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초록세상, 가을에는 은빛 물결 넘실

기차 타고 떠나는 민둥산 여행

2014-06-30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저마다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에 떠나는 산행을 좋아한다. 울긋불긋한 단풍 때문이다. 가을 산행의 매력은 단풍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억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쳐다보노라면 이곳이 산인지 바다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황홀하다. 우리나라에서 억새로 유명한 산은 민둥산이다. 명성산도 억새로 유명하지만 민둥산 억새밭이 더 크고 오르기도 편하다. 10월에는 억새꽃 축제도 열린다.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위치한 산이다. 서울 청량리역 등에서 기차를 이용해 갈 수도 있고 자가용을 이용해 갈 수도 있다. 좀 더 운치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기차여행이 좋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 민둥산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시원한 바람 가득한 참억새밭

높이 1119m의 민둥산은 산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다. 드넓은 주능선 일대가 참억새밭이다.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는 마치 은빛 파도를 연상시킨다.

산행은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해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에 이른 다음 등산로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올라가다 보면 경사도가 완만한 길과 가파른 길 두 갈래로 나뉘는데 거리상으로 별 차이가 없어 완만한 길을 가는 게 부담이 없다.

지금은 온통 초록 수풀과 나무들로 가득하지만 11월쯤 되면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30여 분간 억새밭을 헤쳐 가야 할 정도다. 하산길은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른 뒤 발구덕마을을 거쳐 증산마을로 하산하는 길과 정상에서 억새군락을 지나 북쪽의 지억산(1117m)을 오른 뒤 불암사를 거쳐 화암약수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증산마을로 하산하는 길은 약 9㎞ 거리로, 4시간 정도 소요되며 화암약수로 내려오는 길은 14㎞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오랜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자동차로 발구덕마을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간단한 먹거리는 필수 하산 후에는 막걸리 한 잔

즐거운 산행을 위해서는 민둥산역 부근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민둥산역 부근에는 중국집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어 산행을 위한 먹을거리 준비와 하산 후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민둥산 주변의 맛집은 따로 있다. 민둥산역에서 민둥산 입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산골향기’다. 증산초등학교 밑 교차로에 위치한 이 음식점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메뉴도 비빔밥·해장국·파전·막걸리가 전부다. 실내는 겉모습과 달리 아기자기한 조각품들이 가득하다. 손글씨로 쓴 나무편지하며 부엉이 모습의 나무조각 등 마치 예술가의 집을 연상시킨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비빔밥과 해장국이다. 특히 해장국은 시래기와 정선골 한우 그리고 집에서 직접 담근 집된장을 넣고 푹 끓여 만들어 국물이 구수하고 담백하다. 당연히 화학조미료도 넣지 않았다.

산행을 마쳤다면 파전과 함께 강원도 정선의 대표 막걸리인 곤드레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것도 좋다. 알싸하고 달콤한 막걸리와 파전은 산행 후에 밀려드는 피곤함을 말끔히 해소해 준다.

시골풍경 가득한 트레킹 코스

정선에는 민둥산 말고도 다양한 트래킹 코스가 있다. 대표적인 코스는 구미정길 코스와 꽃벼루길 코스다.
구미정길 코스는 총 26km로 도보로 약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강바람과 함께 솔향이 묻어나는 시골길을 걸을 수 있다. 미락숲 느릅나무 그늘의 휴식을 시작으로 절벽과 계곡, 정자가 어우러진 구미정 그리고 봉정마을을 지나 정선아리랑의 발원지 아우라지에 도착하는 것으로 구미정길이 끝 난다.

이 코스가 짧다고 느껴지면 꽃벼루길 코스를 걸어 보자. 총 24.5km로 도보로는 약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꽃벼루 길의 시작은 여량면의 아우라지역이다. 정선 아리랑의 발원지 아우라지를 천천히 둘러보고 마산재 민박 앞에서 마을길로 접어든다. 마을을 지나 꽃벼루 길에 오르면 듬성듬성 진달래꽃이 분홍 수를 놓고 시원하고 푸르른 소나무 길은 한참을 이어지다 마치 동화속에서 막 빠져 나온 듯이 넓은 뜰이 한눈에 펼쳐진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고 문곡을 지나 정선읍 송오리에 도착하면 코스가 끝난다.

가족과 즐기는 정선 레일바이크

민둥산이 위치한 정선에는 즐길거리도 많다. 먼저 정선레일바이크가 대표적이다. 구절리역에서부터 아우라지역까지 7.2㎞에 이르는 구간이다. 레일바이크란 탑승객이 페달을 이용해 철도레일 위를 달리는 철로자전거다. 레일바이크를 이용하면 자연의 향기와 함께 국내 최고의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또 구절리역에는 폐객차를 개·보수해 2마리의 여치 모양을 형상화한 카페도 있어 가족·연인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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