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바바리맨’ 택시기사로 변신했나?

2005-10-10     이수향 
분당과 택시의 악연이 또다시 시작되는가. 최근 분당일대를 중심으로 ‘택시괴담’이 떠돌고 있다. 이번 소문은 지난 3월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실종된 항공사 승무원 최모(27)씨가 택시기사에게 목졸려 살해된 지 약 반년만이다. 택시와 관련해 또다시 흉흉한 소문이 들리자 분당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추석연휴 마지막 날. 분당 서현역의 번화가에서 택시를 탄 K(25·여)씨는 목적지의 중간지점에 이르렀을 때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택시기사가 조수석에 앉은 자신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음흉스레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생각에 택시기사를 유심히 살펴보던 K씨는 깜짝 놀랐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택시기사의 바지 앞 지퍼가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K씨를 더욱 경악케 한 것은 기사의 행동.기사는 정지신호에 걸릴때마다 자신의 성기를 만지는 등 변태행동을 했다. 놀란 K씨의 표정을 알아챈 기사의 행동은 오히려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다. 급기야 기어를 변속하는 척 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K씨를 슬쩍 건드리는가하면, 마치 자신의 행동을 봐달라는 듯 자위행위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기까지 했다. K씨는 “연휴라 차가 밀리지 않았음에도 ‘엉뚱한 짓’을 해대며 일부러 느릿느릿 운행하는 기사의 행동에 더없이 불쾌했지만, 당시에는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운 나머지 아무런 항의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사례. 미금역 앞에서 택시를 탄 P(28·여)씨는 백미러를 통해 자신을 계속 훔쳐보는 기사의 눈빛에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기사가 바지속에 손을 넣은 채 이상한 신음을 곁들여 운행하는 모습을 본 후 애써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분당일대에 젊은 변태 기사가 등장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여성이 타면 음흉한 변태로 돌변한다는 소문이 돌자 분당일대 여성들은 또다시 ‘택시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소문의 주 내용은 ‘택시기사가 신호대기중 자위행위를 한다’, ‘여승객이 타면 바지 지퍼를 열어놓은 상태로 운전한다’, ‘바지속에 손을 넣은 채 운행한다’는 것 등이다. 과거 여고 앞에 나타나 여고생들을 경악케 만들던 일명 ‘바바리맨’이 택시에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과히 충격적이다.

특히 이 변태 기사는 야심한 밤은 물론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에 ‘운이 나쁠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대낮에 택시를 타더라도 피해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 또 길거리라면 쉽게 도망이라도 갈 수 있지만 택시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바바리맨 기사’를 만났을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들은 목적지에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며 ‘외면’하는 것이 고작일뿐 사실상 대책이 없는 상태다.문제는 이 변태 기사가 단지 자신의 자위행위를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하느냐의 여부. 항간에서는 승객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을 하거나 나체 사진을 찍어 입을 막은 후 목적지에 데려다준다는 무시무시한 ‘설’도 나돌고 있다. ‘비오는 날만 골라 부녀자들을 성폭행한 기사’, ‘술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기사’, ‘흉기로 협박 후 금품을 뜯은 기사’, ‘성폭행한 승객들의 명단을 수첩에 적어놓고 협박한 기사’, ‘나체 사진을 카메라로 찍어 거액을 뜯어낸 기사’ 등 택시와 관련된 범죄는 가장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강력사건의 단골메뉴다.

택시관련 범죄가 여성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인 것은 당연지사. 이는 1주일이 멀다하고 발생하곤 하는 택시 강도 성폭행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경찰측의 설명이다.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최근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택시괴담과 관련,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는 반응이다. 그는 “택시 관련 범죄는 전국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또 분당의 택시 범죄는 우려할만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마치 분당이 택시범죄의 우범지역이라거나, 분당이 범행을 저지르기에 수월한 곳이라는 식의 추측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찰은 “최근에는 택시를 이용한 범행이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일어나는 점, 번화가에서도 버젓이 발생하는 점, 여성을 노리는 점, 특히 분당 인근에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야산이나 인적이 뜸한 농가 등이 있는 만큼 여성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올해들어 택시와 관련된 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는 이유로 분당을 무조건 택시범죄 우범지대로 몰아부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3월 여승무원 납치 살해사건으로 인해 택시 공포증에 걸려있는 분당 주민들에게는 사소한 루머일지라도 한낱 정신병자나 변태성욕자의 소행으로 웃어넘길 문제가 아님은 확실하다.

# “택시기사가 봉이냐?”

택시 경력 12년째인 장모(37)씨는 “택시관련 범죄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요금 인상으로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 생계가 빠듯한데, 걸핏하면 택시가 연관된 범죄가 터지니 ‘죽을 맛’이라는 것. 장씨는 특히 걸핏하면 번지는 분당 택시관련 루머들에 대해 “소문대로라면 분당 택시기사들은 하나같이 범죄자 집단이냐”며 울분을 토했다.그는 “예전엔 강남역에서 분당으로 가는 손님들을 태우는 재미가 그나마 괜찮았는데, 하도 택시 범죄가 많이 발생하다보니 요즘은 그마저도 확 줄었다”며 “웬만하면 대리운전을 이용하니 분당 택시기사들은 어디 먹고 살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승무원 사건의 주범이 전과 9범이었다는 것이 알려진 후 모든 택시기사를 ‘범죄자’나 ‘전과자’로 보는 시선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장씨는 “젊은 기사가 모는 택시는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다. 나같은 경우 택시경력만 12년인데도 ‘팔팔한’ 30대다보니 여성 승객들이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하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