 출마를 할 수밖에 없는 외로운 신세가 됐다. 낙마할 경우에는 정치적 생명까지 위협당할 수도 있는 데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20년지기를 밟고 금배지를 달았다’는 꼬리표까지 달고 정치생활을 시작할 처지로 몰렸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김한길-안철수 공동 대표의 기동민 전략공천을 두고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역시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대표로서 안철수, 박원순 둘 사이를 소원하게 만들고 두 사람의 각각 ‘오른팔’로 지목되는 금 전 대변인과 기 전 부시장의 주군 관계도 껄끄럽게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 전 대변인은 불출마 선언을 한 이후 ‘동작 출마하려고 했을 땐 한 말씀 없더니…’라며 안 공동대표에게 섭섭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안 공동대표 역시 지방선거이후 박 시장에게 지지율에서 격차가 벌어지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 등에 올라타 박 시장에게 ‘빚’을 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양보 정치’를 제대로 한 셈이다. 원내 진입을 통해 차기 대권의 꿈을 이어가려던 정 고문의 꿈이 물거품이 된 것은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에게 ‘보너스’인 셈이다.
장면 둘 : 손학규, 김두관, 천정배 ‘신의 한 수’
수원 을병정 3구(권선, 팔달, 영통) 역시 동작을만큼이나 복잡하다. 외형상 권선구와 영통구는 민주당 전직 의원 출신 지역이고 팔달지역만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 도지사 지역구로 야당색이 강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삼성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기업형 도시 특성이 강한 수원은 여당색 역시 무시 못 할 지역으로 야당 중진급 인사들의 출마가 처음부터 점쳐진 지역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손학규 상임고문이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민주당으로 2번이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간 손 고문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됐다.
문제는 수원 영통지역의 김진표 전 의원이 손학규 사람으로 이 지역에 나갈 경우 당선은 ‘따논 당상’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선당후사’라는 미명하에 손 고문을 경기도 지역구 중 분당 다음으로 힘들다는 수원 팔달 지역에 출마를 종용했다. 이로 인해 손 고문은 수원 출마와 불출마 사이 고민 끝에 당 지도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장 힘든 팔달 지역 출마를 수용했다. 결국 현직 남경필 도지사와 손학규 전 도지사 간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손 고문의 지역이 결정되자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수원 권선구는 영통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백혜련 변호사를 전략공천했고 김진표 전 의원 영통 지역구의 경우에는 박광온 대변인이 공천장을 받았다. 문제는 손 고문이 2011년 10월 분당 재보선에서 생환한 것처럼 이번에도 살아돌아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천당 아래 분당’에서 살아남은 그지만 남평우-남경필 부자 정치인을 만든 팔달구는 또 다른 도전이기 때문이다. 남 도지사는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내리 이 지역에서 5선을 했고 경인일보 지분을 갖고 있는 데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됨으로써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반면 손 고문은 내리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셔 조직도 와해됐고 김부겸, 김성식 등 손학규 사람들도 다 떠나 사실상 ‘대권 이미지’만 남아 있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처지다. 손 고문 입장에서 금배지를 달아도 그만이지만 떨어질 경우 대망론뿐만 아니라 정치적 인생도 접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역시 김한길-안철수 두 사람 입장에서, 떨어지면 금상첨화이고 당선돼 원내 입성해도 대권 ‘불쏘시개’ 역할로 삼을 수 있어 해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손학규, 천정배 ‘대권·당권’ 적신호 오나
또한 지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리틀 노무현’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경우도 손 고문과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다. 경남 남해 출신으로 이장과 군수, 경남도지사를 지낸 그지만 경기도 김포와는 별 인연이 없다. 김두관 측에서는 ‘도농 복합도시’인 김포를 제2의 고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 지역 역시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일단 새누리당 홍철호 전 김포시당협위원장이 맞상대인데 ‘지역 토박이론’을 내세워 김 전 지사와 일전을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김포에서 최연소 군수와 시장을 지냈고 3선 국회의원에 두 번의 장관까지 지낸 유정복 인천시장의 지원 여부가 중대한 변수다. 박근혜 정권 핵심 실세로 인천 시장에 당당히 입성한 유 전 장관이 홍 전 위원장을 ‘보이지 않게’ 지원할 경우 김 전 지사의 당선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지역 정가의 시각이다. 김 전 지사 역시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낙선할 경우 대권·당권 다 날아갈 공산이 높다.
여기에 친노계 강경파인 천정배 상임고문의 광주 광산 지역 공천 배제 역시 안-김 두 대표의 ‘천정배 죽이기’라는 시각이다. 광주 광산을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천 고문이었지만 당 지도부가 ‘공천 배제’하자 이에 반발해 ‘경선’을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라는 배수진을 치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또한 천 고문의 ‘경선은 포함시켜달라’는 주장 역시 어느 정도 지역구민과 대의원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을 전격 전략공천함으로써 천 고문이 더 이상 반발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천 고문 역시 국회의원 4선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인물로 차기 대권보다는 당권에 방점을 두고 있었지만 금배지를 다는 데 실패함으로써 당권 도전은 힘들게 됐다는 평이다. 이처럼 재보선 공천을 둘러싼 김한길-안철수 두 인사의 ‘신의 한수’가 먹힐지 아니면 부메랑이 돼 책임론으로 중도사퇴할지 7·30 재보선 결과에 여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