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기준, 김무성 서청원계 헤쳐 모여
혜택 받지 못한 ‘낙동강 오리알파’ 수상하다
김기춘 사퇴-김무성계, 김기춘 두둔-서청원계 분류
서청원 캠프에서 분류한 명단 인사 공개…친박주류 이탈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지난 대선 때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다섯 계파로 나뉘었다. ‘원박(원조친박)’, ‘신박(신친박)’, ‘탈박(친박이탈)’, ‘복박(돌아온 친박)’, ‘짤박(잘린 친박).’ 대선 이후 새누리당 친박 주류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친박, 그리고 비주류, 세 계파로 헤쳐 모였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고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요즘, 이 큰 세 계파는 잘게 뜯겨 따로 따로 손을 잡는 모양새다. 막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9대 총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혜택을 받아서 꼼짝하지 않았다. 당내 초선의원들이 인사 참사에 대한 ‘성명서'를 내려하다가도 찍힐 수 있다는 이유로 이마저 포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천때는 혜택을 받았지만 혜택 받지 못한 친박, 이른바 ‘낙동강 오리알 친박'이 늘어나고 있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이들이 대거 움직일 것이다.”
사석에서 만난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대거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생명과 연관됐기 때문이라는 말도 몇 차례씩 했다. “인사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겨냥하느냐, 마느냐로 계파가 나뉜다”라고 당내 분위기도 전했다. 즉, 김 비서실장을 옹호하면 서청원계로, 김 비서실장을 겨냥하면 김무성계로 나뉜다는 소리다.
초선들의 이유 있는 반란 “더는 못 참겠다”
실제 김무성 의원은 “인사나 공천 등과 관련해 당 대표와 대통령 비서실장이 협의를 하지 않고, 비서실장이 대표에게 지시하듯 상하관계로 이뤄져 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김 비서실장을 공격했다.
당내 인사들도 김 의원을 측면 지원했다. 지난 12일, 문창극 후보자에 대해 새누리당 6명의 의원이 자진 사퇴 성명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김상민, 민현주, 윤명희, 이자스민, 이재영, 이종훈 의원의 주장은 이랬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 비서실장을 겨눈 것.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확고한 역사관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나 문 후보자의 역사관은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즉각적인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문창극 자진사퇴 촉구)
“다시 인사검증에 실패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손질도 강력히 요구한다. 국민들에게 희망이 아닌, 걱정과 우려를 안겨주는 인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김기춘 비서실장 겨냥)
이들을 두고 김 의원에게 줄을 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 이들이 적잖다. 그러면서도 그 동안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을 아꼈던 이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다만 일부 의원은 성명에 동참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전히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 “서청원 의원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이 회자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초선의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끓기만 하던 당내 인사들이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일단 누구 밑에 줄을 섰다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 과정을 보면 신계파의 짜임새를 유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친박 주류는 김 비서실장을 옹호하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김기춘 책임론’에 대해 “지금 인사 관련 총책임자는 비서실장으로 돼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검증은 비서실장이 하지 않는데 잘못되면 전부 비서실장이…(책임진다)”며 김 실장을 두둔했다. 홍문종, 윤상현 사무총장 등이 따라나섰다. '청와대의 의중'을 가장 중시하는 친박 주류들이 뭉쳐 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의 향후 역할론에 일조하는 인물들이다.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청원과 김무성 세력으로 양분돼 있다. 비주류에서는 당-청 수평관계를 위해 김무성 역할론을 꺼내고 있고, 친박 주류에서는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선 서청원 역할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특히 20대 공천권과 밀접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줄을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이 서로 '헐뜯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전당대회를 통해 서청원-김무성 간의 권력암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당내 인사들도 더 이상 눈치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비서실장 출신 이학재, 김무성에 우호적?
상황이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에선 이미 '누가 서청원계고, 누가 김무성계'라는 소문이는 나돌고 있다. 특히 서청원 캠프에서 파악한 친박 의원들의 명단이 나돌았다.
여기에는 유기준, 이헌승, 김세연, 유재중, 유승민, 서상기, 이한구, 조원진, 윤상현, 황우여, 이학재, 강창희, 정갑윤, 홍문종, 김태원, 함진규, 황진하, 이우현, 이상일, 한선교, 노철래, 정우택, 송광호, 박덕흠, 이완구, 정수성, 김태환, 정희수, 최경환, 김재원, 이주영, 안홍준, 박대출 의원 등을 포함해 박성효, 이성헌, 손수조, 윤태진, 이영규, 김영선 등이 포진해 있다. 이 중 일부는 X가 그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청원 캠프에서 자기 사람으로 생각했던 일부 인사가 이탈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의원은 “내가 친박 원조다. 날 비박으로 분류해 가지치기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박 주류 내에서도 김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박-비박이 아닌 서청원계-김무성계의 구도로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양상이다. 김 의원 측에서 “110명에 이르는 인사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김 의원 측과 교감하는 친박 주류 인사들은 누구일까. 여권 내에서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출마한 김을동 의원과 박근혜 비서실장을 지낸 이학재 의원이 김 의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은 친박연대 당시 서 의원과의 관계가 악화됐고, 인천시장 출마 준비를 했던 이 의원은 친박끼리 경쟁하기보다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었고, 인천시장 선거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얘기가 여권 내에서 심상치 않게 들린다. 이로 인해 김무성계로 갈아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의원 측에서 흘린 것”이라며 불쾌해했다.
그러면서 “지지인사가 30여명이 아닌 80여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이 명단이 돌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서로 간의 줄 세우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혜택 받지 못한 친박 인사들도 이번 전당대회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여,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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