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자동차 관세철폐 독일차 몰려온다

관세인하폭 만큼 가격인하 기대 어려워

2014-07-07     이기수 대기자

 [일요서울 | 이기수 대기자]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발효 3년째를 맞아 지난 1일부터 일부 유럽자동차 관세가 전면 철폐됐다. 유럽차 중 배기량 1500cc 이상 자동차의 관세가 전면 철폐된 것. 배기량 1500cc미만 자동차의 관세는 기존 4%에서 2.6%로 인하됐다. 

관세철폐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자동차의 공세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 등 유럽산 자동차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관세철폐로 이들 유럽산 자동차의 쏠림현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로서는 가격을 떨어뜨릴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이번 관세 철폐로 인해 소비자들에게는 얼마나 이득이 될까. 수입차 업계에선 대체로 평균 50~80만 원 정도 가격 인하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물론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 자동차들의 경우 인하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국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양국 사이의 FTA 발효로 인해 유럽차들이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미국 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얻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억 원에 달하는 고급 수입차의 경우 관세인하 효과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지난해부터 관세 철폐에 앞서 일부 자동차 메이커의 경우 신차 출시 때 이를 가격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최근 2014년형 ‘더 뉴 E클래스'를 출시하면서 차량가격을 6030만〜1억 3650만 원(부가세 포함)으로 잡았다. 일부 차종의 경우 가격 인하폭이 230만원에 달했다. 한불모터스도 지난달 9일 ‘시트로엥'의 해치백 디에스3(DS3) 모델 가격을 100만 원 내렸다. 베엠베(BMW)와 폴크스바겐 등도 평균 50~80만 원 정도 가격을 내렸다.

이 같은 가격 인하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의 유럽차 쏠림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수입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도 최근 몇 년 새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9만562대였던 수입차 판매량은 2011년 10만5037대를 기록했다. 연간 10만대 판매는 처음이었다.

이어 수입차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2012년엔 13만858대에 이어 작년 15만6497대를 기록했다. 이미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7만6460대로 이르면서 작년 판매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입차 구매 70%가 유럽 産

특히 이중 유럽산 차의 판매비중은 75.4%(3만2144대)로, 일본(12.8%), 미국(6.3%)산 차보다 현저히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수입차 구매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유럽산 차를 사는 셈이다. 수입차업계의 고민거리다. 독일차가 많이 팔리니 상대적으로 일본과 미국 업체의 눈치를 안 볼수도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산 자동차가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국내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시장에서의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품질 강화, 친환경차량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자칫 국내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푸조, BMW 등의 유럽산 브랜드들은 관세인하분을 미리 가격에 반영해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 메이커들과의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가격 인하의 첫 테이프를 끊은 업체는 볼보코리아다. 볼보코리아는 지난달 23일부터 3890만원인 C30 D4 가격을 3837만2000원으로 52만8000원 내리고, S80 D5는 5710만원에서 80만4000원 인하했다.

관세인하분 A/S 등 눈 돌려

볼보코리아는 이와 함께 유럽에서 들어오는 부품뿐 아니라 관세 인하 적용이 되지 않는 유럽 이외 지역의 부품도 2.5~3.5% 인하된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푸조도 세단 ‘508'부터 관세인하 폭만큼 내린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BMW도 FTA 발효에 앞서 1.3~1.5% 가량 차량 가격을 인하했다. 벤츠 역시 최근 출시한 C200 CGI 블루이피션시를 1.27%, E300 아방가르드는 1.32% 가량 가격을 내렸다. 이번 관세철폐로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도 가격 인하 대열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럽 메이커들은 FTA를 통해 발생한 관세인하분으로 그동안 수입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돼온 애프터서비스 등을 보강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유럽차들의 예상되는 가격 인하폭은 단순 계산으로는 최대 2000만 원까지 확대되지만 실제 딜러 마진폭과 국내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인하율은 4〜5%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수해온 유럽 메이커들이 관세인하분을 모두 차량가격에만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가격 인하 폭을 줄이고 오히려 프로모션과 같은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 수입 명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고객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한다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 메이커들이 차량 가격을 인하하면서 국산차와의 가격 격차는 분명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프리미엄 이미지가 무너지는 정도로 큰 폭의 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o-ing5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